
뻥이요!
아저씨의 외침과 함께 천막 안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귀를 막았습니다.
그래도 고막을 뚫고 들리는 뻥! 소리와 동시에 강냉이가 사방으로 튀었습니다.
둘러선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올랐습니다
4일과 9일에 서는 장호원 장에서 뻥튀기 장면은 단연 으뜸 가는 볼거리입니다.
장에 갈 때면 튀길 것이 없어도 빠지지 않고 시장 맨 안쪽에 있는 뻥튀기 아저씨의 천막을 기웃거립니다.
그냥 돌아오면 왠지 섭섭하니까요.
얼마 전에도 절구 사러 갔다가 뻥튀기 아저씨를 보면서 문득 콩을 뻥튀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저씨께 여쭈어보니 콩도 뻥튀기할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그 다음 장날에 당장 실천에 옮겼는데 맛이 괜찮아 어제 장호원 장에서 다시 콩을 튀겨왔습니다.

드문드문 까만 것은 조금 남은 서리태를 섞은 것입니다.
맛이 어떠냐 하믄요, 우선 구수합니다.
특히 냄새는 강냉이보다 훨씬 더 구수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씹는 맛인데 생각 외로 부드러워 훔칫 놀라게 됩니다.
부피가 늘어나면서 조직이 연해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before 앤드 after 사진입니다~

뻥튀기라는 이름답게 커지기는 했습니다만, 튀밥이나 강냉이하고는 비교가 안 됩니다.
조직이 워낙 치밀해서일 거라, 짐작해 봅니다.
콩 무게의 총량은 오히려 아주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수분이 김으로 증발했기 때문이랍니다.
어제 처음 안 것인데, 뻥튀기로 못할 것이 거의 없답니다.
밤도 튀기면 군밤같이 되고, 가래떡 말린 것도 튀기고, 찹쌀도 튀기고, 차조와 수수도 튀긴답니다.
특히 차조를 튀기면 싸리꽃같이 된다 합니다. 싸리꽃 같다니, 생각만 해도 설렙니다.
다음 장에는 우리 차조와 찹쌀을 들고 갈 생각입니다.
튀기는 것뿐만 아니라 볶는 것도 된답니다.
옥수수도 볶고 보리도 볶고...우리 보리도 볶아 보리차로 먹어야겠습니다.
장호원 아저씨의 뻥튀기는 예술입니다.
콩을 한 번 보고는 물기를 더 주어야 할지, 불 올리는 시간을 얼마를 주어야 할 지, 즉석에서 판단이 됩니다.
연륜과 경험이 필요한 일이지요.
뻥! 소리를 수 만 번, 아니 수 백만 번, 수 천만 번 듣고 나서야 터득하셨겠지요.
앙성 읍내에도 뻥튀기 아저씨가 있습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다는 분이지요.
그곳에서도 한 번 콩을 튀겼는데, 덜 튀겨진 것이 더러 보였댔습니다.

이곳저곳을 서성이다 보니 배가 고파졌습니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해장국도 장날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지요.
이곳 해장국은 선지국입니다. 뚝배기 한 그릇에 3천원인데 아주머니가 손이 커서 넘치도록 많이 주십니다.
오늘 안 것인데, 같은 선지국이라도 술 안주로 주문할 때는 술국이라고 부르더군요.
뜨거운 선지국을 훌훌 불며 먹고 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검은 비닐 봉지를 들고 저희 옆에 앉아
막걸리 한 잔을 시키셨습니다.
안주 없이 반 잔 너머 막걸리를 들이키신 할아버지가 아주머니께 오뎅 국물을 청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아무말 없이 오뎅 국물을 한 그릇 가득 주셨습니다.
막걸리만 청한 할아버지께 안주는 뭐로 할 거냐고 묻지도 않고, 한 그릇 가득 오뎅 국물을 주는 아주머니가 예뻐 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늙으면, 그래도 안주라도 하나 시킬 수 있을 여유는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곤계란이라고 하는, 이곳 분들이 좋아하시는 삶은 계란이라도 몇 개 할아버지께 주문해 드리고 싶었습니다만
어찌 생각하실 지 몰라, 망설이다가 그만 두었습니다.
공연히 희망가나 속으로 웅얼거렸습니다.
돌아오는 길, 보름날 먹을 호두와 땅콩도 조금 샀습니다.
굴을 보자 남편이 그것도 한 봉지 사자고 했습니다.
또 술 먹을 생각이네....
읍내에서 남편은 소주 한 병을 샀습니다.
소주 마시던 남편이 지난 번에 읍내에서 튀긴 뻥튀기 콩과 금방 튀겨온 콩을 비교했습니다.
"오늘 튀긴 게 더 고르네."
내가 그랬습니다.
"그렇지? 그래도 초보 아저씨한테도 가야지. 안 그러면 언제 초보를 면하겠어?"
나는 결심했습니다.
우리 먹을 콩은 읍내 아저씨에게서 튀기고, 보낼 것은 장호원에서 튀겨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