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일출을 보는것은 물건너 남의 일인것마냥
오늘도 변함없이 숲으로 향했습니다.
눈이 쌓인 숲속은 아름다움을 넘어
마법의 숲과 같은 신비로움마저 더해주는데
가파른 진입로에 정강이까지 빠지는 눈길은
이젠 징그러움마저 더해줍니다.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던 어느날
진작에 얼어붙은 창고앞 물호스가 부러웠던지
닭장마당의 물호스까정 꽁꽁 얼어버려
이제는 물장수까지 겸해야 합니다.
이게 뭐 대동강물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 북청 물장수도 아니고......
개울가에 설치한 집수통까지 푹푹 빠지는 눈속을 헤치며
하루 대여섯차례의 물지게질......
미치겠습니다.
이러다가 콧구멍속의 콧물까지 얼어버리게 생겼습니다.
지기럴~
새해 첫날이니
떡만두국을 끓여서 도시락을 싸준다는
마님의 호들갑을 무시하고
오늘도 배낭에 고구마만 몇개 집어 넣었습니다.
달구들 청치밥을 하느라 아궁이에 불을 지필때
기냥 몇개 던져 넣으면 지들이 알아서 자알~ 익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쌓인 눈 덕분에
요즘은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표고목채취도 중단되었고
밤나무전지는 엄두도 못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놈의 배꼽시계는 왜그리 정확한지......
때가되면 반드시 무언가를 먹어줘야 하고......
그래도 오늘처럼 눈이 내리는 날~
(오늘은 눈이 내리다 해가 나기를 반복하데요~)
아궁이 앞에 쭈그리고 앉아 먹는 뜨끈한 군고구마는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김치라도 곁들여 보고 싶지만
냉장고안의 김치는 바깥의 추운날씨덕에 땡땡 얼어버렸고......ㅠㅠ
조금 넉넉하게 고구마를 구워
먹고 남은 것들은 집으로 가져갑니다.
제비새끼마냥 입벌리고 기다릴 애들과 마님의 몫~
비닐온실속의 배추마저 추위에 죄다 널부러져 버렸습니다.
그래도 달구들에게 먹여야 하니
얼음이 서걱거리는 배추를 두어소쿠리 썰어 닭장에 뿌려주고......
그렇게 군고구마로 든든히 배를 채웠음에도
비닐하우스 눈 한번 털어내고 나니 뭔가 부족한 느낌~
아무도 모르게 감춰 두었던
(요즘 마님께서 수시로 82까지 감시중이라 장소공개 불가 ^ ^*)
살짝 얼은 홍시로 입가심을 합니다.
그렇게 하는일 없이 분주한 새해 첫날은
짧은 산중의 해마저 허락하질 않는
오락가락 눈발로 마감을 하며 하산을 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