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남편, 자폭하다..

잠시만 로그아웃 조회수 : 1,702
작성일 : 2004-09-30 23:59:59
한없이 맘씨 좋으신 시부모님과 그앞에서 랄랄라 재롱떠는 철부지 며느리.. 그게 우리 시댁 풍경입니다.
명절때 가도 암일 안해요. 시댁 큰집가서 일해야 하는데 배가 많이 불러서 그것도 면제거든요.
하여튼.. 올해도 시댁에 갔는데
남편이 시댁과 이웃집 사는 친척어른을 찾아뵙겠다고 하길래 같이 나섰다가 거기서 술판이 벌어졌습니다. 울 남편은 다 좋은데 술만 들어가면 인사불성이 되도록 마십지요.. 하지만 시댁에 와서까지 설마 했더랬습니다. 역시나 인사불성이 되도록 마시더군요. 술만 일단 잡았다 하면 옆에서 말리는 것이 소용이 없어요.
둘이 인사드리러 갔다가 안오니까 시누이, 시어머니도 차례로 오셨다가 눈앞에서 아들이 술고래로 변하는 현장을 목격했지요. 그나마 술을 그만 마신것도 시어머니가 2,3차 가게 생긴 것을 뜯어말려서 집에 들어가게 된 거죠..
거기에다가 시댁에 돌아오더니 부모님 붙잡고 엉뚱한 소리 하면서 꺼이꺼이 울고, 명절 준비에 피곤하신 어머님 붙잡고 못주무시게 괴롭히고...

평소에 '**씨가 술이 너무 과해요..'이런 하소연을 하면 절 위로해 주기는 하지만 큰 문제가 아니라고들 생각하고들 계셨는데 아주 부모님 눈앞에서 자폭한 거죠.. 저야 자주 당하는 일이라서 '또 시작이군.. 근데 오늘은 자리가 자리인지라 좀 창피하네..'이런 심정이었구요. 사실은 조금 고소했어요.

아침에 필름끊긴 남편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약간 양념해서 다~ 얘기해 주고 창피해서 부모님 어떻게 보냐 하며 바보라고 계속 놀렸구요..
남편은 지갑속에 있던 상품권 못 봤냐고 시누이에게 물어보다가 면박만 당하고..
속은 속대로 안 좋으니 그 담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괴로워하구요. 부모님 앞이니 집에서만큼 적반하장으로 굴지도 못하고 혼자 참으면서 말입니다. 술먹고 나면 미안하고 괴로우니까 더 성질부릴때가 있거든요.

사실은 술자리에서 상품권 꺼내서 친척 애들에게 뿌리는 것을 보고 남편이 잠든 후에 제가 지갑에서 꺼내 놨습지요.. 전 남편 지갑 안 뒤지는 아내로 되어 있거든요. -V-
그 상품권은 나중에 몰래 시누이에게 돌아갔습니다.

머.. 남편 술마시는 거야 하루이틀 버릇도 아니고.. 거의 포기하고 살던차에.. 시부모님에게는 자꾸 하소연하다가도 제 남편 흉만 보는 며느리되는 것 같았는데 그렇게 자폭해 버렸으니 무진장 고소합니다.

평소에 내아들만 잘났다고 내세우는 분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번 일로 시집 식구들이 제편이 된 것 같아서 혼자 비죽비죽 웃고 있어요.
IP : 61.102.xxx.150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름다운그녀
    '04.10.1 12:02 AM (61.77.xxx.25)

    ㅋㅋ

  • 2. 하루나
    '04.10.1 12:10 AM (211.217.xxx.167)

    푸히히...시원하셨겠어요... 에혀 이인간은 오늘도 열두시를 넘네...울 시어머니 울남편 아무리 심하게 먹어도 집에오면 얌전하고 조신한 아들이라고 입술에 침이 마르시더니..한번 캠코더를 빌려와서 찍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오면 너는 죽었다...

  • 3. 잠시만 로그아웃
    '04.10.1 12:10 AM (61.102.xxx.150)

    그전에는 아무리 자세히 정황을 얘기해 드려도 설마하면서 믿지 못하셨는데 역시 현장발각이 최고입니다..
    그러나저러나 아들 부부가 물가에 내놓은 아이들 같아서 부모님 맘이 좀더 불안불안하실 것 같아서 그게 쪼끔 맘에 걸리지만.. 실상을 아신 게 더 나은 것은 같아요.

  • 4. 엘리사벳
    '04.10.1 12:46 AM (218.147.xxx.104)

    저도 언젠가 음주운전한 남편의 지갑을 몽땅 비워 버린적이 있어요.
    그래놓고 접촉사고로 실랑이 끝에 지갑에서 뭔가 꺼내 주던데 한번 보라고.....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그담부턴 술먹고 운전 안해요..

  • 5. 마농
    '04.10.1 1:06 AM (61.84.xxx.22)

    정말 남편분이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파셨군요.ㅎㅎㅎㅎ
    그걸 계기로 앞으로 술 좀 줄이시길 빌께요.^^

  • 6. 빨간풍선
    '04.10.1 1:32 AM (221.147.xxx.149)

    저희 둘째 아주버님도 이번에 자폭하시다 큰 아주버님의 캠코더에 걸려 조카들과
    어머님을 모시고 비디오 촬영한걸 보시곤 술 깬 다음날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도망가셨
    다죠......그저 증거를 남겨야..

    저희 신랑은 내내 참고 참다가 오늘 자폭해서 지금 거실 구석에서 널부러져 자고 있네요.
    이럴줄 알았으면 큰댁에서 캠코더 빌려올걸..-.-

  • 7.
    '04.10.1 1:48 AM (211.225.xxx.165)

    울남편과는 대략 반대되는 상황 ^
    시어머님과 기타등등 시가쪽 식구들앞에서만 자폭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술마셔도..순한 양처럼 조용히 자버립니다. 흐흐 ^^v
    그래서 제가 술마셔서 걱정이라고 얘기를 안해도.... 늘상 그모양 그꼴인줄알고..
    시어머니 걱정이 말도 못하죠..
    시어머니 전화오면 "00는 아직 안들어왔냐?" "네..벌써 들어오나요? 더 늦게 오지요" 하면
    "아이구. 그넘 때문에 내가 제명에 못살겠다."이러면서 한숨 쉬시고..
    저한테 미안한 맘을 가지고 계시는지라.. 그저 조용히 듣고만 있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3473 남자들 군대 가는것 VS 여자가 아이 낳고 키우기 12 푸우 2004/10/01 1,352
23472 먹는 피임약 어떤것이 가장 좋을까요? 7 dios 2004/10/01 944
23471 두번째 프로포즈 3 끌리면 오라.. 2004/10/01 885
23470 유전자에 입력이라도 된건지.. 4 정말 2004/10/01 1,094
23469 얄미운.. 밉상인 시누이의 신세한탄 5 내가 시누이.. 2004/10/01 1,735
23468 구구절이라고 들어보셨나요? 13 구구절 2004/10/01 2,198
23467 어제 수술이 잘끝났어요.너무 다행이예요. 11 수국 2004/10/01 867
23466 자연분만 출산비 전액면제 <펌> 27 오이마사지 2004/10/01 1,074
23465 며느리와 올케의 어원에 대해서.. 7 *** 2004/10/01 1,216
23464 런닝머쉰으로 걷기할때... 9 juju38.. 2004/10/01 1,100
23463 이바구 보땨리 세번째 3 김선곤 2004/10/01 896
23462 너무나 안타까운 내마음..... 13 은혜 2004/10/01 1,374
23461 자기 입맛에 맞으면 되지 않는가 3 지나가다 2004/10/01 961
23460 개운하고 시원한 콩나물국(지웠어요) 25 마농 2004/10/01 1,987
23459 식혜 한 사발과, 그녀 이야기. 12 다시마 2004/10/01 1,331
23458 남편, 자폭하다.. 7 잠시만 로그.. 2004/09/30 1,702
23457 근데 좀 놀랐어요.....시누이가 새언니한테 반말하는거... 12 김지원 2004/09/30 1,868
23456 쿡켄 10월호에 이야기 나왔어요. 7 여진이 아빠.. 2004/09/30 1,541
23455 이바구 보따리 두번째 1 김선곤 2004/09/30 899
23454 심란하신데 저도 곁다리를 낄께요. 7 저도 2004/09/30 1,295
23453 어린이용 티머니 사보신분~ 2 티머니 2004/09/30 917
23452 돌맞겠지만.... 14 강금희 2004/09/30 2,095
23451 아들이 그렇게 좋으십니까(넋두리) 2 어이없는.... 2004/09/30 1,468
23450 이바구 보따리 첫번째 2 김선곤 2004/09/30 886
23449 시누 흉좀 볼께요~ 14 줄라이 2004/09/30 1,745
23448 명절 때 남편들...-_- 13 익명으로 푸.. 2004/09/30 1,427
23447 어떻해야 할지... 4 이럴땐익명... 2004/09/30 1,256
23446 중국 여자 이야기 4 중국 아짐 2004/09/30 1,066
23445 아들녀석이ㅠㅠ 10 생크림요구르.. 2004/09/30 1,171
23444 죽변에 다녀오다. 7 디저트 2004/09/30 8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