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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복수전
지난 봄에 외벽방수를 했어야 했는데 알바 한답시고 미뤘더니 드뎌 일 나고 말았습니다.
지하실에 물이 한강이 된 걸 추석 전전날에야 알았답니다.
폭우에 지하실 창으로 빗물이 새고 건물 바닥으로 스며든 빗물이
터진 시멘트 갈라진 틈으로 새나온 게 지하실로 들어간 거죠.
가만히 보니 내 무릎은 차겠습디다.
나는 재작년에도 경험한 바가 있는지라 별로 당황하진 않았죠.
시모가 계시니 수선 피지 말고 나중에 퍼내리라 생각하고서 문 닫아뒀습니다.
그러고는 한 말이나 되는 쌀 빻아다 송편 만들랴, 차례 모시랴 분주해서 잊었습니다.
담날 낮에 손님 다 가는 분위긴데, 난 이제 허리 좀 펴보나 기대했는데,
아 글쎄 시모랑 같이 사는 노총각 시동생이 안 가고 남아 안방 차지하고 누워 지내는 겁니다.
(남편이 맏이지만 사정이 있어 시모가 따로 사십니다.)
우리 집이 아무래도 좀 넓을 뿐 아니라 여벌로 있는 테레비를 독차지할 수 있어 편하긴 한가 봅니다.
그러나 내게 시동생은 당근 기피 대상입니다.
러닝 차림으로 생활하기 일쑤, 식성 까다롭고, 아침 늦게 일어나니 밥상 또 차려야 하고,
한밤에 간식 찾고,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워대고, 마구 어질르고 치우지 않고,
자기 자고 난 이불 안 개고 그 위에서 종일 놀고, 조카한테 짜증 잘 내고,
나 옷 편하게 못 입고.....
내가 시동생을 환영하지 않는 이유는 백 가지가 넘습니다.
이런 것들을 상상하니 내 머리는 뚜껑이 열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데,
그 꼴 보기 싫어서 신랑에게 찜질방 가자고 했더니 이 신랑, 대뜸 싫다는 게 아닙니까?
아 글쎄, 아무리 졸라도 안되는 거야요.
마누라는 동시대를 호흡해본 적도 없는 즈그 조상들 위해서
차례 준비하고 손님 치르느라 등짝이 아파 죽겠는데,
지가 아무리 찜질방을 즐기지 않는대도 그렇지,
15년간 일년에 제사 열한 번 지내주는 마눌, 안마 침대에 누워 등짝 마사지 좀 하겠다는데,
우이씨, 고 정도도 못해줘? 문득 본전 생각과 함께 심술병이 도지는 겁니다.
그래 이 작자들에게 뭐 골탕 먹일 게 없나 연구하다가
아하, 그 지하실 일거리가 생각났지 뭡니까요?
심술쟁이 깡금, 옳다구나, 온 식구들 지하실로 총출동시켰죠.
각자 쓰레빠 신고 바가지, 들통, 세숫대야 하나씩 들려서 말입니다.
물론 양수기 빌려다 할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만...
제일 미운 시동생은 바닥에서 물 푸게 하고
찜질방 거부한 신랑은 물 담긴 들통, 계단으로 들어올려서 밖에 내다버리게 하고
휴일이라고 게임만 하고 있던 아들녀석은 후달겨서 이것저것 뺑뺑이 돌리고...
두 시간 정도 일했으니 아마 들통으로 500번 정도는 물을 퍼날랐을 겁니다.
그 남정들의 온몸에선 땀이 뻘뻘, 아이고 허리야, 집을 뭐 이따우로 지었어?
난리가 났습니다.
난 혓바닥 낼름거리며, 심술궂은 미소를 픽 날리며 신랑에게 슬쩍 물었습니다.
"아무래도 찜질방이 낫지 않았을까?"
존심 강한 울신랑은 곧 죽어도 아니랍니다. 어쨌거나 해야 할 일이었다며, 아헿헿...
오늘은 그 남정들 총동원해서 집안 창문이란 창문은 다 닦게 했습니다.
오후 늦게 시모 집으로 간 시동생, 지금쯤 파김치가 되어 자고 있을 겁니다.
죄다 겹창인 울집 창문 모두 68개. 킥킥.
1. 김새봄
'03.9.15 6:53 AM (218.237.xxx.142)흐흐~ 잘하셨습니다...(그런데 이렇게 답을하면 돌 날라올까요?)
2. 푸하하
'03.9.15 9:20 AM (61.84.xxx.116)안웃을려고하는데도 푸하하 웃음이 터지네요.
정말 잘하셨어요. 정말 쌤통이다. ㅋㅋㅋ3. 김혜경
'03.9.15 10:05 AM (218.237.xxx.201)1년에 제사가 11번이라구요, 허걱. 금희님 대단하시네요.
잘 하셨어요. 그게 무슨 심술병입니까 ,다 가정을 위해서지...히히.
너무 멋져요, 현명하십니다.4. 진쥬
'03.9.15 10:14 AM (61.101.xxx.78)고소~해요~
글구..안그랬음 추석 지나고 나중에 혼자 그일 다하실려구했어요?
끔찍하여라..
잘 해먹이셧으니까 그 노동력 마침 이용하게 된거 마침 딱 이네요.^^
ㅉㅉㅉㅉㅉㅉ!5. 능소화
'03.9.15 10:21 AM (61.76.xxx.167)와!
넘 통쾌해 제가 기분이 좋아 죽겠습니다
그래도 시킨다고 하니 좀 예쁘게 봐 주셔도 될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번엔 제사에 대해서 개혁을 시도 하세요
저는 둘째인데 어쩌다 제 차지가 됬는데
다달이 한 건 정도였는데 요즘은 윗대제사 하루에 몰아 지냅니다
일년에 11번이 말이됩니까?6. mytenny
'03.9.15 10:23 AM (220.81.xxx.25)제가 다 속이 시원하네요. 우리 시동생도 결혼전에 제가 4년반 데리고 있었는데 형제간이라도 어쩌면 그리도 다른지... 남편은 마누라 눈치 보여서 그랬는지 스스로 바지런을 떨고 정리하고 그랬던 반면, 시동생은 늘 늦잠에 정리정돈과는 거리가 멀고 방학이면 대구에서 친구애들 올라와서 죽치고 어질러놓고 속썩였었죠..
나도 금희씨같은 기지가 있었더라면 충분히 기회를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서울올림픽하던 해 가을에 장가보낼 때까지 한번도 그러질 못했네요. 원통하다.
아무리 복수전을 펼쳤다 해도 금희씨 역시 조바심치며 같이 겪었을 테니 몸살은 같이 났을 것 같네요. 푹 쉬시고 한번씩 이번일을 떠올리며 혼자서 푸하하하~ 웃어보세요.7. honeymom
'03.9.15 10:30 AM (203.238.xxx.212)유쾌 통쾌 상쾌!!!
근데 그집 남자들은 말 잘 듣나봐요?
저희 시댁도 일년 제사 11번 이었었는데, 2000년에 밀레니엄 맞이 특별기획으로 아버님이 얼굴 뵌 분들 까지로 줄이시고 그 윗분들은 시제때 산에서 한꺼번에...
그래도 여전히 많아요..8. 김혜경
'03.9.15 10:32 AM (218.237.xxx.201)honeymom님 제가 메일 보냈는데요...못 보셨나봐요?
9. ice
'03.9.15 12:15 PM (203.227.xxx.59)푸하하~~ ^^ 웃으면 안되는데 웃음만 자꾸 나오고..
정말 시원합니다!!!
백번천번 잘하셨어요!!~
명절때마다 여자들 힘든거 알아주지 못할망정...10. 강금희
'03.9.15 10:32 PM (219.250.xxx.53)아직 어른들이 계시기 땜에 제사 개혁은 제 몫이 아니구요,
저는 반기를 드는 쪽보다는 순응하면서 일단 내 자리 만들어둔 다음
조금씩 내 권리 만들어가는 타입입니다.
덕분에 이젠 이 집 운영체계가 내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제사 열한 번, 그건 아직 시모에게 많이 의지하며 준비하기 때문에 혼자서는 아직 못합니다.
아니 한 번도 혼자 해보지는 않았습니다.
참, 지난 6월 시부 돌아가셔서 이젠 열두 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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