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오후엔,
막내시누이 가족들이 어머니 모시고 외식하고 싶다고 왔었어요.
그런데...제가 나가지 말자고 했습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더라구요. 또 나가 먹어봐야...그렇잖아요?
재워뒀던 불고기 굽고, 굴비 굽고, '완전정복' 하느라고 만들었으나 먹지않고 두었던 감자샐러드 꺼내고,
구운 김에, 국에...이럭저럭 한끼 때웠습니다.
날씨가 추우니까 움추러들어서, 뭔가 새반찬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안들더라구요.
오늘은...어제보다는 덜 추운 것 같아요.
하루 종일 TV앞에서 뒹굴뒹굴, 책도 봤다가,TV도 봤다가..저녁에는 또 집안에 있는 재료들을 들들 뒤졌습니다.

먹다둔 묵말랭이 생각이 나길래, 보들보들해질때까지 삶아서,
역시 먹다가 반개씩 남겨둔 삼색파프리카를 꺼내서, ¼개씩 잘라 채썰고,
표고버섯 불려서 채썰고, 양파도 채썰고,
어제 굽고 두어조각 남은 불고기도 잘 펴서 구운 후 채썰어주고,
묵잡채를 했습니다.
묵잡채 만드는 법은 칭찬받은 쉬운요리 개정판 200페이지에 있구요,
옛날 희망수첩에도 과정셧과 함께 만드는 법이 있습니다.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note&page=1&sn1=&divpage=1&sn=off&ss...
도토리묵 그냥 먹거나 무쳐먹는 것도 맛있지만,
이렇게 도토리묵 말랭이를 잡채로 해먹는 것도 별미지요.

묵잡채를 준비하면서, 뭔가 상큼한 것이 먹고 싶어서,
오이 반개, 사과 반개씩 썰었습니다.
양념은 지난번에 만들어둔 매운맛 베이스 2큰술에, 소금만 살짝 넣어 무쳤어요.
오이, 소금에 절이지도 않고 생으로 썼고,
파 마늘도 안넣고, 참기름도 안넣고, 소금과 매운맛 베이스이외에는 아무 것도 넣질 않았는데,
굉장히 개운한 맛이 났습니다.
물론 재료들을 절여서 물기를 꼭 짠 다음 무친 것이 아니라서, 먹으면서 물이 좀 생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먹을만큼 조금 무쳐서 남기지 않아서 좋았어요.
그러고보니, 제가 12월 들어서 대형마트를 한번도 안간 것 같아요.
사과 배 고기 도가니는 모두 인터넷으로 샀고, 파만 집앞 슈퍼에서 산 것 같아요.
아, 우리 동네에 트럭에 수산물을 싣고 오는 아주머니에게 굴도 한번 샀네요.
오가다가, 파프리카만 삼색으로 사서 들고 들어오고...이달들어서 식비를 거의 안쓰다 시피 했어요.
이 정도로도 잘 버티고 있는 건, 평소에 사다놓은 재료들 덕분입니다.
제가 첫번째 책 '일하면서 밥해먹기'에도 쓴 얘기인 것 같은데요,
집안의 냉장고나 냉동실, 혹은 다용도실에 좀 똘똘한 재료가 몇가지만 있으면, 시장을 가지 못해서, 잘 벼틸 수 있습니다.
떨어지지 않게 꼭 챙겨야한 재료들,
감자, 양파, 파, 마늘, 달걀, 참치통조림, 국거리용 쇠고기, 고등어나 갈치같이 구울수 있는 생선,
표고버섯, 김, 국물용 멸치, 뭐 이런것들만 있으면,
아무리 춥고 눈보라가 친다해도, 시장 안가도 얼마든지 밥상을 차릴 수 있잖아요.
아무튼, 다음날에는 카드대금도 쬐끔밖에 안나올 것 같아요. ^^ 마트를 통 가질 않아서요.
한번 가면 아무리 안써도 5만원, 좀 썼다 하면 10만원도 후딱 넘잖아요.
코스트코 회원도 연장해야하는데, 이것도 지금 안하고 버티고 있습니다.
코스트코는 한번 가면 별로 산 것도 없는 것 같은데 15만원, 20만원 넘기는 건 우습잖아요.
그래서 코스트코를 안 갔다온 달은, 생활비가 아주 넉넉하죠.
낼 모레가 동지이니까, 있던 팥으로 동지팥죽까지 쒀 먹고, 그리고 나서 마트에 갈까봐요.
그래도 1월1일날 아침에는 먹을만한 반찬 몇가지는 해서 상을 차려야하잖아요.
크리스마스 지나고 다음주쯤에나 장을 볼까 싶습니다.
그때까지 시장 안가고 차리는 저녁밥상 시리즈는 이어집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