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시장 안가고 차리는 저녁밥상 1
날씨가 좀 춥죠?
그저께까지만 해도 집안에 난방을 전혀 하지 않아도 추운 걸 몰랐는데,
어제는 오후에 잠깐 돌려야할 정도로 춥더니, 오늘 아침은 더 추운 것 같아요.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목 잘 감싸고 다니시구요,
어디선가 들었는데, 목만 잘 가리고 다녀도 감기에 잘 안걸린다고 하더라구요.
추운데 어지간하면, 장보러 외출하는 것보다, 집에 있는 재료들로 한상차려보는 것도 좋겠죠?
어제 저녁 저희집 밥상처럼요.
명절에 들어오는 굴비는, 값은 만만치않을텐데,
평소에 사다먹는 자잘한 조기만도 못한 것 같아요. 맛이요.
그렇다고 선물보내는 사람에게 '선물보내신 굴비, 비싼 것 같던데 맛없으니까 보내지 마세요'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니, 제게 보낸 선물이라면 그렇게 말할 지도 모르는데,kimys에게 들어오는 선물인지라..
혹시 이글을 보시는 남자분들, 명절에 선물보내실 때, 굴비 보내지 마세요.
십중팔구는 비싸기만 하고 맛없는 굴비 만나기 십상입니다,
차라리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표고버섯, 참기름, 쌀 이런거 보내세요!!
어제 구운 굴비, 크기로 봐서는 꽤 비쌌을텐데...맛은 그저그래서...실망 그자체.
그래도 먹어야하니까, 이렇게 추울때 시장가기 싫을 때 며칠간 열심히 먹어보려구요.
무청시래기도 삶아서 지졌는데요,
저, 이제는 집에서 무청시래기 말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 칠칠한 무청을 봐도 침 흘리지않고 눈 질끈 감고 지나갑니다.
왜냐면요, 무청 소금물에 삶아서 잘 말린 후, 다시 삶아서 물에 담갔다가 줄기의 껍질을 벗겨내는 수고를 해도,
시래기 자체가 질긴거에요.
그런데, 하나로 같은 곳에 파는 시래기, 특히 양구산....줄기의 껍질을 벗기지 않아도 얼마나 보들보들 맛있는 지 모릅니다.
물론 파는 시래기 값이 만만치는 않죠.
그래도, 제가 하는 수고에다가 맛 생각하면 그리 아까울 건 없어요.
늘 한봉지쯤 비축해놓고 살죠.
어제도, 평소 시래기 손질에 걸리는 시간과 비교해볼때 시간을 절반도 들이지 않아,
은근히 걱정했는데...보들보들 너무 잘 삶아진 거에요.
된장을 좀 적게 풀어서 싱겁게 지졌더니, 그냥 집어먹어도 괜찮을 정도로 맛있는 반찬이 됐습니다.
간장게장이 울고갈 밥도둑 입니다!
저번에 제주 올레 다녀오면서 서귀포시장에서 산 고사리도 불려서 볶았습니다.
고사리 불리는 데는 자신있다고 까불다가, 어제는 살짝 덜 불렸나봐요, 좀 질깃질깃하지만 그런대로 먹을만 했어요.
아무래도 시장에서 파는 고사리라서 쇠어서 질긴부분도 있는 것 같구요.
최근 몇년동안 고사리는, 경희농원에서 삶아서 보내는 생고사리, 집에서 식품건조기에 말려서 일년내내 먹었어요.
이 고사리는 삶은 후 단단한 부분을 다듬을 필요없이 부드럽고 맛있는데,
제주도에서 사온 고사리는 아무래도 시장에서 사온 물건인지라..단단한 부분들이 있네요.
담엔, 딱딱한 부분을 손질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할 듯...
추우니까, 시장가시지마시고, 저처럼, 냉장고나 다용도실을 뒤져보세요.
아무리 쟁여놓고 사는 스타일이 아니라하더라도 한두끼 해결할 수 있는 식품이 꼭 나온다니까요!
참치캔 하나가 나온다면, 양파와 밀가루 넣어서 부치면 되구요,
두부가 있다면 보글보글 새우젓 찌개 끓이면 되구요,
멸치육수 푹 내서, 호박이랑 양파 넣고 수제비끓여도 좋구요.
오늘 점심이랑 저녁, 집에 있는 재료로 맛있는 거 해드시고, 제게도 좀 알려주세요. ^^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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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luejuice
'09.12.16 9:54 AM시장 안가도 이렇게나 맛있는 밥상이 차려지니 기분이 좋을거 같네요...
저희 냉장고에는 뭔가가 많은데 딱히 해먹을것은 없다는...그래서 늘 뭐해먹지 를 반복하면서 해먹지 못하고 있네요...
저도 저녁밥상을 먹고 싶네요...친정이 가고 싶어요...ㅠㅠ2. 큰바다
'09.12.16 10:01 AM앗싸,2등!
오늘 딸 고입시험 보러가서 맘 다스리려고 들어왔어요.
기분이 좋네요. 지역 2등 노리고 있는데, 제발 어미처럼 2등만 했으면 하는 욕심이...
왠지 그럴 것 같아요.
시래기 맛있어 보여요!3. 고독은 나의 힘
'09.12.16 10:11 AM무청은 한번 삶아서 말리는 거였군요..
저는 그냥 널어놨더니 마르긴 말랐는데 이게 시든건지 뭔지 분간을 못하고 있었는데...ㅠ.ㅠ
혜경님 글에 3등이라니 영광입니다..
출근하자마자 82에 들르는거 넘 표난다...ㅋㅋ4. 또하나의풍경
'09.12.16 10:34 AM날씨 정말 추워요!!!!
내일은 좀더 춥다는데 왕걱정.......ㅠㅠ
시래기나물 저 엄청 좋아하는데^^ 시래기 나물에 밥한공기 넣고 쓱쓱 비벼먹음 이곳이 천국인지 어디인지 구분이 안가더라구요 ㅎㅎㅎ5. 홍천산골
'09.12.16 10:59 AM삶아서 말리는 방법도 있네요..저는 김장때 뚝뚝잘라 그냥 널어말립니다.
동치미무나 그것보다 작은 무우 이기에 말린시래기 역시 부드러워 벗겨낼것없이 근냥 다 먹지요...상당히 부드럽습니다.
된장넣고 지지면 흠...맛나지요..^^
한가지 시래기하실때 주의하실점은...무우에는 농약이 많이 들어갑니다..물론 여기만 그럴 수 도 있겠습니다만...여기선 무청이 밭에 널부러져 많아도 아무도 안주워간다는거...아무도 안먹습니다. 집에서 키운 무청만 먹습니다.
농약을 많이 치기도 합니다만..제일 독한 농약을 치기때문이지요..
어쩔땐 뱀도 죽어있고..개구리도 죽어있고...슬픈현실입니다.6. 쏘피
'09.12.16 12:19 PM첨으로 샘님글에 덧글 달아요~
1등할 기회가 두어번있었는데 쑥스러워서 못달았어요 ㅎ
단무지무우 있잖아요 길다란무우..그 무우청이 보들보들 맛있는걸로 알고있어요7. 레몬향기
'09.12.16 1:42 PM무청시래기 말려서 보관한 것은 삶아도 많이 질겨요
저는요 , 시래기 사다가 말리지 않거나 하루, 이틀 정도 약간만 말려 삶아서
껍질 벗겨 한번 먹을 분량씩 비닐에 넣어 냉동 보관합니다.
무청 3-4 단 사서 해놓으면 1년 내내 먹습니다.
단무지 무는 맛 없어요, 길기만 할뿐8. 커피번
'09.12.16 3:33 PM저도 단무지용 기다란 무우청이 질기지 않고 맛있다고 알고있어요.
제가 사는 곳에서 한시간 정도 가면 무지 넓은 밭이 있거든요.
이밭저밭 몇만평쯤 될거예요.
언젠가 그곳을 지나다 마침 단무지 무우밭에 무우 캐는 날이어서
트렁크 가득 주워온 적이 있네요.
캐는 분들은 무우만 잘라 가고 무우청은 그대로 뒀더라구요.
몇천평 되는 밭이 온통 무우청만 남아 있었어요.
지나가던 동네분이 조금 있으면 무우청만 실어가는 차가 올테니
그전에 필요한만큼 가져가라고 하더군요.
단무지 무우청이 정말 연한거라고..
오자마자 그냥 빨래건조대에 걸쳐서 말렸는데(몰라서),
그걸 이집저집 나눠주고 일년내내 정말 잘먹었어요.
일단 불려서 그냥 압력솥에 삶고 껍질도 안벗겼는데 연했어요.
그 후로 또 주워오고 싶은데 어느 밭인지도 가물거리고,
결정적으로 언제 캐는 날인지 몰라서 못주워오네요..
한시간 거리를 맨날 가 볼 수도 없고.
멸치 다시물에 시래기 넣고 된장 진하게 풀어 지져먹으면 정말 맛있죠..
근데 홍천산골님 농약 말씀에 맴이 아픕니다..아흑~9. remy
'09.12.16 3:43 PM양구 시래기는 시래기전용 무 입니다..
무는 버리고 시래기만 먹어요..
무는 어른이 양손을 주먹쥐어 붙인 것 정도 크기의 무로 자라고,
무청은 어른 무릎까지 올라올 정도의 키로 자라죠..
굵기나 포기크기는 일반 무하고는 비교가 안되죠..
저도 매년 이거 심어서 시래기 만들어 먹어요..
물만 잘 주면 싱싱하고 연하게 자라서 밭둑 여기저기 심어놓으면 일년내내 연한 시래기국 먹을 수 있지요..
올해는 솎아내면서 어린 무청으로 무청김치 담았는데 죽여줬어요..
일반 열무의 배나 되는 굵기인데 연하기는 한여름 무청처럼 연하고... 흑흑..
매년 솎아낸 무청은 버렸는데 내년부터는 잘 삭혀서 겨울김치로 먹어야겠어요...
올해 널어둔 것은 아직 안마르고 작년게 두개 남았는데
날도 추워 으슬거리는데 이거나 자작하게 지져 먹어야겠어요...10. 튼튼이
'09.12.16 5:00 PMTV에서 봤는데 굴비가 크기가 크다고 맛이 있는건 아니래요. 다 똑같대요. 다만 크기가 커서 비싼거래네요
11. 고참초보
'09.12.16 5:44 PM오늘같은 날씨에 매~우 적절한 제목에 우선 클릭을 하게 되네요
허나 우리집 냉장고, 냉동실과는 달리 무척 풍성한 내용물을 보니
곧 쿨럭쿨럭 잽싸게 꼬리를 내리고 (누가 볼까 화면을 얼릉 바꾸고)
육수넣고 김치넣고 찬밥이나 끓여 먹을까 생각을 하니
우리 식구들이 좀 불쌍한듯한...12. 보라돌이맘
'09.12.16 7:23 PM밥공기에 갓 지은 밥 수북히 퍼서
여기에다 뜨끈한 찌개종류만 하나 같이 끓여서 상에 올리면
정말 부러울게 없는 한 끼 밥상이겠네요.
예전에 한 겨울에 한참 바깥에서 벌벌 떨다가
집에 돌아와서 따끈한 아랫목에 엉덩이 붙이고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이런 상 앞에두고 먹으면
그 어린 마음에도...엄마에게 고맙고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몰라요...^^
선생님 글을 읽다보니
돌아가신 어머니도 무척이나 그립고...
이런 정이 듬뿍 담긴 소박한 집 밥도 그립습니다.13. 오금동 그녀
'09.12.16 10:50 PM선생님의 밥상에는 늘 정성과 사랑이 넘쳐요.
식구끼리 이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며 서로의 행복에너지를 교환하는 모습이 상상되네요.
엄마가 그립고 늦은 저녁 온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밥먹던 추억이 떠올려지네요.14. 어주경
'09.12.17 7:53 PM무청 시래기.. 보드랍고 맛있게 하기 쉽지 않더라구요. 선생님처럼 맛나게 안되더라구요.
15. solpine
'10.1.3 11:54 PM고사리가 이처럼 부드럽구나 하고 처음 느끼게 해준곳이 제주 였습니다....
전 그다음부터 고사리 하면 제주 고사리 합니다,,,묵은 것이 아닌 햇 고사리를 만나야 된다는 점이 문제이긴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