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뭔가 새로운 반찬을 상에 올려서 가족들의 평가를 받고 싶은데,
요즘 제가 학업(?)에 뜻이 없는 건지...도통 아이디어가 없어서, 그날이 그날인 식탁을 차렸었습니다.
오늘도,
이제 구우면 한접시 될까말까 할 만큼 남은 돼지불고기와,
어제 먹고 남은 어묵국을 데워서 저녁식탁을 차리려던 순간 스치고 지나간 것...
도토리전이었습니다.
언젠가 TV를 보니까 시골할머니께서 도토리전을 얇다랗게 부치셨는데,
거무스름한 것이 퍽 맛있어 보였습니다.
부침용 도토리가루가 따로 있는 지 없는 지는 모르겠으나, 묵용 가루는 좀 있길래,
나름 도토리전을 부쳐봤습니다.
도토리가루만으로 부쳤다가 실패하면 도토리가루가 아깝지 싶어서.
밀가루를 섞었어요.
우선 김치를 송송 썰어서 참기름과 후추를 조금 넣어 조물조물 무쳐놨는데,
이 무친 김치가 약 반컵 정도,
이 무쳐놓은 김치에 밀가루 반컵, 도토리가루 ¼컵을 넣은 후 물 반컵을 넣어서 반죽했습니다.
아, 소금 조금 넣어 간했어요.
김치의 국물을 쪼옥 짜지 않았기 때문에 물을 반컵 정도 넣었어도 반죽이 되지는 않았어요.
반죽을 약간 질쭉하게 한 다음 팬에 식용유를 넣고 충분히 달궈진 후 지져냈습니다.
이렇게 하면 프라이팬에 딱 한장 부칠 수 있습니다.
맛은요..
일단 기대했던 것 만큼 도토리맛은 나지 않습니다.
심지어 도토리가루가 들어갔는지 안들어갔는지 식구들이 모를 정도.
그런데요, 밀가루만 넣어 부친 김치전보다 식감이 좋아요.
전의 가장자리는 바삭바삭하고, 씹으면 약간 쫄깃쫄깃한 맛도 있습니다.
밀가루만 부쳤을 때보다 살짝 구수한 맛도 있구요, 뒷맛은 약간 쌉싸레하기도 해요.
암튼 오늘 식구들이 너무 잘 먹어서,
처음에 딱 한장만 부쳤는데, 먹다말고 다시 김치썰고 반죽하고 해서 한장 더 부쳐 먹었어요.
혹시, 댁에 도토리묵가루가 있으시다면 김치전 부치실때 조금 넣어 보시어요.
'괜 찮 다아~~'하실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