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의 마지막 주말 잘 보내셨어요??
낼 모레면 어느새 12월, 송년모임이니, 연말 결산이니..마음이 바빠지는 때입니다.
회사 다닐때, 12월에는 정말 바빴습니다.
연말결산이니 신년특집이니 해서 일도 많이 해야했고, 여기저기 모임에 얼굴도 내밀어야 했었죠.
요즘은 송년모임도 별로 없어서, 그리 바쁠 것도 없지만, 마음만 공연히 부산해집니다.
아, 실은....송년모임이 없는 게 아니라 참석해야할 모임 조차 안나가는 거죠.
일년에 한번 삐쭉 만나서 밥먹고 술마시는 모임이 왜 그렇게 싫은지...ㅠ.ㅠ
아니 그보다는 학교 졸업한 지 언젠데...30년이나 됐는데...아직도 그때 누가 누굴 좋아했고, 누가 어디서 뭐했고...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그런 얘기가 재미 없고, 지루하기만 한 거 있죠?
제가 참 성격이 못됐어요.
한달쯤 전, 밖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모르는 번호의 전화는 안받는다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저는 업무일지도 몰라서 다 받습니다.
전화를 받으니, 처음에는 웬 모르는 남자 목소리로 "김혜경씨 핸드폰입니까?"하는 거에요.
그렇다고 하니까, 금세 반말로 나 누군데 기억나냐고 하는데, 누군지 알겠더라구요.
대학교 입학 1년 선배로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에 남아있었어요.
대학 다닐때도 별로 가깝지 않았고, 서로 전화라도 한통 한 적 없는, 얼굴과 이름 정도 기억나는 그런 선배입니다.
그런 선배가 전화를 해서, 어떻게 지내냐고 하더니,
우리과 여자동기들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하면서, 누구는 어느 대학 교수라며, 누구도 어느 대학 교수라더라하며,
짚어나가기 시작하는데...짜증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거에요.
밥 먹던 중이라 한손에는 수저를 들고, 한손에는 핸드폰을 든 채로,
입학동기라고는 해도 저랑 코드가 맞지 않아 별로 친하지 않던 여자동창들 근황을 나누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 선배 한참 얘기중인데, 제가 말을 잘랐습니다.
"그런데요, 선배, 제가 지금 전화를 오래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요, 나중에 통화하시면 안될까요?" 해버렸습니다.
그 선배는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어요.
그러고 났는데, 그 일이 제 마음에 남아 영 찜찜합니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저에게까지 전화해서,
차마 말 꺼내기 어려운 부탁을 하려고 했던건데 제가 그렇게 매몰차게 말을 잘라버린건 아닌지...
용건이 뭔지 듣기라도 할 걸 그런 건 아닌지...
제가 바라는 저라는 사람은,
마음이 넉넉하고 푸근한 사람,
사람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넘치는 사람이고 싶은데,
그건 바램일뿐, 아직도 너무 팍팍하고, 칼칼한 것 같아서, 가끔은 제가 싫어지기도 합니다.
언제쯤이면 둥글둥글한 인간성의 소유자가 될 수 있을까요?

저녁에는 자잘한 굴비 몇마리에 다시마국물을 붓고,
고춧가루, 파 마늘, 그리고 국간장을 살짝 넣고 쪄냈습니다.
굴비를 구워먹기만 하다가 찌니까 좀 색다르긴 한데 이렇게 쪄먹는 건 생조기가 훨씬 맛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조기나 굴비를 찔 때마다,
장충동의 한 한정식집에서 너무 맛있게 먹은 부서찜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조리합니다만,
영 그맛을 낼 수 없습니다.
뭐였을까...역시 조미료였을까? 아님 설탕?
조만간, 우리집 절대미각을 한번 모시고 가서, 양념을 분석해볼까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