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슬로 푸드 3 [도가니탕]
국물도 진하게 우려내고, 건더기도 푸짐하게 줘서, 곧잘 사다먹고 했던 식당이 있었습니다.
그 식당 문닫았냐고요? 아닌데 왜 과거형이냐고요?
제 맘 속에는 문 닫은 식당이기 때문입니다. ^^;;
그집에서 수육 하나에 탕 일인분 사오면 두끼 정도, 도가니수육을 푸짐하게 아주 잘 먹을 수 있어서,
정말 밥하기 싫을때, 정말 국 끓이기 싫을 때 애용했었는데요,
지난번에 경주 여행가면서 집에 남은 식구들을 위해서 탕을 일인분씩 포장해서,
이인분을 사다놓고 떠났습니다.
돌아와보니, 일인분은 뜯어서 먹다말았고, 또다른 일인분은 아예 손도 대지 않은거에요.
왜 그랬지 하고 국을 데워보니, 정말 먹을 수 없을 만큼 누린내가 진동을 했어요.
포장을 뜯지 않은 상태로 김치냉장고 안에 있던 것도 마찬가지.
이럴때, 제 소심한 복수는 다시는 그집엘 가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집에 대해 묻는 사람들에게는 '지난번에 사보니 그 집 도가니탕 냄새나더라'라고 소문도 내주면서..
겨울에는 그저 뜨끈한 국이 제일입니다.
사실, 사계절에 어느때고 국이 싫은 건 아니지만, 끓이는 사람 입장으로는 겨울이 제격입니다.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뺄 때도 상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고을 때는 집안 공기까지 따뜻해져서 난방 따로 하지 않아도 되고,
또 다용도실에 내놓으면 기름이 금방 엉겨붙어 기름 걷어내기도 좋고...
해서 겨울이면 사골에, 꼬리에, 갈비마구리에 고아대기 일쑤입니다.
이번에는 2박3일동안 도가니를 고았어요.
고는 과정이나 과정사진은 만년초보님 글을 보시면 많이 도움이 되실 거에요.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kit&page=1&sn1=&divpage=7&sn=on&ss=o...
또 히트레시피에도 일반적인 사골곰국 끓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recipe&page=1&sn1=&divpage=1&categor...
그저께부터 도가니의 핏물을 빼고,
어제 하루 종일 도가니 고아서,
오늘 아침에 기름기 걷어낸 후 점심부터 먹기 시작했습니다.
곰통 한솥 가득한 국을 보면...정말 뿌듯하지요, 반찬 걱정, 국 걱정 덜었다는 기쁨에...
도가니탕 끓일 때 한가지만 팁을 더 드린다면요,
다른 뼈보다 도가니뼈나 우족은 콜라겐이 많아서 국이 식으면 국물이 젤리처럼 굳어버려요.
그러니까 기름을 걷을 때 완전히 식힌 후 걷어도 상관없지만, 끓이는 동안 살살 걷어내는 것도 괜찮아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뼈 고을때의 팁인데요,
국물이 설렁설렁 끓을 정도로 중불 정도에서 고아야 잘 고아집니다.
너무 낮은 온도에서 고으면 국물이 잘 우러나지 않습니다.
슬로쿠커에 사골이 고아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온도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요, 드실 때는요, 반드시 드실 만큼 덜어내서 데워서 드세요.
뼈 고은 국들, 큰 통에 담은채로 먹을 때마다 데우면, 서너번만 데우면 국에서 누린내가 아주 심하게 납니다.
꼭 드실 만큼 덜어서 데워서 드세요, 잘 고는 것 만큼 드시는 방법도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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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옛사랑
'09.12.13 2:03 PM한밤중에 사진을 보니 도가니탕 생각이 너무 간절하네요.
여기서는 도가니를 구할수 있을지 모르겠는데(캐나다예요)
꼬리라도 사다 고아 먹어야겠어요^^2. 김혜경
'09.12.13 2:13 PM옛사랑님,
꼬리곰탕도 맛있죠, 도가니탕 다 먹고 나면, 좀 쉬었다가 고기가 많이 붙어있는 알꼬리 사다 고을까 싶어요.
국 하나면 다른 반찬은 좀 소홀해도 되니까...3. 뉴욕캔디
'09.12.13 2:22 PM지금 감기 때문에 일주일째 고생 중인데....
이 도가니탕 한그릇 에 밥 말아 훌훌~~~~마시면 다 나을것 같아요.
오늘 하루 종일 먹은거라고는 오렌지와 쿠키 그리고 커피가 다....
맛 있는 한국음식 먹기 힘든 뉴욕에서 감기 걸려 슬프네요ㅠㅠ4. 김혜경
'09.12.13 2:37 PM뉴욕캔디님,
감기에는 잘 드셔야해요, 뭐라도 영양가 있는 음식 챙겨서 드세요.
얼른, 뭘 좀 드세요. 오렌지 쿠키 커피..아니되옵니다...밥을 드셔야해요.5. 엘도라도
'09.12.13 2:53 PM저도 잡뼈 사서 고으는데 온집안이 뼈국냄새 진동해서 가끔 환기해주네요^^
근데 잡뼈 고은것으로 무슨국끓여야 맛있죠?6. 상큼마미
'09.12.13 2:55 PM먹을만큼 덜어서 먹는거군요^^
귀찮아서 그냥 데워서 먹었는데.....
먹을수록 냄새가 나길래 식으면 그런건가부다 했어요
샌님의 요런팁(?) 정말 유용해요^^
어디서도 볼수없는 82만의 팁!!!!!!!!!!
감사드려요~~~~~~~~7. 작은기쁨
'09.12.13 5:26 PM앗, 저도 도가니 탕 끓였어요
지난 번에는 아주 약한 불로 마냥 끓였다가 낭패를 보아서
이번에는 뼈가 들썩일만큼 중불로 끓였더니 대성공입니다 ^^8. 그린
'09.12.13 9:06 PM에그머니나....
선생님 그 집이 그렇게 망가졌어요?@@
저도 다녀온지 오래인지라 그럴 줄은 몰랐는데
저도 제 맘에서 지워버립니다...ㅠㅠ
제발 초심을 잃지 않는 그런 식당들이 남아주기를 기대하는
제 마음이 사치가 아니기를 빌어봅니다만
요즘같은 세상엔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인가봐요.
더구나 내일부터 쨍~한 겨울날씨로 돌아온다는데
든든한 식사 한 끼는 거뜬히 차리시겠네요.
비록 춥다춥다 투정을 부릴지라도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겠죠?
운동하러 나가실 때 따뜻하게 챙겨입으시는 거 잊지마세요~~^^9. 은석형맘
'09.12.14 12:50 AM그 집이 그리 되었군요...
제작년부터 가질 않아 그 정도로 변했는지도 몰랐네요.
며칠 전 친정식구들과 가족여행 갔다가
횡성 한우마을에서 잡뼈와 스지만을 사와 국물을 냈는데(본래는 육수용으로 사용하려 했어요.김치찌개 같은데에 스지를 넣은 육수를 넣으면 좋아하더군요...) 사골 못지않은 맛이 나서 그냥 곰탕으로 먹었습니다.
도가니,우족도 구입하고 싶었지만 끓일 자신이 없어 패스했는데
이 글을 보니 아쉬워요.
고기 좋아하는 식구들이 한동안 절제하며 먹고 살았는데
육식인간 본성이 드러나더군요..ㅠ.ㅠ
아흑...먹이는 주체라는게 너무 힘들어요..........
맘 같아선 채식하며 살고 싶지만....흑...
제 입맛을 아시는 분들이 들으시면 코웃음 나겠지요...^^;;;10. 커피번
'09.12.14 8:42 AM지난번 도가니 사서 핏물 빼고 데쳐놓은거 3개 남았었어요.
(들통이 작아서 다 못끓였거든요.)
맨날 냉동실 보며 저걸 먹어야 하는데...하다가
지금 막 불에 올렸네요.
오늘 날씨도 추운데, 뜨끈한 도가니탕 한뚝배기
멕!여야 겠어요.11. 만년초보1
'09.12.14 9:21 AM세...세상에 제 글이 혜경쌤 글에 등장하는 날이 올 줄이야!!
저 유자 10kg 배달 받아놓고는 주말 내내 앓아 누워서 손대 못대고,
주말 동안 고작 누룽지탕 끓여 준 게 다인데, 다시 힘을 내서 불끈!12. 다섯아이
'09.12.14 9:43 PM↑위에 만년초보님 덕에 10키로 사다가 가마솥에 푹~~
너무나 잘먹고 있어요~~여기서~감사^^
혜경샘 말씀대로 먹는방법이 중요한것 같아요~
왜 누린내가 나는가 했네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