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도 진하게 우려내고, 건더기도 푸짐하게 줘서, 곧잘 사다먹고 했던 식당이 있었습니다.
그 식당 문닫았냐고요? 아닌데 왜 과거형이냐고요?
제 맘 속에는 문 닫은 식당이기 때문입니다. ^^;;
그집에서 수육 하나에 탕 일인분 사오면 두끼 정도, 도가니수육을 푸짐하게 아주 잘 먹을 수 있어서,
정말 밥하기 싫을때, 정말 국 끓이기 싫을 때 애용했었는데요,
지난번에 경주 여행가면서 집에 남은 식구들을 위해서 탕을 일인분씩 포장해서,
이인분을 사다놓고 떠났습니다.
돌아와보니, 일인분은 뜯어서 먹다말았고, 또다른 일인분은 아예 손도 대지 않은거에요.
왜 그랬지 하고 국을 데워보니, 정말 먹을 수 없을 만큼 누린내가 진동을 했어요.
포장을 뜯지 않은 상태로 김치냉장고 안에 있던 것도 마찬가지.
이럴때, 제 소심한 복수는 다시는 그집엘 가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집에 대해 묻는 사람들에게는 '지난번에 사보니 그 집 도가니탕 냄새나더라'라고 소문도 내주면서..

겨울에는 그저 뜨끈한 국이 제일입니다.
사실, 사계절에 어느때고 국이 싫은 건 아니지만, 끓이는 사람 입장으로는 겨울이 제격입니다.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뺄 때도 상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고을 때는 집안 공기까지 따뜻해져서 난방 따로 하지 않아도 되고,
또 다용도실에 내놓으면 기름이 금방 엉겨붙어 기름 걷어내기도 좋고...
해서 겨울이면 사골에, 꼬리에, 갈비마구리에 고아대기 일쑤입니다.
이번에는 2박3일동안 도가니를 고았어요.
고는 과정이나 과정사진은 만년초보님 글을 보시면 많이 도움이 되실 거에요.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kit&page=1&sn1=&divpage=7&sn=on&ss=o...
또 히트레시피에도 일반적인 사골곰국 끓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recipe&page=1&sn1=&divpage=1&categor...
그저께부터 도가니의 핏물을 빼고,
어제 하루 종일 도가니 고아서,
오늘 아침에 기름기 걷어낸 후 점심부터 먹기 시작했습니다.
곰통 한솥 가득한 국을 보면...정말 뿌듯하지요, 반찬 걱정, 국 걱정 덜었다는 기쁨에...
도가니탕 끓일 때 한가지만 팁을 더 드린다면요,
다른 뼈보다 도가니뼈나 우족은 콜라겐이 많아서 국이 식으면 국물이 젤리처럼 굳어버려요.
그러니까 기름을 걷을 때 완전히 식힌 후 걷어도 상관없지만, 끓이는 동안 살살 걷어내는 것도 괜찮아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뼈 고을때의 팁인데요,
국물이 설렁설렁 끓을 정도로 중불 정도에서 고아야 잘 고아집니다.
너무 낮은 온도에서 고으면 국물이 잘 우러나지 않습니다.
슬로쿠커에 사골이 고아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온도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요, 드실 때는요, 반드시 드실 만큼 덜어내서 데워서 드세요.
뼈 고은 국들, 큰 통에 담은채로 먹을 때마다 데우면, 서너번만 데우면 국에서 누린내가 아주 심하게 납니다.
꼭 드실 만큼 덜어서 데워서 드세요, 잘 고는 것 만큼 드시는 방법도 중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