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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내가 베이킹을 기피하는 이유[스콘]

| 조회수 : 11,201 | 추천수 : 75
작성일 : 2008-01-04 11:02:22


어제 마트에 갔다가 마침 무염버터가 눈에 띄길래 집어들었습니다.
마치 베이킹에 열심인 사람처럼...
무염버터도 사왔길래, 오늘 아침 스콘을 구웠어요.
따끈할 때 딸기잼 듬뿍 발라서 좀 먹어볼까하구요.

한때는 만들기 쉽다는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 스콘을 열심히 구운 적도 있는데,
요즘은 통 안구웠더니, kimys 먹어본 적 없다고 하네요.
제가 아주 미칩니다요. 몇번씩 해준 음식도 몇년 건너뛰면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이라고 잡아떼는데...

스콘 구워서 딸기잼 듬뿍 발라 먹으면서...'역시 베이킹은 할 것이 못돼!!' 하며,
제가 베이킹을 하지 않는 이유를 재확인했습니다.

'요리가 좋아지는 부엌살림'의 소형전기오븐편 에피소드로 자세히 썼으니까,
여기서 더 쓸 필요는 없겠지만, 암튼 저도 한때는 베이킹을 즐기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지금보다 재료도 다양하지 않고, 도구도 부실하던 시절 쿠키며 파운드케이크며 열심히 구웠더랬죠.
그랬는데..해보니까...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못하겠더라 이겁니다.

첫째, 베이킹은 완전 군일이에요.
밥 대신 빵을 먹기도 하지만, 그래도 식사보다는 간식으로 먹기 십상이니까,
식사준비는 식사준비 대로~ 베이킹은 베이킹 대로~...완전 추가 일이잖아요.
저같은 귀차니스트...제과점으로 달려가는 것이 더 적성에 맞습니다요..^^

둘째, 더 먹게 돼요.
확실히 집에서 베이킹을 하면, 사다먹는 것보다 더 먹게되는 것 같아요.
다들 공감하시잖아요, 베이킹은 다이어트의 적이라고.

세째 돈 진짜 많이 듭니다.
재료비, 참 많이 드는 것 같아요.
밀가루 버터 생크림 치즈 달걀 등등등...사먹는 것보다 만들어 먹는 것이 싸게 먹힌다는데,
저의 체감 지출은 만들어먹는 것이 훨씬 비싸다고 느껴지는 건 웬일이죠??

네째, 레시피에 충실해야해요.
우리 음식은 있으면 넣고 없으면 빼고~~
전 이런 융통성이 너무너무 좋거든요.
그런데 베이킹은 레시피에 충실해야 하잖아요.
오늘 스콘만 해도, 체다치즈를 넣어야 하는 걸 없길래 슬라이스치즈를 쪼개넣었더니,
체다치즈를 넣을 때 비해서 짜고, 거죽이 타고...ㅠㅠ...

다섯째, 망쳤을 때 수정이 안됩니다.
국을 끓일 때 끓이다 싱거우면 국간장 더넣고, 짜면 육수 만들어 부은 후 다시 끓이고,
나물도 무쳐가면서 간을 보니까 입맛에 딱 맞게 만들 수 있는데,
베이킹은 조리 도중에 수정이 안됩니다.
오늘 스콘도..두판 나눠서 구웠는데,
예전 오븐 생각하고 15분에 맞췄는데 결과물을 보니까 좀 탄 거에요.
두번째 판은 10분으로  했더니 딱 알맞게 나왔어요.
음식은 만들면서 조리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데, 베이킹은 안되잖아요.
심지어 케이크 같은 건 조리 도중에 오븐 문을 열면 내려앉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잘못 식히면 쪼개지기도 하고. ㅠㅠ

여섯째 설거지가 너무 많이 나옵니다.
베이킹은 진짜 한번 하고 나면 부엌이 폭탄이 되어버리죠.
오늘만 해도, 볼 2개,도마 칼 계량스푼 계량컵 체 알뜰주걱 팬 기타등등, 설거지 진짜 많아요.
칼 도마 조리용스푼 냄비나 볼이면 끝나는 우리 음식과는 게임이 안됩니다.ㅠㅠ


해서....역시 나는 베이킹 체질이 아냐...하고 접기로 했는데..
저 많은 무염버터는 어찌 해야할 지...저거 다 쓸때까지는 해야하는 건지..후회막급입니다요...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또하나의풍경
    '08.1.4 11:12 AM

    ㅋㅋ 선생님 말씀 구구절절히 다 옳아요 ㅎㅎ
    저 베이킹 하고나서 제딸과 저 살 엄청 쪘거든요 ㅠㅠ
    게다가 허구헌날 제과제빵 재료 사다가 쟁이다 보니 가정경제는 파탄날 지경이더라구요 -_-;
    저 스콘은 아직 한번도 안만들어봤는데 선생님 만드신거보니 맛있어보여 저도 만들어봐야겠어요 ^^;; 올해부터 다이어트 하려고 했는데 말짱 도루묵되는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ㅎㅎ

  • 2. 준원맘
    '08.1.4 11:28 AM

    선생님 저 생지 시켰어요
    언제 반죽하냐 싶은데 아이들은 쵸코쿠키랑 따뜻한 크라샹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냉동생지를 3만원어치나 시켰어요
    저 잔머리 나름 많이 굴렸지요( 나가고 들어올때 맨손으로 다니지 말라시던 선생님 친정어머니의 가르치심을 다시 기억하며)
    무엇이 효율적인지 생각해서 시켰어요

    정성은 덜 한거 같지만
    요사이 82음식따라잡기 하다가 가계부에 구멍날 지경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하루하루 좋은 날 되세요(꾸벅)

  • 3. Pinkberry
    '08.1.4 11:45 AM

    베이킹 재료가 한국에 비해 저렴한
    미국에서도 한국식 식사 습관에 물들어 있는 남편은
    밥 대신 빵으로 식사를 대신하지 않지요.
    세끼 중간 중간의 간식으로 오며 가며 집어 먹지만...^^
    보람이 있다면 우리가 먹는 빵과 페이스츄리에
    방부제와 다른 이상한 재료를 넣지 않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있다는 것 한가지...

  • 4. 원주민
    '08.1.4 11:46 AM

    저도 이런이유로 요즘 . 베이킹과 소원해 졌어요~~
    그런데 가끔 따뜻한 빵이 생각나기도하구요~~

  • 5. 호기심짱
    '08.1.4 11:46 AM

    어제 혜경샘 tv에서 보고 "앗! 낯익은 얼굴?" 얼마나 반가왔는지 모른답니다.열심히 웃으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구요. 복근운동 젤 잘한다고 칭찬받으신 기분 어떠세요.하하하.
    저도 요즘 방학이라 베이킹에 다시 눈돌렸는데 어제는 82쿡에서 훔친 레시피로 kfc비스켓이 재료비도 안들거 같애서 커피랑 마시려고 한판 구웠는데 오며가며 다 먹어버렸더니 으---악 저녁때 체중 장난 아닌 거 있죠? 다신 안 만들어야지 결심했는데 샘의 스콘 때문에 다시 들썩들썩 생숭거리네요.

    새해에도 어제 환하게 웃으시던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가셨음 좋겠어요.

  • 6.
    '08.1.4 12:23 PM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 베이킹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감할 것 같아요.
    그래도 갓 구운 빵 맛을 잊지 못 해 중독처럼 굽기도 하고 주변 분들에게 선물하면 환해지면서 맛있게 먹겠다고 말씀하시는 얼굴 생각이 나서 베이킹에 매진하기도 해요.
    전 설거지 많이 나오는 게 제일 곤란해요.
    저를 포함해서 가족들은 밥이든 빵이든 과일이든 먹고 배만 부르면 식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 가끔 빵 왕창 구워놓고 밥을 안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 7. 영맘
    '08.1.4 2:19 PM

    저도 선생님 의견에 적극 동감,찬성 ,,,하지만
    그냥 베이킹해요.ㅜㅜ
    왜냐하면 초기비용이 이미 많이 지출된후이고 우리
    아이들때문에요.둘째 빵돌이 때문에 유기농재료에 좋은재료 먹인다고요.
    요즘 유기농 밀가루로 만들었다는 빵은 가격이 비싸서 사려면 손 떨려요.
    그리고 전 요새 막가파라 재료도 그냥 대충넣고 지맘대로 베이킹을 하는데
    그냥저냥 먹을만해요.또 오븐에 이미 들어간것도 깜박한 재료가
    있으면 빼서 다시 섞어 넣어 익혀 먹기도 하고...
    설겆이...중요하죠.저도 게으름에 절정인지라 ㅎㅎ
    따로 개량안해놓고 저울위에 그릇째 놓고 재료넣고 0점놓고 다른재료 넣고
    하면서 설겆이 최대한 줄이고 다 끝난후엔 젤로 뜨거운물 쏴 틀어서 헹궈놓고
    설겆이하면 좋더라구요.
    언제까지 할지는 몰라도 구입해놓은 장비(?)들때문에 쉽게 포기 못해요.
    선생님...베이킹 기피하지마시고 좋은 레시피 많이 알려주세요,네?

  • 8. 착한여우
    '08.1.4 6:21 PM

    저는 이제 오븐을 장만했답니다.....^^ 그래서 아직 머 오븐용품도 없지만서두 맘만은 벌써
    파티쉐가 된기분???? 언제쯤 베이킹에 도전해볼진 몰겠으나 샘의 스콘을 보니 빠른시일내에
    도전해봐야겠어요.....

  • 9. 제제의 비밀수첩
    '08.1.4 8:00 PM

    선생님 전 82알고부터 식비가 너무들어 엥겔계수가 주체할 수 없게 된 후로.........그것이 부식꺼리일때는 괜찮았는데...... 이제는 제빵과 제과에까지 발을 넓혀 정말 가정경제 파탄나게 생겼습니다요. 으윽........... 82넘 무서워...... 선생님의 스콘 넘 넘 맛나게 보여요. 저도 얼마전에 올라온 스콘 레시피 인쇄해놨는데 자꾸만 자꾸만 미루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뱃살이 가슴을 압박하여....... 잠시 잠깐 쉬려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요즘은 카페를 차린 친구가 젤라또를 얹어먹을 와플을 연구하는 바람에 저희집 식구모두 일주일째 와플만 먹어대고 있답니다. 어찌 만들면 와플 맛나게 잘 될까요 ? ........ 아이고 이야기가 옆으로 세어버렸네....... 어쨌던 아이스크림 얹어서 고상하게 포크로 뜯어 먹을 수 있는 와플연구에 오늘 하루도 다 바치고........ 선생님의 스콘까지.... 오늘은 저녁 못먹지 싶습니다. 크크크. 건강하세요.

  • 10. 모야
    '08.1.5 10:33 AM

    공감,공감, 공감~~~~~~~~~~~~~~~~^^

  • 11. 라따뚱이
    '08.1.6 2:32 AM

    호호호 제가 베이킹을 안해야 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셔서
    너무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울 아이들 엄마표를 맛보지 못하는 아픔이 있긴 하겠지만
    언제가 시도해야지 벼르던 맘을 다시 다잡아야겠어요^^;;

    이노무 귀차니즘을 누가 이기겠어요 으아앙

  • 12. 자목련
    '08.1.10 11:41 AM

    제가 베이킹을 살짝 접은 이유를 적어 놓은듯합니다.

    또 한가지 추가하자면,

    베이킹이라고 할라치면, 애들도 하겠다고 난리쳐서 같이 해야합니다. ㅠㅠ

    같이 하면 어케 되는지는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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