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마트에 갔다가 마침 무염버터가 눈에 띄길래 집어들었습니다.
마치 베이킹에 열심인 사람처럼...
무염버터도 사왔길래, 오늘 아침 스콘을 구웠어요.
따끈할 때 딸기잼 듬뿍 발라서 좀 먹어볼까하구요.
한때는 만들기 쉽다는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 스콘을 열심히 구운 적도 있는데,
요즘은 통 안구웠더니, kimys 먹어본 적 없다고 하네요.
제가 아주 미칩니다요. 몇번씩 해준 음식도 몇년 건너뛰면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이라고 잡아떼는데...
스콘 구워서 딸기잼 듬뿍 발라 먹으면서...'역시 베이킹은 할 것이 못돼!!' 하며,
제가 베이킹을 하지 않는 이유를 재확인했습니다.
'요리가 좋아지는 부엌살림'의 소형전기오븐편 에피소드로 자세히 썼으니까,
여기서 더 쓸 필요는 없겠지만, 암튼 저도 한때는 베이킹을 즐기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지금보다 재료도 다양하지 않고, 도구도 부실하던 시절 쿠키며 파운드케이크며 열심히 구웠더랬죠.
그랬는데..해보니까...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못하겠더라 이겁니다.
첫째, 베이킹은 완전 군일이에요.
밥 대신 빵을 먹기도 하지만, 그래도 식사보다는 간식으로 먹기 십상이니까,
식사준비는 식사준비 대로~ 베이킹은 베이킹 대로~...완전 추가 일이잖아요.
저같은 귀차니스트...제과점으로 달려가는 것이 더 적성에 맞습니다요..^^
둘째, 더 먹게 돼요.
확실히 집에서 베이킹을 하면, 사다먹는 것보다 더 먹게되는 것 같아요.
다들 공감하시잖아요, 베이킹은 다이어트의 적이라고.
세째 돈 진짜 많이 듭니다.
재료비, 참 많이 드는 것 같아요.
밀가루 버터 생크림 치즈 달걀 등등등...사먹는 것보다 만들어 먹는 것이 싸게 먹힌다는데,
저의 체감 지출은 만들어먹는 것이 훨씬 비싸다고 느껴지는 건 웬일이죠??
네째, 레시피에 충실해야해요.
우리 음식은 있으면 넣고 없으면 빼고~~
전 이런 융통성이 너무너무 좋거든요.
그런데 베이킹은 레시피에 충실해야 하잖아요.
오늘 스콘만 해도, 체다치즈를 넣어야 하는 걸 없길래 슬라이스치즈를 쪼개넣었더니,
체다치즈를 넣을 때 비해서 짜고, 거죽이 타고...ㅠㅠ...
다섯째, 망쳤을 때 수정이 안됩니다.
국을 끓일 때 끓이다 싱거우면 국간장 더넣고, 짜면 육수 만들어 부은 후 다시 끓이고,
나물도 무쳐가면서 간을 보니까 입맛에 딱 맞게 만들 수 있는데,
베이킹은 조리 도중에 수정이 안됩니다.
오늘 스콘도..두판 나눠서 구웠는데,
예전 오븐 생각하고 15분에 맞췄는데 결과물을 보니까 좀 탄 거에요.
두번째 판은 10분으로 했더니 딱 알맞게 나왔어요.
음식은 만들면서 조리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데, 베이킹은 안되잖아요.
심지어 케이크 같은 건 조리 도중에 오븐 문을 열면 내려앉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잘못 식히면 쪼개지기도 하고. ㅠㅠ
여섯째 설거지가 너무 많이 나옵니다.
베이킹은 진짜 한번 하고 나면 부엌이 폭탄이 되어버리죠.
오늘만 해도, 볼 2개,도마 칼 계량스푼 계량컵 체 알뜰주걱 팬 기타등등, 설거지 진짜 많아요.
칼 도마 조리용스푼 냄비나 볼이면 끝나는 우리 음식과는 게임이 안됩니다.ㅠㅠ
해서....역시 나는 베이킹 체질이 아냐...하고 접기로 했는데..
저 많은 무염버터는 어찌 해야할 지...저거 다 쓸때까지는 해야하는 건지..후회막급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