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매생이를 구하면 매생이전을 꼭 부쳐봐야지 하고 벼르고 벼르던 중..드뎌 오늘 실행에 옮겨봤습니다.
며칠전 매생이를 주문하고,
오늘 받을거라는 문자까지 왔길래 나가서 굴을 사가지고 들어왔는데...매생이가 도착해있지 않은 거에요.
허걱..이거 큰일났다 싶더라구요..뭘 해서 밥을 먹냐구요...굴 밖에 안 사왔는데..
김치국이나 끓일까 하고 냉동실의 고기를 꺼내놓았는데,
바로 그 순간 택배가 도착하여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국 끓일 만큼만 씻고, 나머지는 냉동실에 꾸역꾸역 넣은 후,
국 끓일 매생이중 아주 조금 덜어내어..부침가루반죽에 섞었어요.
처음 해보는 거라, 반죽의 농도를 어느 정도로 해야하는 건지 잘 몰라, 그냥 대충~ 눈짐작으로 부쳤습니다.
절반은 부침가루를 너무 적게 넣은 것 같고,
나머지 절반은 부침가루를 좀더 넣었습니다.
결론은....
뭐, 그런대로 먹을만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해먹을만큼 맛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국이 훨씬 낫습니다.
매생이전을 먹으면서, 느낀 건,
향긋해서, 밥 말아 먹으면 술술 넘어가는 매생이국이, 결코 매생이 맛이 아니더라 이겁니다.
매생이맛보다는 오히려 굴이나 참기름, 파 맛이 아닌가 싶었어요.
매생이 고유의 무슨 맛이 있다면 매생이전에도 그 맛이 살아날텐데..뭐, 이렇다할 맛은 없었던 것같아요.
결국,
매생이국도 사람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생이 혼자 잘나서 맛있는게 아니라, 굴, 참기름, 국간장, 파가 잘 어우러져서 비로소 그 맛을 내는 것이고,
매생이의 역할이란 어쩌면 그저 시각적으로 맛있는 녹색을 내준다는 거, 술술 넘어가는 식감을 느끼게해준다는 거,
뭐 그 정도가 아닌가 싶어요. 어쩌면 굴보다도 더 비중이 작은 건 아닌 가 싶기도 하구요.
사람도 그렇잖아요, 아무리 잘났다고...자기 혼자, 이 세상을 사는 건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그럴 때 비로소 빛도 나고 하는 거죠.
암튼...매생이전이 실망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다시는 못부칠 것 같아요.
맛도 맛이지만, 우리 시어머니 그러시네요,
"이 비싼 걸로 이걸 했냐? 국이나 끓이지"
어머니, 매생이전, 국 끓일 매생이 조금 덜어내서 부친 거거든요, 하고 퐁당퐁당 말대답하고 싶었는데,
그냥 삼켰습니다.
제가 삼켜야지 어쩌겠습니까?
p.s.
이보쇼, 띠동갑 친구들...매생이 구해놨는데...
매생이국 드시러 오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