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 후배들을 초대한 날이라서, 낮에 멀쩡하게 마트에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어이없게도...저녁에 뭘 먹어야할 지 막막한 거에요.
저녁에 먹을 걸 준비하지 않은 거 있죠??
굴이라도 한봉지 사들고 왔으면 굴떡국을 끓일텐데...,
국거리 쇠고기라도 좀 사들고 왔으면 무국이라도 끓일텐데....
아무 생각없이 마트에 다녀오느라..뭘 먹어야할지..
그래도 반찬은 세 종류의 김치에, 세가지의 젓갈, 구운 김, 장아찌, 그리고 고기, 이럭저럭 먹을 것 같은데,
문제는 국물이죠.
거의 항상 있는 두부 한조각도 없고...
냉장고의 냉기가 빠져나가든 말든, 냉장고 문을 열어놓고 한참 들여다보니까,
이것저것 뒤죽박죽인 냉장고 속에,
엊그제 조리하지 않은 상태로 물에 담가 냉장고 안에 넣어둔 무청시래기가 보이는 거에요.
에라 모르겠다...분명 kimys , 무청 시래기라면 매일 해줘도 불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렷다!!
아무리 그래도 똑같이 해줄 수는 없는 일,
무청시래기 잘라서 된장과 들기름, 천연양념가루에 조물조물 무쳐뒀다가,
냄비에 넣고 어느 정도 볶아준 후 진하게 우린 멸치국물을 충분하게 부어서 끓여줬어요.
시래기는 밥에 얹어서 먹고, 국물은 떠먹고...잘 먹기는 했는데..
이제 한동안 시래기 반찬 안하려구요.
이렇게 거푸 상에 올리고 나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어김없이 작용, 인기가 반감되더라구요.
한동안은...안 하려고 하는데....저도...무청시래기 말고, 배추의 겉잎을 말린 시래기 해먹고 싶어요.
배추잎 말린 것도 된장찌개에 넣어먹으면 진짜 맛있는데...
배추 시래기는 또 어디가서 구하나...홍은동 시장에라도 가서, 배추 가게 옆에서 줏어와야 하나?

내일 후배들 온다고..
너무 안써서 먼지 묻은 와인잔도 꺼내서 닦아주고,
물컵도 다시 한번 닦아주고,
어떤 와인이 좋은 건지 잘 모르니까 적당해보이는 거 몇병 꺼내놓고,
오래 안써서 색이 죽은 손님용 은수저도 닦고 하니까...
kimys가 그러네요.."우리 집 사상 가장 성대한 손님상"이라고...
그런데 실은 겉치레만 번드르르할뿐...실속은 별로 없습니다...
메뉴가 고작, 훈제연어와 싹채소 샐러드, 찹쌀탕수육, 해삼탕, 녹두전, 그리고 곤드레밥입니다.
웃기죠? 한식도 아니고, 중식도 아니고...그만큼 편한 사이니까...그냥 편하게 준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