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후배들과 같이 먹을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건강이 제게 있고...
오늘 점심상을 준비하면서..내내 즐거웠습니다... '아..난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뭘 더 바라겠나' 하면서요.

오늘 후배들 점심상 차린다고..어제부터 분주했더랬습니다.
와인잔 물잔 꺼내서 닦고, 손님용 수저도 닦고,
와인도 꺼내고...
이러는 모습을 본 kimys, "그렇게 좋아?? 입이 귀에 가서 걸렸네!"하네요. ^^
"그럼 좋지!!!"

그릇은 뭘 쓸까 고민하다, 메인은 로얄 코펜하겐으로 결정했는데, 로얄 코펜하겐이 덜렁 두장뿐이라,
일단 식탁보는 흰색으로 갈아주고, 러너도 군청색으로 갈아주고,
로얄 코펜하겐을 꺼냈습니다.
제 그릇들의 문제가..몇가지, 포트메리온이나 쯔비벨무스터를 제외하고는 2장, 혹은 4장 단위로 사서,
다섯명이 맞춰 쓸 그릇이 없습니다.
그릇장을 한참 들여다보니, 그제서야 보이는 코보의 그릇..
앗싸..하며, 코보의 볼과 작은 사각접시, 그리고 커피잔도 꺼냈습니다.
전을 담을 카라의 길쭉한 접시도 꺼내놓고,
옛날 이태원에서 한장에 만원 주고 사서, 본전을 뽑고도 남은 접시도 챙겨뒀습니다.

오늘 아침, 음식 준비를 대강해놓고, 상을 차렸습니다.
앞앞이 하얀 종이 매트 한장 씩 깔고, 볼과 접시, 수저를 챙겨놓았습니다.

오늘 음식과 김치는 좀 안어울릴 것 같아서, 그저께 준비해둔 중국식 오이피클과
얼마전 만들어둔 간편장아찌를 놓았습니다.

녹두전은 어제 밤에 부쳐뒀다가, 오늘 아침에는 팬에 다시 데우기만 했습니다.
길다란 접시에 늘어놓았습니다.
후배들, 맛있다고 다 먹었어요.

연어는..제게 배신 때렸습니다.
지난번에 그렇게 잘 말아지던 연어가, 오늘은 자꾸 조각조각 나는 바람에, 애를 좀 먹었죠.
그리고, 맛도..지난번보다 살짝 짠듯 싶기도 했어요.
가운데는 싹채소에 과일드레싱 얹었습니다.
지난번에..드레싱 비율 물으셨죠??
과일 100g, 양파 30g, 포도씨 오일 150㎖, 식초 50㎖, 소금 ½작은술, 설탕 1작은술, 후추 조금 넣어서,
한꺼번에 휘리릭 갈았습니다.그런데 이 분량 그대로 하면..무지 많습니다.
가족들과 한번 정도 드실 거라면 ⅓로 줄이셔야할 듯.
통조림 과일을 쓰실 때에는 설탕 넣지 마세요.

최후에 결정한 메뉴, 새우 관자 베이컨말이 입니다.
관자살, 베이컨으로 싸고, 새우도 베이컨으로 싸서, 마늘소금(시판중인 제품 있습니다) 뿌려서 오븐에 구웠습니다.
그런데...제가 참..거시기 한 것이...
관자와 새우, 냉동실에서 꺼내서 녹일 때 산수를 잘못했다는 거 아닙니까?
한꼬치에 관자 2개, 새우 3개 꽂은 것 열 꼬치 만들어야지 했는데...
새우는 30마리 녹이고, 관자는 10마리를 녹였더라는...헉...
해서 꼬치 다섯개 만들고, 나머지 새우는 카레 묻혀뒀다가 간이 좀 밴 후 녹말가루 입혀서 튀겼습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실수를 했는데..베이컨의 짠맛을 계산에 넣지 않아, 좀 짰습니다.
다행히 관자는 살이 두꺼워서 괜찮았는데...새우는 약간 짜서, 베이컨을 벗겨내고 먹었어요.

할때마다 대박치는 메뉴, 찹쌀탕수육입니다.
너무 맛있다고, 어떻게 만드냐고 물어서, 잠시 점심상이 요리강습회가 됐었습니다..^^;;
생각해보니까..고기 때문인 것 같아요.
중국요리책을 보면, 돼지 등심으로 하라고 되어있던데, 저는 꼭 돼지 안심으로 하거든요.
돼지안심 동글동글 썰어서, 방망이로 밀어준 후 생강가루, 후춧가루, 소금 뿌려서 밑간한 다음 튀깁니다.
소문 듣던대로 맛있다고들 해서..뿌듯했습니다.
아무래도..저 식당 차릴까봐요..ㅋㅋ..농담입니다..

해삼탕에는 초고버섯과 죽순을 넣었어요.
평소 김혜경표 해삼탕 답지 않게 해삼이외의 재료가 너무 많이 들어갔어요.
보통은 해삼만 많이 넣고, 다른 재료들은 아주 조금 넣는데, 어쩌다보니 좀 많이 들어갔어요.
그래도 비싼 해삼이 잔뜩 들어갔다고, 맛있다고 해줘서,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밥은 곤드레밥을 하려고 준비해두었는데,
다들 배불러서 못먹는다고 해서, 곤드레밥은 지어보지도 못했습니다.
후배들 얘기가 손이 너무 크다고, 5인분 식탁이 아니라, 10인분 식탁이라네요. ㅋㅋ...
허긴, 보통 20인분 30인분 하다가 5인분 하려니까 분량에 있어 감을 잘 못 잡은 건 사실이에요.
그릇도 좋았대요.. 특히 코보 그릇이 인기짱이었습니다.
그런데..그럼 뭐합니까..요즘은 한국에서 파는 곳이 없는 걸...ㅠㅠ....
12시30분에 시작한 점심이 5시가 다 되어야 끝이 났어요.
아예 저녁까지 먹고가라고 했는데, 다른 일들이 있어서...
다들 맛있다고 먹어주고, 또 남은 음식들 싸달라고 해서, 아주 흐뭇했습니다.
맛없으면 싸달라는 소리는 안했을 거 아니에요. ^^
다음달에도 우리 집에서 밥먹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어요.
뭐, 유린기나 한접시 하고, 부추잡채에 꽃빵 곁들이고,
복어매운탕, 시원하게 끓여서 쌀밥 한그릇 같이 먹으면 되잖아요.
그때쯤이면 김장김치도 맛있게 익을텐데....
오늘 온 후배들, 길게는 22년, 짧아야 15년전부터 친분을 맺어온 후배들입니다.
뭘 숨길 것도 없고, 말로 하지 않아도 속내를 알 수 있는 그런 후배들...
이런 후배들이 제 곁에 있다는 거...정말 행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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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에는 며칠날 오겠다고?? 18일?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