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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즐거운 점심상~ ♪♬ 1

| 조회수 : 16,011 | 추천수 : 128
작성일 : 2007-12-21 18:11:38
제가 밥 같이 먹자고 청하면 멀리서도 달려와 줄 후배들이 있고,
또 후배들과 같이 먹을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건강이 제게 있고...
오늘 점심상을 준비하면서..내내 즐거웠습니다... '아..난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뭘 더 바라겠나' 하면서요.

  


오늘 후배들 점심상 차린다고..어제부터 분주했더랬습니다.
와인잔 물잔 꺼내서 닦고, 손님용 수저도 닦고,
와인도 꺼내고...

이러는 모습을 본 kimys, "그렇게 좋아?? 입이 귀에 가서 걸렸네!"하네요. ^^
"그럼 좋지!!!"




그릇은 뭘 쓸까 고민하다, 메인은 로얄 코펜하겐으로 결정했는데, 로얄 코펜하겐이 덜렁 두장뿐이라,
일단 식탁보는 흰색으로 갈아주고, 러너도 군청색으로 갈아주고,
로얄 코펜하겐을 꺼냈습니다.
제 그릇들의 문제가..몇가지, 포트메리온이나 쯔비벨무스터를 제외하고는 2장, 혹은 4장 단위로 사서,
다섯명이 맞춰 쓸 그릇이 없습니다.
그릇장을 한참 들여다보니, 그제서야 보이는 코보의 그릇..
앗싸..하며, 코보의 볼과 작은 사각접시, 그리고 커피잔도 꺼냈습니다.
전을 담을 카라의 길쭉한 접시도 꺼내놓고,
옛날 이태원에서 한장에 만원 주고 사서, 본전을 뽑고도 남은 접시도 챙겨뒀습니다.




오늘 아침, 음식 준비를 대강해놓고, 상을 차렸습니다.
앞앞이 하얀 종이 매트 한장 씩 깔고, 볼과 접시, 수저를 챙겨놓았습니다.




오늘 음식과 김치는 좀 안어울릴 것 같아서, 그저께 준비해둔 중국식 오이피클과
얼마전 만들어둔 간편장아찌를 놓았습니다.




녹두전은 어제 밤에 부쳐뒀다가, 오늘 아침에는 팬에 다시 데우기만 했습니다.
길다란 접시에 늘어놓았습니다.
후배들, 맛있다고 다 먹었어요.




연어는..제게 배신 때렸습니다.
지난번에 그렇게 잘 말아지던 연어가, 오늘은 자꾸 조각조각 나는 바람에, 애를 좀 먹었죠.
그리고, 맛도..지난번보다 살짝 짠듯 싶기도 했어요.
가운데는 싹채소에 과일드레싱 얹었습니다.
지난번에..드레싱 비율 물으셨죠??
과일 100g, 양파 30g, 포도씨 오일 150㎖, 식초 50㎖, 소금 ½작은술, 설탕 1작은술, 후추 조금 넣어서,
한꺼번에 휘리릭 갈았습니다.그런데 이 분량 그대로 하면..무지 많습니다.
가족들과 한번 정도 드실 거라면 ⅓로 줄이셔야할 듯.
통조림 과일을 쓰실 때에는 설탕 넣지 마세요.




최후에 결정한 메뉴, 새우 관자 베이컨말이 입니다.
관자살, 베이컨으로 싸고, 새우도 베이컨으로 싸서, 마늘소금(시판중인 제품 있습니다) 뿌려서 오븐에 구웠습니다.
그런데...제가 참..거시기 한 것이...
관자와 새우, 냉동실에서 꺼내서 녹일 때 산수를 잘못했다는 거 아닙니까?
한꼬치에 관자 2개, 새우 3개 꽂은 것 열 꼬치 만들어야지 했는데...
새우는 30마리 녹이고, 관자는 10마리를 녹였더라는...헉...
해서 꼬치 다섯개 만들고, 나머지 새우는 카레 묻혀뒀다가 간이 좀 밴 후 녹말가루 입혀서 튀겼습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실수를 했는데..베이컨의 짠맛을 계산에 넣지 않아, 좀 짰습니다.
다행히 관자는 살이 두꺼워서 괜찮았는데...새우는 약간 짜서, 베이컨을 벗겨내고 먹었어요.




할때마다 대박치는 메뉴, 찹쌀탕수육입니다.
너무 맛있다고, 어떻게 만드냐고 물어서, 잠시 점심상이 요리강습회가 됐었습니다..^^;;
생각해보니까..고기 때문인 것 같아요.
중국요리책을 보면, 돼지 등심으로 하라고 되어있던데, 저는 꼭 돼지 안심으로 하거든요.
돼지안심 동글동글 썰어서, 방망이로 밀어준 후 생강가루, 후춧가루, 소금 뿌려서 밑간한 다음 튀깁니다.

소문 듣던대로 맛있다고들 해서..뿌듯했습니다.
아무래도..저 식당 차릴까봐요..ㅋㅋ..농담입니다..




해삼탕에는 초고버섯과 죽순을 넣었어요.
평소 김혜경표 해삼탕 답지 않게 해삼이외의 재료가 너무 많이 들어갔어요.
보통은 해삼만 많이 넣고, 다른 재료들은 아주 조금 넣는데, 어쩌다보니 좀 많이 들어갔어요.
그래도 비싼 해삼이 잔뜩 들어갔다고, 맛있다고 해줘서,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밥은 곤드레밥을 하려고 준비해두었는데,
다들 배불러서 못먹는다고 해서, 곤드레밥은 지어보지도 못했습니다.

후배들 얘기가 손이 너무 크다고, 5인분 식탁이 아니라, 10인분 식탁이라네요. ㅋㅋ...
허긴, 보통 20인분 30인분 하다가 5인분 하려니까 분량에 있어 감을 잘 못 잡은 건 사실이에요.
그릇도 좋았대요.. 특히 코보 그릇이 인기짱이었습니다.
그런데..그럼 뭐합니까..요즘은 한국에서 파는 곳이 없는 걸...ㅠㅠ....

12시30분에 시작한 점심이 5시가 다 되어야 끝이 났어요.
아예 저녁까지 먹고가라고 했는데, 다른 일들이 있어서...

다들 맛있다고 먹어주고, 또 남은 음식들 싸달라고 해서, 아주 흐뭇했습니다.
맛없으면 싸달라는 소리는 안했을 거 아니에요. ^^

다음달에도 우리 집에서 밥먹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어요.
뭐, 유린기나 한접시 하고, 부추잡채에 꽃빵 곁들이고,  
복어매운탕, 시원하게 끓여서 쌀밥 한그릇 같이 먹으면 되잖아요.
그때쯤이면 김장김치도 맛있게 익을텐데....

오늘 온 후배들, 길게는 22년, 짧아야 15년전부터 친분을 맺어온 후배들입니다.
뭘 숨길 것도 없고, 말로 하지 않아도 속내를 알 수 있는 그런 후배들...
이런 후배들이 제 곁에 있다는 거...정말 행운이죠??

@@, ##, $$, &&,
내년 1월에는 며칠날 오겠다고?? 18일? 19일?
3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colada
    '07.12.21 6:16 PM

    우와~~~ 역쉬 대단하십니다~~ ^^

  • 2. 파스텔 공주
    '07.12.21 6:20 PM - 삭제된댓글

    너무 맛있겠고, 테이블 셋팅도 너무 예쁘고요..
    은은한 그릇색깔 들이랑,,정말 너무 멋져요!!

  • 3. bluejuice
    '07.12.21 6:25 PM

    퇴근시간에 잠깐 들어왔는데,
    배에서 꼬르륵 하고 있는데
    보고 있으려니 군침이 꿀꺽~~

    옆에 있는 직원한테는 들리지 말아야 할텐데...^^

  • 4. 크레센도
    '07.12.21 6:37 PM

    저...선생님 후배 할래요....

    인생 후배....받아 주시와용....

  • 5. 왕언냐*^^*
    '07.12.21 7:11 PM

    저두 지금 막 설렁탕 곱배기로 먹고 들어왔는데...
    음식을 보자마자 이 허기짐은 뭐란 말인지요~
    아흑...후배님들이 넘 부러워라.
    저두 곧 돌아오는 손님초대에 샘의 찹쌀탕슉 꼭 해볼꺼예용.

  • 6. 아직은초보
    '07.12.21 8:35 PM

    음식도.. 그릇도.. 선생님의 손맛도 부럽습니다..

  • 7. hesed
    '07.12.21 8:38 PM

    식탁 속의 즐거운 교제가 여기까지 느껴집니다.
    지금 밥통에 밥 앉혀 놓고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밥 한 그릇 갖고 옆으로 꼽싸리 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히트 레시피 찹쌀 탕수육 저도 아주 잘 애용하고 있어요. 정말 바삭하니
    너무 맛있어요^^ 해물탕 한 번도 안 해봤는데 바로 히트 레시피에 있나
    찾아 봐야겠어요. 선생님 식탁에 넋을 잃고 쳐다보다 갑니다~~

  • 8. 미조
    '07.12.21 9:15 PM

    헛, 찹쌀 탕수육,,,저도 조만간 도전해볼래요.
    그릇들도 참하니 이뻐요^^

  • 9. 커피
    '07.12.21 9:29 PM

    히트 레시피에 찹쌀탕수육이 아무리찾아도 없는데요?

  • 10. 그린
    '07.12.21 9:49 PM

    후아~~ 이렇게 멋진 상차림이라니....^^
    선생님의 따뜻한 사랑으로 차려진 점심이라
    후배님들도 더 기쁘게 맛나게 드셨을 것 같아요.
    요즘은 집으로 초대받기 쉽지 않은 세상이잖아요.
    그냥 집밥 먹으러 오라해도 고맙고 반가울텐데
    이렇게 멋지게 한 상 받으셨으니 사진만 보는 저도 배가 부릅니다.ㅎㅎ

  • 11. 꽃님
    '07.12.21 10:09 PM

    바쁘신중에도 잊지 않고 레시피 알려주시니 얼마나 황송한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히 받아겠습니다
    드레싱만들때 선생님 생각하며 만들게 될거예요 ( 김혜경샘표 드레싱 )
    고맙습니다

  • 12. 코코샤넬
    '07.12.21 10:17 PM

    우와...........넘 럭셔리해요.
    저는 저렇게 멋지게 차려내려면 20년쯤 지난 후에 ..^^;;;

  • 13. chatenay
    '07.12.21 10:54 PM

    와~!!멋진상차림이예요~
    전 대충 후다닥 하는 스탈이라...저런상은 꿈도 못꾸겠는걸요?^^::
    저도 샘 후배 할래용~~~*^^*

  • 14. 민영
    '07.12.21 11:16 PM

    마음이 늘 넉넉하시니까 후배들도 많이 따르시는거 같아요.

  • 15. 자연맘
    '07.12.21 11:42 PM

    누구신가 했더니 바로 김혜경 님이시네요.
    TV에서 얼마 전에 나오신거 봤는데..
    82쿡은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언니가 얘기해 줘서 알게 됐어요.
    그 즉시 여기에 가입 했고 열심히 들락날락 하고 있답니다.
    위의 상차림 처럼 하면 정말 먹게 되는 분들은 제대로 대접 받는 느낌 들고
    뿌듯 흐뭇 할 것 같아요.
    이 나이 쯤에는 살림 10단은 자연스럽게 따는 것인데
    프로는 다르시네요.
    예쁜 마음씨와 정성스러운 상차림 배우고 갑니다. ^^*

  • 16. Pinkberry
    '07.12.22 6:04 AM

    코보 그릇이
    정사각형 하늘색 그릇인가요?^^
    깔끔하면서도
    눈에 화~악 들어오네요...

  • 17. 또하나의풍경
    '07.12.22 8:13 AM

    선생님의 글이 너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마치 저도 그곳에 초대되어 간듯했네요 ㅎㅎ
    즐거움이 제게도 마구 느껴지는걸요
    그정도의 세월을 함께한 후배들이면 형제자매와 마찬가지겠어요 ^^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인연을 이어간다는거 정말 행복한 일인거같아요 ^^

  • 18. smileann
    '07.12.22 9:47 AM

    메뉴가 전부 제가 무척 좋아하는 것들이네요~
    아유~ 먹고싶어요.
    찹쌀탕수욱 저도 한번 도전해볼까봐요. 늘 실수 연발이지만...

    좋은 사람들과의 긴 인연
    가장 소중한 보물이 아닐까 싶어요.
    좋으셨겠어요.

  • 19. yozy
    '07.12.22 11:49 AM

    정성이 가득 들어간 훌륭한 상차림
    잘보고 갑니다.

    신정때 메뉴로 찜하고 갈께요~~~

  • 20. 그린라떼
    '07.12.22 4:42 PM

    멋진 상차림이네요 맛있었겠습니다 부러워요^^

    커피님 찹살탕수육 레시피 저위에보면김혜경의 추천메뉴에 있네요

  • 21. 고운마음
    '07.12.22 7:29 PM

    맛은 못보지만 눈은 즐겁습니다.
    특히 연어 !!!

  • 22. 아보카도
    '07.12.22 8:37 PM

    보 보 복어 매운탕도 진정 하신단 말씀이십니까/ 샘님 대단하십니다.

  • 23. ilovehahaha
    '07.12.22 10:34 PM

    정말 멋지세요~!!

  • 24. 적휘
    '07.12.22 10:43 PM

    코보 그릇 참 이쁘다...하고 있었는데, 한국에선 못구하는 겁니까 흑흑 ㅠ.ㅠ
    베이컨 말이 마늘소금 부분에서..짤텐데...했더니..짰군요...솔직하신 혜경샘 ^^
    찹쌀 탕수육 정말 맛있어요, 저도 예전에 한번 했는데, 남푠이랑 둘이..4인분을 다 먹어치웠다는 슬픈 이야이가...;;;
    집에서 사람 초대하고, 기대하고, 이쁘게 차리고, 이런모습들 너무 부럽고 나도 나중에 꼭 해봐야지하고 결심도 하게 되고 그러네요..

  • 25. 아따맘마
    '07.12.22 11:18 PM

    제 생각에는 후배들이 더 행운인거 같은걸요..
    저도 선생님과 그런 깊은 인연이면 좋았겠다 싶지만,.

    훈훈한 인심을 가지신 선생님 글을 읽을 수 있는 82쿡을 알게된 것만으로도
    만족하긴 해요...^^

  • 26. 광주댁
    '07.12.23 11:02 AM

    음 눈물이 납니다..저 예쁜그릇들이 넘 가지고 싶어서요...

  • 27. syl
    '07.12.23 6:29 PM

    중국식 오이피클 정말 강추합니다. 제가 해놓고서도 고 매콤하고도 깔끔한 맛에 놀랐던 녀석이네요...ㅎㅎ

    저도 대세(?)인 찹쌀탕수육에 자꾸 눈이 갑니다. 튀김요리가 얼마나 번거롭고 어려운 종목인지 이전에는 미처 몰랐지요. 새우 관자 베이컨말이도 맛이 궁금해지네요.

  • 28. 자목련
    '07.12.24 3:51 PM

    후배들이랑 잘 지내는건 선배들이랑 잘 지내는거보다 훠어씬 힙든일입니다..

    저는 그렇드라구요...

    아, 찹쌀 탕슉 먹고싶당.

  • 29. 차노기
    '07.12.26 12:08 PM

    우아..그릇도 이쁘고 차려진 음식은 맛있게 보이고.
    물론 맛도 좋았을거구요.
    부럽네요.

  • 30. 발랄새댁
    '07.12.27 11:35 AM

    대단하세요~! 이렇게 정성스럽게 준비 하시다니...
    전 손님상 정말 즉흥적으로 재료꺼내서 하게 되거든요...
    미리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는 그 정성이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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