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요새 제게 이상한 버릇이 생겼습니다.
일단 그릇부터 사고, 거기에 어울리는 음식을 만드는 거죠.
돌솥을 사면서,돌냄비도 무지 땡겼는데 참고 안샀습니다.

여기서, 제 띠 나옵니다. 제가 좀 바보에요. 완전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ㅠㅠ..
한꺼번에 사나, 두번에 나눠 사나, 지출하는 총액은 마찬가지인데, 한꺼번에 못사고 꼭 두번에 나눠삽니다.
두번에 나눠 사야 가계에 부담을 좀 덜주는 듯한 느낌을 갖곤하는데..바보 맞잖아요...^^;;
나눠사는 것이 배송비 무료인 경우는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배송비 두번 물어야해서 손해고,
아니 배송비 무료도 그렇네요, 제 주머니에서 나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판매자 비용을 줄여줄 수 있는건데..ㅠㅠ.
아, 또, 한꺼번에 사면 카드 무이자 할부 할 수도 있겠네요.
이럼에도 불구하고 한꺼번에 못삽니다.
돌냄비도, 구매하기 클릭하고 싶어서 손가락이 근질근질한 걸 꾹 참고 밥솥만 샀는데, 밥 두번 해먹고나니, 견딜 수 없는 거에요. 돌솥 고를 때 전골냄비의 사진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서 '맛있게 끓고 있는 닭 볶음탕' 그림이 퍽 하고 떴었거든요.
그 냄비가 없으면 절대로 닭볶음탕을 다시는 못해먹을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고,
그 냄비만 있으면 다시는 식탁위에서 먹는 도중 식는 음식도 없을 것 같고,
그 엄청날 냄비의 무게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주저없이 또 클릭했습니다.
그래 놓고는 닭은 안사가지고 온 거 있죠??(완전 바보)
꿩 대신 닭으로 불고기 전골을 하였습니다.

김치냉장고 안에 들어앉아있는 불고기 양념해둔 쇠고기 꺼내고,
냉장고에서 배추랑 백만송이버섯이랑 파 마늘 꺼내두고,
당면 조금 불리고, 양파도 하나 까서 썰어두고, 멸치육수도 내두고,

먼저 냄비에 불고기부터 볶아주었어요.
완전히 익히지는 않고, 거죽이 익을 때까지...

그리고는 불려놓은 당면도 깔아주고, 배추 양파 파 마늘 모두 담아준 후 육수 부어 끓였어요.
간은 국간장과 간장으로 간했어요. 간장으로만 하면 깊은 맛이 부족한 것 같고,
국간장으로 하면 뭔가 부족한 맛이고...
보기는 그럴싸한데..그런데..맛은 뭐 그저그랬습니다.
제대로 닭볶음탕부터 해먹을 것을...
전 당면사리가 별로인 것 같아요. 다른 식구들은 좋아하는데, 전 당면은 잡채가 젤 인것 같아요.
그리고 전골은 곱창전골이나, 아니면 매운탕처럼 좀 맵고 자극적인 것이 더 제 입맛에 맞아요.
그래도...제가 먹고 싶은 것만 할 수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