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정집 마당에는 덩치 큰 개가 한 마리 있습니다.
조카아이들의 이름을 따서 민석이라 불리는 이 녀석...나이가 많아서 아주 노회함을 보이죠.
이 녀석이 현관 앞을 떠억 지키고 있기 때문에 아버지가 안계신 친정집, 걱정이 덜 됩니다.
열흘 예정으로 호주 가시기 전 친정어머니의 큰 걱정이 바로 이 민석이 였습니다.
이 녀석, 사료만 주면..절대 안먹습니다..사료에 김치국이나 된장찌개 이런 걸 얹어줘야 먹어요.
지가 사람인줄 아는 것 같아요..^^
"민석이 밥은 어쩌고, 호주에 가니??"
하시는 걸,걱정마시라고..제가 들여다본다고...친정집 대문 열쇠는 제게도 있거든요, 현관 열쇠는 없어도.
매일 일정한 시각에 꼬박꼬박 가서 밥을 주지는 않았지만...그래도 배 고프지 않을 정도로 밥 주고 왔는데..
어제는 그만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한밤중이 되어서야 생각이 나는 바람에,
오늘 아침에야 부랴부랴..어제 먹다남은 굴 두부 뚝배기 싸가지고 가서, 밥 주고 왔습니다.
녀석의 응가 치우고, 사료 한대접 퍼서 밥그릇에 담고 그위에 굴두부찌개 얹어주고..
"민석아 미안하다, 고모가 까먹었어..미안해..어서 먹어..." (저는 개에게도 소리내서 말 겁니다..^^;;)
민석이 고생도 이제 얼마 안남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독립문의 도가니탕집엘 들러서 수육 한접시에 탕 일인분을 사왔습니다.
식구들 점심으로 먹으려구요.
대성집 도가니탕..가끔씩 생각났는데...그동안은 갈 엄두를 못냈더랬습니다.
눈물없이....사올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어요.
올해초, 병원에서 퇴원하신 아버지께서 잡숫고 싶다고 하면,
대성집 도가니탕이랑, 보원집 보신탕이랑, 모래내설렁탕의 설렁탕이랑 사들고 가서,
한수저 뜨시는 거보고 흐뭇한 마음으로 돌아왔었거든요.
도가니탕 사러가면...아버지 생각 날까봐..아버지 생각하면서, 창피한줄도 모르고 또 울까봐 그동안 통 못갔는데,
이젠 괜찮네요, 아버지 생각은 나지만, 울지는 않았습니다
감기에는 잘 먹어야한다는데 목 때문에 잘 삼킬 수 없어서 먹는 것이 부실했더니,
저녁때가 되면 눈앞이 좀 침침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가니탕 잔뜩 먹었으니까, 기운 나겠죠?? ^^

모래내설렁탕은 파도 싸주는데..대성집은 파는 안주네요.
파만 꺼내 써는데..아...이걸 안보여드렸다 싶어서..부랴부랴 사진 한장 찍었습니다.
숯부직포 파주머니에요.
이 파..산지 일주일도 넘은 것같은데..멀쩡해요.
타파통 같은 파통에 담아두면 무르지는 않지만 거죽이 누렇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안그러네요.
이것도 사면서, 뭔가 채소를 많이 사다놓고 먹겠다고, 모두 여섯장을 샀는데....아직 다 못써먹어봤어요.^^;;

파를 넣고 이렇게 둘둘 말아두면 되는데..참 별것 아닌 것 같은데..신기해요.
아무튼..숯이라는 것이 참 신비스러운 것 같아요.^^
아...그리고...이것도 보여드릴게요. 며칠전에 뜬금없이 우송되어 와서 사람을 놀래킨....
제가..82cook 운영자라고..회원장터에서 물건 파시는 분들..뭘 보내시겠고 주소 알려달라는 쪽지 많이 보내시는데...
제가 거의 대부분, '마음만 감사하게 받겠습니다'라는 쪽지로 대신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아마 미루어 짐작하실 수 있을 거에요. )
그래서 간혹은 제가 참 가혹한 일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분명히 안받겠다고 했는데, 어찌 아셨는지 주소를 아시고 보내셔서, 즉시 수취거부한 일...참 마음에 걸리는 것이 그것이 한여름에 온 수산물이었습니다. 이런 경우 택배아저씨 드린다는 소문만 듣고 그랬는데...
만약 그때..택배아저씨가 가져다 드시지 않고, 반송됐다면 아마 가다 상했을텐데...저, 죄받을 것 같아요.ㅠㅠ


이것도 그럴 뻔했어요.
아마도 제가 집에 있다가 받았더라면 수취거부했을 지도 모르는데..그런데 이미 도착해있더라는.
(신기한 건...전 처음 보는 이름인데..제 주소를 어찌 아셨나요?? 흑흑...무서워요...)
어쨌든 뜯어보니까..제게 꼭 필요한 물건이긴 했어요.
받고도 며칠 그냥 뒀었습니다.
오늘 생각난 김에 설치해보니..설치랄 것도 없어요..그냥 흡판 붙이면 되니까..꽤 쓸모가 있는 것 같아요.
정말 앞치마 안두르고, 설거지를 했다니까요.
물튀김을 완전 차단하겠다고..두개를 붙여보니..좀 답답한 것 같기는 해요. 하나는 뗄까봐요.
정말..별 게 다 나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