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새벽...그랜드힐튼 호텔앞 공항리무진 정류장에서 kimys가 떠난 걸 본 시간이 6시20분.
그 길로 곧장 갈현동 친정엘 갔습니다.
모처럼..시어머니도 안계시고, 남편도 없는 홀가분한 입장이 되었는데..이 호기를 놓칠 수는 없잖아요..
아마도..다시 이런 기회는 없을듯...
어저께 친정어머니께..."가고 싶은데 얘기해보세요..내일은 어디든 갈 수 있어!!!"하고 큰소리를 빵 쳤는데..
뜻밖에도 친정어머니가.."낙산사는....너무...멀지...."하시는 거에요.
"좀 머네...내일...봐서.." 이래 뒀거든요.
하루 왼종일 다닐 생각을 하고...일단...정처없이...길을 나섰습니다.
어찌어찌..시내를 통과하고보니..강변북로...
즉흥적으로 떠오른 목적지! 일단 양평쪽으로 향했습니다.
가던 길에...두물머리라는 팻말이 보이길래, 그쪽으로 꺾어져 들어갔습니다.
여태까지 두물머리 얘기만 들었지, 아직가본 적 없었거든요.

아직 아침 안개가 걷히지도 않은..아침 9시쯤 도착해서...산책했습니다.
그 시간에 물안개를 렌즈에 담아보려는 포토그래퍼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제 똑딱이카메라가 약간은 부끄러웠다는...

두물머리에서 1시간 정도 산책하고는...
"엄마, 여기서 횡성이 멀지 않으니까, 횡성에서 점심 먹고, 안흥찐빵 사가지고, 그리고 컨디션봐서 낙산사 가지..."
작년에 kimys랑 여행에서 돌아오면서 고기를 너무 맛있게 먹어서,
다음에는 부모님 꼭 한번 모시고 와야지 하고 속으로 다짐했었는데...그 다짐도...결국은 실천을 못한 셈이지요.
어쨌든...횡성 한우플라자에서 꽃등심 3인분을 모녀가 나눠먹고..배 두드리며 일어나 보니, 그때 시각이 겨우 정오!
안흥에서 찐빵을 사고도, 기운이 펄펄 남아도는 거에요.
새말IC에서 영동고속도로로 접어들어, 동해고속도로로 바꿔타고...양양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있는 38전망대...
정말 전망이 예뻤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 낙산사에서는 몇해전 산불로 소실된 원통보전 낙성식과 범종 타종식 행사가 있었어요.
저희는 모르고 갔는데...어마어마한 규모로 행사를 했던 듯 했습니다.
"왜 낙산사 오자고 한건데??"
"언제 느이 아버지가 낙산사에 시주를 했는지..낙산사에서 자꾸 아버지 앞으로 우편물도 오고 해서..오고싶었어..."
하시는거에요.
50여년을 함께 산 남편에 대한 그리움....어머니가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으셔도...알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타종행사날이라, 오늘 만큼은 낙산사의 범종을 맘껏 쳐볼 수 있다 하길래...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위해서,kimy의 건강과 사업번창을 위해서,
그리고 오빠와 남동생의 소원성취를 빌면서...범종을 쳤습니다.
마음속으로...이런 말도 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가 니가 있어서..엄마에게 니가 있어서 난 걱정안한다..하셨던 거..제게 남긴 유언이죠? 나름대로 잘하려고 하는데..아버지가 보니까 어때??'
낙산사에서 나오면서 시간을 보니까, 5시도 채 안되었길래,
"엄마, 우리 마무리는 오색온천에서 온천을 하고, 한계령 넘어서 집에 가지!" 했더니 좋으시대요.
그래서 오색온천엘 가보니까... 무슨 공사 때문에 5일동안 온천의 원탕 공급이 안되서 대중탕은 문을 닫았대요.
그렇다고 엄마랑 둘이 가족탕엘 들어가는 것도 좀 그렇고..
그리고 무엇보다 온천한다고 우물쭈물하다가...한밤중에 한계령을 넘는 것도 그렇고 해서 그냥 나왔는데,
얼마나 현명한 판단이었는지...^^;;

지난 수해로 한계령에서부터 오색온천까지 길이 엉망이 되어 여기저기 공사중인거에요.
그러지 않아도 험한 길이 공사로 인해 더욱 운전하기 힘들었어요.
해가 뉘엿뉘엿해지다 못해, 초승달까지 뜬 저녁에 한계령으로 올라가는데 약간은 무섭던걸요.
그 와중에 눈에 들어오는 빼어난 경관... 사위는 어둑어둑해지는 데 그 가운데 보이는 바위들의 절경이란...
한낮의 한계령이 채색화라면, 저녁의 한계령 풍경은 장엄한 수묵화였습니다.
아주 쌀쌀한 한계령 휴게소에서 대추채를 많이 띄운 한차를 한잔 마시는데....정말...좋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엄마 손을 살짝 잡으면서.."엄마, 있어줘서, 고마워...나랑 이렇게 같이 다녀줘서, 감사해요..."하니까,
엄마가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하시며..약간은 감격하셨나봐요.
"그럼요...아프지만 말고...조금만 기다려..내가 호강시켜줄게.."
오색온천에서 온천욕을 못해서, 오늘 길에 홍천이나 양평쯤에서 숯가마라도 찾아들까 했으나,
홍천 양지말의 화로구이촌에서 먹은 돼지고기구이때문에 배가 잔뜩 불러..그냥 돌아왔습니다.
어머니를 갈현동에 모셔다 드리고 들어오니...11시반쯤 되었네요.
얼마나 좋아진 세상인지...
아침에 나가서, 두물머리→횡성 한우촌→안흥 찐빵마을→양양 낙산사→한계령→홍천 양지말,
이렇게 돌아다니고도 밤 12시 이전에 들어올 수 있다니...

서비스샷 !!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직도 얼굴이 푸석푸석한 우리 모녀 입니다.
어제밤,
늦지않게 kimys를 내보내야지 하고 긴장하고 잔 탓에 잠을 4시간도 채 못자...아주 얼굴이 엉망입니다..^^;;
너무 빡빡하게 다녀서 피곤하실만도 한데,
소녀처럼 즐거워하며 조금도 힘들어하지 않는 우리 엄마랑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일이 얼마나 고마운지...
코드가 잘 맞아,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즐겁기만 한 우리 모녀 사이를 생각해볼 때,
정말...제가 얼마나 행운아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