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는 노래를 무척 좋아해서, 죽으나 사나 라디오나 카세트플레이어를 끼고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 어쩌다 엄마가 설거지를 시키면,
무엇보다 먼저 주섬주섬 라디오를 찾아들고 부엌에 나가야 설거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무렵, 공부 좀 할라치면..마치 요즘 잘 때 사운드테라피 틀어두는 것 처럼, FM라디오를 먼저 틀었더랬습니다.
제가 처음 차를 샀던 건 지난 87년,
1200㏄짜린지, 1300㏄짜린지..지금으로 치면 거의 경차 수준이었던 프레스토를 탈 때,
요즘 제 차가 고속주행을 하면 착 가라앉아 부드럽게 나가는 것과는 달리,
당시 타던 제 차는 고속도로에 나가면 차가 붕~ 뜨면서 달달 떨려, 운전하려면..아주 불안했었죠..
암튼 이 무렵, 이 쬐그만 차를 타고 다니면서 싣고 다니던 카세트 테이프가 수십개였습니다.
제법 큼직한 플라스틱 바구니로 두바구니씩 카세트를 싣고 다녔습니다.
좋아하는 노래가 없으면 운전을 할 수 없다는 듯... ^^;;
그러던 것이 5,6년 전부터....소리가 싫어지는 거에요.
그래서 아무리 장시간 운전을 해도, 라디오나 CD를 절대로 트는 일 없이...엄숙하게 다녔죠.
미용실이나 카페 같은 곳에 가도, 음악 소리 좀 줄여달라는....다소 무례한 부탁도 마구 하고...
노래가 싫어지다니...
그래도 대학 다닐 때는 대학 방송국의 음악PD로 1시간짜리 음악프로를 1주일에 3개씩이나 했었는데...
아,아, 내가 늙어가는 구나~~하고 약간은 서글픈 생각도 들었더랬습니다.
그랬는데...저..회춘했나봐요...ㅋㅋ...지금 옛날 가요 듣고 있습니다.
책장 어디를 뒤지니까..명작(名作)시리즈라고 6장짜리 옛날 가요 편집앨범이 나오네요.
옛날에 회사다닐때 누군가가 준 것 같은데...제대로 듣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이걸 어제 밤부터 차근차근 듣고있는데....가슴이 싸한 것이...좋으네요...너무 좋으네요...
조금전에는 다섯손가락의 '수요일에는 빨간장미를'이 나오는 거 있죠?
우리 딸 유치원이나 다녔을라나, 아주 어릴 때 얘기입니다.
하루는 딸이랑 같이 TV를 보는데 다섯명의 가수가 나오니까, 딸아이가 "엄마 다섯손가락 사람인가보다!"하는 거에요.
"다섯손가락 사람이 뭐야?"하니까,
옆에 있던 어른들이 "다섯손가락이라는 가수가 있어"라 해서, 그런 가수가 있는 줄 알았어요.
우리 딸 토실토실한 엉덩이 두드리며, "어이구, 우리 딸, 우리 딸이 다섯손가락을 알아? 엄마도 모르는데~"하니까,
"엄마, 무슨 빨간 장미 그런 노래 불러요~"했는데...
이게 이십년도 더 전의 일입니다.
예전에 부모님이나 선배들이나 십년전 일이다, 이십년전 일이다 하면서 옛날 얘기들을 하시면,
속으로 '기억력도 좋다, 그 옛날 일을 이렇게도 잘 기억한담~'했었는데..요즘 제가 딱 그짝인거 있죠?
무슨 얘기를 하다보면, 그게 이십년전 삼십년전 일입니다...정말 세월이 이렇게 빠르다니....
제가 그만큼...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것이 참 놀랍습니다. 아직 마음은 딱 서른살인것 같은데....
귀찮아서 잘 쓰지 않는 에스프레소 머신 모처럼 꺼내서 카페라떼 한잔 만들어놓고,
아주 제대로 분위기 잡고 있답니다....
제가 옛날 얘기 했으니까...여러분들도 옛날 얘기 해주세요...이십년전에 어떻게 지내셨는지...
우리 딸이 제게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부른 가수가 다섯손가락이라 가르쳐주던 그 무렵, 뭐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