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가 꼭 아버지 가신 지 6개월이 되는 때였습니다.
칠재를 지내고 나서, 한동안은 아버지 생각 안하려고 애쓰며 살았는데,
추석 무렵, 제가 그만 무너져버리고 말았더랬습니다. 아버지 생각에 남모르게...꽤 많이 울었습니다.
그래서 대전에 다녀오려고 했던 건데...
친정어머니께서, "나 24일에...혼자라도 갈거야" 하시는 거에요.
"아니 왜 매주 한번씩 가려고? 힘드는데..." 24일이 무슨 날이란 걸 까맣게 잊고 제가 이렇게 말해버렸습니다.
"10월 들어서니까..아주 마음이 이상하다..."
"10월 들어서 왜?...아~~"
10월24일은...아버지 어머니 결혼기념일입니다. 예전에는 엄연한 공휴일로 학교에도 안가고 놀았던 유엔데이.
지난 1954년 10월24일, 어머니 아버지가 결혼하셨고, 저희 들 어렸을 때는 가족사진을 찍곤했었습니다.
그 결혼기념일...
올해 처음으로 엄마 혼자 맞게되었는데...도저히 그냥 맞을 자신이 없으셨었나 봅니다.
혼자라도..대전에 가시겠다고 해서...16일 가려던 것을 오늘로 미뤘었습니다.

몇달만에 아버지께 가는 길,
아마도 설레였는지..베개에 귀만 닿으면 자는 사람이 어제는 새벽 4시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아침 9시에 출발, 도착해보니..12시...
아버지의 비석을 보자마자...엉엉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 아버지..저를 아주 많이 기다리셨던 가봐요...
상석 옆에 때아닌, 제비꽃을 한송이 저보라고 피워놓으시고, 절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아...아버지....우리 아버지...
언제쯤이면 눈물없이 우리 아버지를 추억할 수 있을 지....너무나 보고 싶은 아버지....
비석을 쓰다듬으며, 엄마랑 저랑 한동안 울었습니다.

대전에서..곧장 서울로 오지않고, 김장용 젓갈 준비하려고 강경에 갔습니다.
엄마랑 아버지랑 근처에 관광가셨다가 들려오시곤 했다는 젓갈가게에 가서,
김장용 새우젓이며, 갈치액젓을 샀고,
제가 곧잘 담그는, 그러나 최근들어 도통 담그지 않았던 돌산갓김치 담그려고 갈치속젓도 샀습니다.

그리고..밥반찬으로 먹으려고,
명란젓이며 오징어젓도 샀는데..
젓갈에 표시해놓은 원산지와 글루타민산나트륨의 함량을 보고는 도저히 더는 살 수 없었습니다.
어떤 젓갈은 글루타민산나트륨의 함량을 25%로 써놓아...저를 놀라게 했다는..
명란이야 어차피 재료가 러시아산이고, 조미료 함량이 낮아서 샀고,
오징어젓도 값싼 중국산과 조금 비싼 국산이 있어서 국산으로 조금 샀습니다.
그런데...결정적으로 강경의 인상이 좋지않았던 건...식당...

젓갈산 가게 사장님의 소개로 찾아간 식당에서 우어회라는 것과 생물복어맑은탕을 시켰는데..
우어라는 것은 원래 생선맛이 그런 것인지,
다소 비리고,생선살이 좀 퍽퍽했습니다.
그래도 우어회는 그러려니하고..참을만했는데..결정적으로 복어맑은탕 때문에...^^;;

냉동은 1인분에 1만2천원, 생물은 1인분에 2만원이라고 해서, 생물을 시켰는데...
제가 집에서 끓인 것만도 훨씬 못했습니다.
게다가 복어껍질의 돌기를 제대로 손질하지 않아서, 같이 먹었던 우리 오빠는 혀를 찔려 선혈이 낭자했고,
저도 자칫, 오빠처럼 찔릴 뻔했습니다.
맛있는 걸 장모님과 처남에게 대접해야하지 했던 kimys의 실망이 무엇보다 컸습니다.
"강경..안되겠다...음식 때문에..."
음식만 맛있었더라면..매년 엄마 아버지 결혼기념일에 대전 들러서 강경으로 젓갈사러 갈 수 있는 거 였는데...
쩝....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