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선물이라는 것이..참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예컨대, 장을 잔뜩 봐다 놓았다든가, 아니면 집에 먹을 반찬이 여럿 있는데 음식 선물이 들어온다면,
그 아무리 귀하고 맛있는 음식이라도, 아무래도 제 대접을 받기는 어렵죠.
반면에, 소박한 음식이라도 타이밍을 잘 맞춘다면...정말 받는 이를 너무너무 기쁘게 하죠!!
오늘, 제가 그랬습니다.
오후 2시쯤인가, 어제 도착한 아주 재밌는 책을 읽으면서,
오늘 저녁은 또 뭘해먹나, 슬슬 고민모드로 들어가고 있는 중인데,초인종이 울리는 거에요.
도무지 올 것이 없는데 택배 왔다고 해서 나가보니, 자그마한 스티로폼 박스를 건네주지 뭡니까.
이게 뭐지..올 게 없는데..하고 뜯어보니...

앗싸!! 어제 밤에 제가 꿈을 잘 꾼 것도 아닌데, 이게 웬일이란 말입니까!! 하하...
상자안에는 완전히 볶아서 100g 씩 포장한 나물들이 잔뜩 들어있었습니다.
대박입니다요..대박...어찌나 좋은지...
꺼내보니, 고사리 산두릅이 하나씩, 다래순 산취 싸리버섯 뽕잎나물이 두팩씩, 그리고 된장도 두팩...이렇게 들어있는 거에요.
저녁메뉴 때문에 고민중이라는 걸 마치 알고라도 있었다는 듯 갖가지 나물들이 있어서..
혼자서 어디 아픈 여자처럼, 헤실헤실 웃었다는 거 아닙니까?? 헤헤

볶은 후 팩에 담아서 냉동했다가 보낸 것으로 그냥 2시간 정도 자연해동하면 그냥 먹을 수 있는 거래요.
얼마전부터 집에서 산채비빔밥이 먹고 싶어서, 있는 나물이며 염장해서 보관중인 싸리버섯을 볶아야지 볶아야지 벼르기만 했었어요.
솔직히...좀 귀찮아요..다듬어서 불리고, 볶고...
요즘엔 자꾸 볶아봐서 그런대로 맛을 내지만, 사실 경험이 별로 없는 주부라면 나물은 맛내기도 어렵고...
쾌재를 부르면 두팩씩 있는 것들은 한팩씩 다시 냉동실로 넣고, 나머지는 자연해동했어요.
바로 먹어야죠..호호...

저녁에는 진짜 딱 밥만 했습니다.
국은 마침 어제 먹고 남은 된장국이 조금 있길래, 그걸 덥히고...오늘 택배로 온 나물 여섯가지와 김치만 놨어요.
그리고 요렇게 비벼 먹어줬죠!
100g씩 들어있는 건데..저희는 세명이 먹어서 좀 남았는데...4~5명이라면 앉은 자리에서 다 먹을 수 있는 알맞은 분량이었어요.
오늘 저녁은 남이 해준 밥 얻어먹은 기분이에요. 아시죠? 남이 해주는 밥이 더 맛있는거..ㅋㅋ...
그리고 앓던 이처럼, 걸려있던 문제도 드디어 해결을 봤어요.
제. 빵. 기.

얼마전부터 식빵믹스로 빵을 하면 빵이 조금밖에 부풀지 않고 딱딱하게 되는 거에요.
그나마도 그저께 구운 건 전혀 부풀지않아서 이가 들어가지도 않을 지경이에요.
제가 뭘 잘못했나 싶어서, 물을 미지근하게 데워서 해보기도 하고, 믹스가루를 체에 쳐서 해보기도 하고,
정말 별별짓을 다 해가면서 식빵믹스 4봉지나 없앴습니다.
마지막 구운빵은 정말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충실하게 했는데도 부풀지않아..
결국 제빵기를 싸들고 동교동에 있는 오성AS센터에 맡기고 왔어요.
오늘 연락이 왔는데..제빵기는 이상이 없다고, 찾아가라고..이럴 수가...
AS기사분 말씀이 이스트가 잘못된 것 같다고 하시는 거에요.
찾아와서는 곡물식빵 믹스를 구우려고 봉지를 뜯으니..이스트가 바뀌었네요...
헛..그렇다면 그동안 식빵이 안구워진 것이 이스트 탓이라는 말이 맞는 거 같다 싶은거에요.
당장 한봉지를 구워보니..이렇게 잘 구워졌습니다.
그리고 나니 너무 속상한 거 있죠?
진작 처음에 안 부풀때 큐원에 연락해서 교환받을 걸..4봉지나 구워서 그냥 버리다 시피 했거든요..
아까비...
그래도..제빵기의 이상도 아니고, 제가 잘못해서도 아니고..이스트 탓이었다는 게 밝혀져..속은 후련해요.
그동안은 제빵기를 볼 때마다 어찌나 속이 상했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