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용도실 싱크대때문에 심란했던 까닭은 정리가 무서웠기 때문이에요.
아니 정리가 무서운 게 아니라, 뒤집어 엎어야 직성이 풀리는 제 성격이 무서웠던 때문이죠.
망가진 것과 똑같은 사이즈로 만들어 고대로 정리해서 넣으면 일도 아니지만,
망가진 쪽의 반대편으로 망가진 것보다 크게 해서 짜넣고, 망가진 것과 망가진 것의 상부장을 떼어내는, 나름대로 큰 공사거든요.
상하부장에 들어있던 물건들이 새로 짜는 싱크대에 다 들어가 줘야하는데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생각만 해도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옵니다.
또 만약에 다 들어가고 공간이 남아도 머리가 아프긴 마찬가지죠.
아마도 부엌 여기저기의 물건들을 빼서 정리하느라, 또 몸살이 날겁니다.
그래도 정리해놓기만 하면...부엌이랑 다용도실이 더 짜임새 있어지겠죠?
암튼, 낼 저녁 때부터 모레 저녁까지 '나는 죽었다' 복창입니다.
낼 저녁엔 지금 들어있는 물건 몽땅 꺼내야 하고, 모레 저녁에는 전부 집어넣어야 하고...
꺼내는 것보다 넣는 것이 훨씬 힘드는데..., 그렇다고 외부에서 수납의 여왕을 초빙해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오늘 저녁은 장아찌 백반이었습니다.
휴일날 점심을 잘 먹고 저녁은 가볍게 먹고 싶어하는 가족들의 열망에 따라 점심은 돈까스 먹었어요.
저녁은 콩나물 찌개에 고등어 한토막 굽고, 이리 장아찌들로 상을 차렸습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매실장아찌, 더덕장아찌, 종합장아찌, 그리고 현석마미장아찌입니다.
매실장아찌는 엄밀하게 말해서 장아찌가 아니라 무침이라고 해야할 것 같아요.
2002년에 담갔다가 건진 매실절임 건더기에 고추장 한수저 넣은 것입니다.
다른 양념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어요.
더덕장아찌는 3년전 명절에 선물 받은 것인데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고추장에 박은 것으로 저는 먹을 때 완전히 씻어낸 다음, 먹기 좋게 잘라서 참기름과 통깨를 넣어 무쳐서 먹습니다.
종합장아찌도 2년전 명절에 선물 받은 것으로, 오이 마늘 마늘쫑 참외 등등 온갖 채소들의 종합세트입니다.
이건 고추장 씻어내지 않고 그냥 참기름과 통깨만 넣어서 무쳐 먹어요.
현석마미 장아찌는 말 안해도 아시죠? 생각할 수록 흐뭇해지는 대박레시피입니다.
점심 먹은게 채 소화되지 않은 듯 해서 저녁은 먹지 않으려다가 밥 딱 한술에 물 말아서 장아찌 해서 자알~ 먹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