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 북쪽창 바람이 강하게 들어오긴 하는데...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따끈따끈한 바람이 불다가 조금전부터 겨우 미적지근한 바람이 부네요..
일찌감치 촬영이 끝나길래, 집중해서 원고 좀 쓰려고 했는데...역시 더운 날 집중한다는 건 무리네요.
한 글자도 안써집니다. 날씨가 좀 누그러지면 2배로 쓰기로 하고, 판을 거뒀네요.
그리고 보니 오늘 하루종일 집에 있었는데 뭘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낮에 잠깐 일보러 나갔던 kimys가 들어오면서 도너츠랑 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이랑 호박잎을 사가지고 왔네요.
지하도에서 호박잎 껍질을 벗기고 앉아있는 할머니를 보니까 안됐더래요.
'잘됐다 냉장고 양배추랑 쌈 먹으면 되겠네' 하다가...
'나 혼자 땀 흘려, 가족들이 땀 안흘리고 먹을 수 있다'면...싶어서, 아예 쌌어요.

호박잎 쪄서 밥 한 술, 쌈장 조금 얹어서 싸고,
김발에 찐 양배추 얹고 밥 편 다음 쌈장 얹어서 김밥 싸듯 싸서 칼로 잘라 담고,
배합초 섞은 밥, 김 위에 펴고 아무것도 넣지않은 상태로 싸서 자른 다음 참치에 양파랑 풋고추 섞어 마요네즈에 버무린 참치샐러드 얹고,
지난번 먹다둔 아보카도 반쪽 썰어서 아보카도만 넣어 김밥을 싸고, 먹을 때 위에 명란젓 얹어서 먹으라구요...
이렇게 저녁을 차렸어요. 장어 오븐에 굽고, 먹던 반찬에, 어제 먹고 남은 육개장 데우고...
저 혼자 땀 바가지로 흘리고, 다른 식구들은 보송보송하게 밥 먹었으면 하는 것이 제 작은 소망이었는데...
육개장과 숭늉 때문에 다른 식구들도 땀 흘리더이다.
그래도 kimys, "땀 덜 흘리고 자알~ 먹었다!"하네요.
'오가는 물질속에 싹트는 애정'이라고, 아까 아이스크림만 안사가지고 들어왔으면 '지싸지먹(자기가 싸서 자기가 먹기) 쌈밥'이었을 텐데...
그 아이스크림과 도넛 땜시...
마눌이 피스타치오 아몬드 좋아한다는 거 안까먹은 덕분에...큭큭...게다가 도넛 봉지에는 바바리안 크림까지...히죽~
아이스크림이나 한 대접 퍼서 먹으며 뉴스나 봐야겠네요...
을매나 많은 인파가 서울 빠져나갔는지...피서지에는 얼마나 사람이 많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