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젠 하루 종일 서재방의 북쪽창으로 시원한 바람이 가득 들어왔습니다.
모처럼 원고 좀 붙잡고 썼어요.
새책은 25개의 chapter로 구성되어 있어요.
지난 8월 3,4일까지 손에 모터라도 달린 듯 매일 한두 chapter씩 써젖히는 바람에 11개나 넘겨, 출판사 담당자를 기쁘게 했었어요. 그런데 지난 주말부터 딱 손을 놓아버린 거에요. 더워서인지, 아니면 집중을 못해서 인지, 암튼 한 글자도 안써지는 거 있죠?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에라 놀자, 컴퓨터 앞에 앉아만 있는다고 일이 되는 것도 아닌걸...하면서 이번주는 월요일부터 열심히 놀았어요.
그랬는데 드뎌 어제 그 시원한 바람 덕분인지, 원고가 술술 풀려 2개 넘기고, 넘기지는 못했지만 상당 부분 써놓고. 이러다 보니 저녁밥 하기 너무 싫은 거에요. 게다가 점심에 밥먹으면서 조금씩 남아있던 반찬 싹싹 긁어 먹어 먹을 반찬 하나도 없고, 재료도 없고, 그러니 정말 밥하기 싫더라구요.
그래서 어제 저녁은 나가서 어머니 좋아하는 민물장어 사먹었어요.
저, 원래 민물장어 안좋아하는데 어젠 아주 맛있더라구요, 그래, 먹자, 먹고 힘내서 열심히 쓰자 싶어서 맹렬히 먹어댔네요.
냉장고 안이 텅텅 비어 오늘은 몽땅 새 반찬으로 차려야 하는 날.
토요일이면 아파트 마당에 서는 알뜰장에 가보니, 뭐 이렇다 하고 사고 싶은 것도 없네요.
무 하나, 오이 2개, 호박 2개, 상추 1근, 청양고추 500원어치...이렇게 사들고 들어왔어요.

가짓수보다는 양이라고...
호박나물도 평소보다 많이 볶고,
돼지 고추장불고기도 다른 날보다 많이 굽고,
된장찌개도 많이 끓이고,
김치도 많이 썰고...
얼핏보면 푸짐해보이지만 그릇만 크지 실상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오늘 낮에 현석마미장아찌 다시 만들었고,
내일은 냉동고 들들 뒤져서, 뭐 멸치볶음이나 대구포무침이라도 좀 해놓고...
밑반찬 좀 만들어야겠어요.
이제 조금씩 시원해질테니까 부엌 들어가는 거 무서워하지 말아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