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 오늘 아침 11시부터 약속이 있어서 저녁 늦게까지 일이 있답니다.
제게는, 정말 휴일다운 휴일인거죠, 김작가 밥 안챙겨도 되고...
아침부터 소파와 내가 하나인 자세로 지내다가, 문득 건포도를 넣은 송편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심심하기도 하고...
추석이라 해도 벌써 몇년전부터 집에서 송편을 빚지 않게 되었지만,
몇년전만해도 집에서 송편을 꼭꼭 빚었지요.
특히 저 처녀때 친정어머니, 어떤 일이 있어도 송편은 빚으셨는데요,
준비된 깨소가 모두 떨어지고 나고 건포도 몇알씩 박아서 송편을 만드시곤 하셨어요,
몇개 되지않아서 그런지 건포도 넣은 송편이 왜 그리 맛있었는지....
건포도 송편이 걸리면 횡재한 그런 기분마저 들었었답니다.
결혼후 송편을 빚으면서 건포도를 넣어 빚어봤는데, 시어머니께서 꾸지람을 하셔서...
건포도 넣은 송편, 먹어본 지 오래 되었습니다, 시장에서 파는 송편에도 당연히 없구요.
지난 여름, 쌀 색깔이 변해서 빡빡 씻어서 가루를 내놓은 것이 있었어요.
그리고....남들은 베이킹에 쓴다는 키친에이드 반죽기를 돌렸습니다.
일단 요걸 돌릴 때는 기분짱이었습니다.
송편반죽은 뜨거운 물을 부어서 반죽하는 익반죽을 해야하는데, 사실 뜨거운 물 부어서 반죽하려면 괴롭잖아요.
게다가 한참 치대어 반죽해야 나중에 쪘을 때 쫄깃쫄깃하기 때문에 오래오래 치대려면 힘도 들구요.
그런데 이 반죽기는 순식간에 반죽을 해내는 거에요.
반죽이 다 됐지만 더 쫄깃쫄깃해지라고 한동안 그냥 놔뒀다 보니,
아뿔싸!! 물이 너무 많이 들어간 거에요.
사람 손으로 하다보면 되면 물을 더 붓고, 질면 가루를 더 넣고 이렇게 조절이 되는데,
제가 기계를 너무 믿었던 거죠.
하는 수 없이 가루를 좀더 넣었으나 애초 반죽이 어찌나 질었는지..별 무 소용...
진 반죽으로 간신히 대충 모양을 만들어 김 오른 찜솥에 쪘는데요..
결과는 후회막급 입니다, 그냥 건포도를 넣은 백설기를 찔 걸...ㅠㅠ...
송편은 역시 솔잎을 깔고 쪄야 제맛인데,
면보를 깔고 쪘더니...도저히 송편이랄 수 없는,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맛...
게다가 아들녀석은 제 할머니 입맛을 닮았는지, 건포도 들어간 음식은 안 먹고...
몇십개 되는 , 제 맛도 안나는 건포도 넣은 송편을, 혼자 꾸역꾸역 먹어야 할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