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 요새 문득 kimys를 바라보면,
누구의 아들로, 누구의 형과 오빠로, 누구의 남편과 아버지로 살아오기 참 고단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들 사는 것이 고단하지 않고, 저라고 삶이 평탄하기만 했겠습니까만,
kimys를 보면 연민이랄까 그런 감정이 드는 거에요.
정작 kimys는 그런 생각할 것 없다, 나만큼 아내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편안하게 생활하는 사람이 어디 그리 흔하겠냐고
말은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제 마음속에 이 사람에게 참 잘해주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이 감정은 참 오묘한 것이어서, 이성으로 지글지글 끓는 열정으로 사랑하는 것과는 색채가 아주 다른,
뭔가 평온하면서도 애잔한... 뭐 그런 감정인거에요.
남편에게 잘해주는 법?
제게 있어서는 입맛에 맞는 거 해주는 거, 소리 높여 쨍쨍거리지 않는 거,
혼자만 외출하지 않고 시간을 함께 많이 보내주는 거...뭐 이 정도 일거에요.
그중 밥해주는 거, 요즘에 좀 신경을 덜 썼던 것 같아요.
그러려고 그런게 아니라 kimys가 늘, "그동안 너무 고생했다, 좀 쉬어라" 뭐 이러니까 못이기는체 하고 그랬던 거지요.
이제부터라도, 특히 추워질때는 든든하게 잘 먹어야하니까 맛있는 거 몸에 좋은 걸 좀 많이 해줘야겠다 싶어서,
갈비탕을 어제부터 준비했습니다.
어제 밤에 핏물을 뺀 갈비를 한번 삶아서 물 붓고 푹 끓여두고 잤어요.
오늘 저녁에 kimys, 저녁 모임이 있다고 해서, 점심에 갈비탕을 해줘야겠다 싶어서, 전복도 꺼냈습니다.
전복이래야, 하도 커서(?) 전복이라기보다는 오분자기에 가까운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전복도 꺼내고, 무도 썰어두고, 대추도 꺼내고, 달걀지단도 부치고..
푹 고아낸 갈비는 건져내서 국간장으로 간해두고,
국물은 냉장고에 넣어 위에 뜨는 기름을 대강 걷어냈습니다.
무를 통째로 끓이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조각내서 넣고 푹푹 끓이다가, 다시 국간장 양념한 갈비 넣고,
오분자기급 전복도 넣고, 파 마늘도 넣어주고, 대추도 넣고,
이렇게 해서 전복갈비탕을 완성했습니다.
다음주에 있을 장정공방 기획전 상세페이지 글을 쓰느라 식탁 여기저기 한식기들이 늘어져있었는데요,
다른 그릇 찾기도 귀찮고 해서, 손에 집히는 대로 상을 차렸습니다.
모처럼 정갈한 밥상을 차려주고 싶어서,
나무 매트에 수저받침 꺼내서 수저 올리고,
밥,국 뜨고, 고기를 찍어먹을 간장, 간장에 다시마육수와 겨자를 타서 곁들여주고,
일인분씩 김치도 놓았습니다.
별건아니지만, 서로 의지하며 늙어가는 내 반쪽에 대한 내 성의랄까?
갈비탕 한그릇으로 kimys가, '아, 내 옆에는 내 아내가 있어서 힘이 난다!' 이런생각을 3초만이라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