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기념이라고, 무슨 기념일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한참동안 여러 번 떠들어서
이미 눈치채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운동을 시작한지 100일이 아니고 체력단련장에 출석한 날로 100일이란 것을
사실 이런 이벤트가 뭐가 필요한가, 그냥 다니면 되지 하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제겐 운동하러 가는 것자체가 처음에는 상당히 결심을 요하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꾸준히 즐겁게 다닐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어린아이가 태어나서 100일 지나면 잔치를 하듯이 저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100일간 다니는 것을 하나의 매듭으로
생각을 했던 것이지요.
그동안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그냥 앉아서 책만 볼 것이 아니라, 운동을 해야 한다고, 그래야 나중에도 좋아하는 책 실컷
보면서 살 수 있지 지금처럼 이렇게 살면 나중에 하고 싶은 일도 제대로 못하고 아프기만 할 것이라고 경고도 받았습니다.
그러면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은 에너지가 나올 것이니 운동하는 것과 효과가 비슷하거나 더 좋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운동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자꾸 운동하라고 권유가 불편하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올 초에 의료보험 공단의 정기 검진 표가 나오자 평소라면 12월 마지막까지 버티다가 가던 습성을 버리고
일찍 가보게 된 사연은 가슴에 뭔가 이상이 있는 느낌으로 시달리게 되었기 때문인데요 다행히 별 이상은 없다고 결과가 나왔지만
더 무서운 그래프를 발견하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마침 그런 때에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는 초록별님의 말을 듣고는
그 길로 따라가서 등록을 했지요. 5개월 채 못 되는 그 사이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오늘 밤 수업을 마치고 들어오는 길에 동네 빵집에 들렀을 때 오랫만에 본 안주인께서 놀라면서 말을 합니다.
못 본 사이에 얼굴이 맑아졌네요. 운동하세요?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어떤 분은 요즘 약을 먹고 있는가 하고 묻더군요. 그녀의 말에서는 살빼는 약을 먹는가 하는 뉘앙스가
풍겼습니다. 아니 그런 것이 아니고 운동하러 다닌다고 했더니 운동만 해서는 그렇게 살이 빠질 수 있는가 갸웃하더라고요.
체중이 줄어든 것도 물론 좋은 현상이지만 정말 다행인 것은 아파도 지난 해까지 처럼 완전히 드러누워서 며칠간 기본적인 일만
하고 나머지는 올 스톱인 상태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하루를 온전히 제대로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중요한
변화이지요. 오전에는 잠이 완전히 깨지 않아서 약간 멍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했던 편인데 지금은 깨는 순간부터 몸이
활동할 수 있는 상태로 활성화되는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심리적인 , 시간적인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의 격려와
자신의 경험담을 나누어주면서 앞으로 갈 수 있도록 밀어준 사람들이 있었지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인데
오랜 시간 비슷한 시간에 만나니 반가운 마음에 인사하기도 하고, 한동안 보이지 않으면 어디 아픈가 걱정이 되는 어른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저도 많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노인정에 앉아 있는 분들을 보면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면서 운동하러 오시면 어떤가 권하고 싶다는 심정이 되기도 하고요.
그런 함께 한 시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떡집에 가서 골고루 떡을 골라서 담았습니다.
그리곤 체력단련장에 모인 사람들과 더불어 나누어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지요.
여기서 만족하고 그만 다니게 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거나, 지금보다 조금 더 체중을 줄이고 싶다면 운동량을 늘려야 된다거나
지금 이대로만 오래 오래 계속하면 된다거나, 처음에 왔을 때는 물렁살이더니 지금은 보기 좋다거나
이런 저런 말의 꽃다발이 오고 가는 사이에 , 아 이 곳이 내겐 삶의 귀한 장소가 되었구나 하는 실감이 오더라고요.
요즘은 배드민턴에 재미를 붙여서 자주 하고 있는 중인데요, 아직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말만 들은 것으로도 하고 싶다고 생각한
스쿼시도, 체력을 조금 더 기르면 할 수 있지 않을까 벌써부터 꿈꾸게 됩니다. 꿈깨라고요?
그것은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요즘은 이렇게 생각할만큼 뭔가 달라진 제가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