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뒤척이다 시계를 들여다보면 겨우 십여분이 지났을까
눈이 아파 불을 끄고 잠을 청하면
머리위로 온갖 생각들이 살아서 뭉개뭉개 연기처럼 피어올라
끝내는 벌떡 일어나 앉아야하고
차라리 수면제를 먹었어야했나 싶은
오늘은 집으로 들어오며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내려보내려
맥주한병을 사서 들어왔습니다
역시 한잔 마시니 시원하니 좀 살것같습니다
허나... 술한병은 너무 빨리 바닥을 보입니다

나가서 한병 더사올까..하니 밖으로 나가는 것이 내키지않습니다
에이~정리를 하고 자리에 누워봅니다
하지만 말똥말똥 눈앞이 밝아져만 옵니다
어제밤 그리 고생했으면서 약국 다녀올 생각을 미처 못했으니
오늘 밤도 고난의 밤이 될건 뻔한일입니다
부엌에 나가 여기저기 살펴봅니다
언제 사두었던 걸까 아! 집들이때 손님이 사왔던 거로구나
소주한병 찾았습니다
멸치볶음 같이 들고 들어와 앉았습니다
하지만 무서워서 병을 딸엄두가 나지않습니다
술을 좋아하긴하지만
여간해선 독주를 마실일은 없습니다
그래 마시지말자
다시 술병을 있던 자리로 가져다 놓으며 돌아서는데

그릇장 앞켠에 미니어처 양주병이 나여기있어요~~~~라며 손짓을 합니다
얼른 얼음을 꺼내어 한잔을 만들어 도수를 낮추어가며
아껴아껴 마셔봅니다
오랫만에 느끼는 양주의 향이랄가 좋군요^^;;
쬐끔한 병 한잔이라 아끼며 마신대도 금새 없어지는군요]

다시 자야하는데 하는데 하면서도 손이 마음이 눈이 서운합니다
다시 주방으로 나가봅니다
얼마전 공주 양평사 구절초보러 갔다가 동생이 사준 구절초 차가 보입니다
마음이 허허한 가을 밤에 좋은 차아니겠습니까
물을 끓여 한김식혀 차를 우려봅니다
차한모금에 눈물 한줄기 주루룩 흐릅니다
먼저 마신 술의 취기가 오르는 모양입니다
나는 혼자서 술취함을 맘껏 느껴봅니다
울면서 두번째 차를 우립니다
조금 더 진해진 차향에 마음이 좀 가라앉습니다
가을 밤을 깊어만 가건만
내마음을 차향을 따라 자꾸 허공을 떠다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