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 수업보다 조금 일찍 나가서 바이올린 연습을 하면서도 과연 희영씨가 이 시간에 자신의
바이올린을 들고 나올 것인가 기대반 포기반 그런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살짝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정말 바이올린을 들고 왔네요.
지난 주에 제가 부탁한 스즈키 1권의 바하 곡 세 곡 전부 악보를 다시 보고, 도와 줄 준비가 다 된채 와서
3곡의 악보를 여러 차례 고쳐가면서 본 다음, 어제 선생님에게 받은 하이든의 안단테를 함께 연습했습니다.

물론 혼자 연습하는 것보다는 상당히 긴장되지만 그것 나름의 재미가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바이올린 들고 조금 일찍 와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녀도 역시 재미가 있었는지 바이올린 배우기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조금 더 확고하게 다지는 것 같더라고요.

화가에 관해서 읽는 시간, 오늘은 1900년대 초기에 활동한 네 명의 화가에 관한 전기를 간단하게 읽었는데요
영어 해석이 된다고 해도 그것이 미술에서 무엇을 말하는지 제대로 모르는 것이 많은 제게는 지혜나무님의
툭 던지는 한마디가 얼마나 도움이 되던지요!!
디자인과 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친 그녀에겐 디자인에서 특기할 만한 사실이나 사조, 혹은 디자이너 자신
기법,시대와 연관된 변화 이런 것을 파악하는 감각이 훨씬 발달해 있어서 어라, 미술사에서는 별로 취급되지
않지만 이 시기의 이 사람의 역할은 사실은 디자인에서 더 중요하다거나, 이런 말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 씌인
것이라거나 이렇게 간단한 지적으로도 그 문장이 새로운 의미를 띄게 되는 즐거운 변신을 한다고 할까요?

북 치러간 시간, 강사가 이야기를 합니다. 강박과 약박의 멋진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머리로가 아니라 몸으로 가락을 익히라고요. 말은 쉽지만 그것이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어서
자꾸 엇박자로 가락을 치게 되더군요. 그래서 부탁을 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따로 치면서 잘 못 된 곳을
봐달라고요. 혼자서 하면 더 당황하지만 그렇게 확실하게 한 번 지적을 받아야 계속되는 잘못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돌아가면서 한 번씩 치는데 결점과 장점이 다 드러나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러자 강사가 도와주면서 해준 말, 만약 가락을 못 따라가면 그냥 작은 소리로 하모니를 이루면 된다고요.

그렇구나, 몸에 가락이 익을 때까지 천천히 반복하면서 그 시간을 즐길 것, 그리고 내가 설령 틀리더라도
옆 사람들을 믿고 그대로 작은 소리로 따라가 볼 것,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참 편해진 날인데 마지막 인사 장단을
마무리하고, 강사가 젬베라는 악기를 손으로 두드리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우리도 한 번 쳐보겠다고
달려들어서 손바닥으로 악기를 두드려보니 채로 내는 소리와는 또 다른 맛이 나더군요.

우연히 참석하게 된 북치는 교실에서 매번 새롭게 만나게 되는 신선한 경험도 역시 제 생활에 멋진 조화를
가져다주는 큰 역할을 하고 있구나 새롭게 돌아보게 되네요. 이런 날 낮 시간에 집에 들어오면 자연히
김덕수의 사물놀이, 혹은 대금, 해금연주, 타악기 연주 이런 앨범에 손이 저절로 가는 것을 보면
사람의 몸과 마음의 밀접한 연결에 놀라게 되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