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여
저 코시에여~~
오늘 진주 댕겨왔어예~~
머리에 쓴게 뭐냐구요?
칠년전에 유행하던 건데....

봄에 바쁘지 않은 동물이 세상에 있을까?
만일 있다면 한번보고 싶다. 정말.
오늘도 아침부터 마당에서 분주히 왔다갔다하는데
갑자기 주인님이 코시야~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부르는 것이었다.
나는 바쁜 일도 좀 있고 왠지 알랑거리며 부르는게 느낌도 좋지 않아
일부러 못들은 척하고 할 일을 계속하고 있는데
어느새 다가왔는지 주인님이 나를 달랑 안고는 차에 태우는 것이었다.
( 아이 참... 바쁜데... 어딜 가는 거지? 하긴 바쁘게 일만
할게 아니라 가끔 드라이브하며 기분 전환하는 것도 나쁠 거는 없지 뭐... )
쌩쌩 달리는 차창 밖을 구경하다 잠깐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주인님이 나를 흔들어 깨우고는 어느 건물로 데리고
들어가는데...근데 여기는...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역시 나는 기억력이 뛰어나단 말이야.
( 맞아... 지난 겨울에 내 배에 간지럼을 태우던 곳이야...
기억이 확실히 나는 구만... 지난 겨울 내가 아기를 가졌을 때 왔었지...
어떤 아저씨가 내 배에 미끈미끈 한 걸 바르고 간지럼을 태우던 곳이야... )
나는 오늘도 간지럼 타러 왔나보다 하고 부끄럽지만
내 배를 보여주려는데 아저씨가 내 배는 쳐다보지도 않고
부스럼이 난 내 목덜미를 건드리는 것이었다.
( 아얏! 거기는 내가 뒷발로 벅벅 끍다가 성이 나서 엄청 아픈 곳인데... )
나는 아저씨에게 겁을 좀 주려고 앞발을 치켜들었다가
주인님의 한마디에 얌전히 내려야만 했다.
( 코시!! 닭발 내려! )
그런데 처음부터 순순히 나간 게 잘못이었던 거 같다.
그렇게 아프게 할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이빨도 드러내고
침을 질질 흘리며 미친척하고 으르릉 거려
나를 함부로 다루지 못하게 했을 텐데 말이다.
아저씨가 나의 주둥이를 틀어잡고 아픈 목덜미를 건드릴 때는
아프기도 했지만 정말 이런 식의 대접은 처음이라 너무 불쾌했다.
( 이봐욧! 아자씨! 나는 여자라구요! )
정말 주인님이 말리지 않았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 지는 아무도 장담
못하는 일이다. 어쨌든 나는 부당한 대우에도 꾸욱 참으며 우스꽝스런
모자까지 하나 쓰고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오니 지코가 반겨준다.
( 어이! 코시! 오데 갔다 온 거야? )
( 응? 거래처에 좀 갔다 왔지 뭐... )
( 근데, 머리에 쓴 거는 모야? )
( 아, 이거 거래처에서 선물 받은 건데... 요즘 새로 유행하는 모자래...)
( 야~ 증말 멋있다~ 나도 함 써 보자~~)
( 어어 저리가! 침 묻는다 야아~ 저리 가아~~ )

2004년 봄에 코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