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너무나 반가운 문자를 받았습니다.
선생님, 지금 도서관에 계신가요? 저 석현인데요
이번에 서울대 인문학부에 입학한 제자인데요, 지금 오라고 해서 만날까, 아니면 독일에서의 교환학생 과정에서
지난 토요일에 일산에 돌아왔다고 시차 적응이 막 끝나고 인사하러 왔던 정민이랑 (사실 그 날은 수업중이라
간단한 인사만 하고 헤어져서 나중에 연락하고 만나기로 했거든요 ) 함께 만날까 잠시 고민하고 두 사람의
사정을 물어보니 오늘 점심 약속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서로 스쳐 가면서 만난 사이일수도 있고 아니면 학년이 상당히 차이가 있으니 모르는 사이일 수도 있으나
두 사람을 함께 만나면 서로에게 자극이 될 것도 같아서 한자리에서 만난 것인데요
생각이상으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독일에서의 공부가 끝나고 두 달 정도 여행을 다녀온 정민이, 물론 독일에서도 베를린, 뮌헨등의 박물관
미술관을 평소에도 다녔고 그 후 여행중에도 이 곳 저 곳을 많이 다닐 수 있었다고요
피렌체에서 탄 기차속에서 제게 보냈다는 엽서는 주인을 잃고 도달하지 못했지만 선생님, 영재 교육
어려서 시켜주신 것 너무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이런 인사말에 어안이 벙벙해서 무슨 영재교육?
물었더니 수업중에 만날 때마다 그림의 도판을 일부러 보게 한 것이 자기도 모르게 쌓여서 미술관에서
정말 감탄하면서 행복한 기간을 보냈노라고 하더군요.

어려서부터 생각이 깊고 마음이 아름답던 아이, 보람이가 제게 엄마 정민이 같은 딸이 있으면 좋겠지?
하고 은근히 떠보던 아이,그 아이가 눈을 반짝이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저절로 기분이
좋은 시간이 되었지요.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석현이도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하는데 아니 대학생이 이렇게
행복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고 정민이랑 둘이서 웃었답니다.
수업을 골라서 들을 수 있다는 것, 그 시간 시간이 다 재미있다는 아이, 마침 기숙사에서 다닐 수 있어서
주중에는 서울에서, 주말에는 일산에 와서 사물놀이 동아리도 아르바이트도 ,그리고 성당모임과 자신이
만든 대학생 환경동아리에도 참석하고 있다는 ,나는 정말 즐겁다는 것이 얼굴 가득한 석현이, 그런데
정민이와 제 대화를 듣고 있다가 그런데요 두 분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제가 너무 학교 생활에 만족하고
더 이상의 세계에 대해서 관심을 못 갖고 살았던 것 같아서 너무 자극이 되네요 하면서 이야기에 끼어
들기도 하네요.

원래 12시에 늦은 아침, 아니면 이른 점심을 먹고 한 시간정도 이야기하다가 도서관에서 바이올린 연습
한 시간 정도 하고 하루 수업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커피 숍으로 옮겨간 자리에서도 이야기가 한없이
이어져 거의 3시가 되어서야 헤어지면서 다음에 보람이가 돌아오면 다 함께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헤어졌습니다.
도서관에 함께 온 정민이에게 빌려줄 책을 고른 다음 .,이제 인터뷰가 끝났을 보람이와 통화를 했지요.
엄마, 수능 시험이 막 끝난 그런 기분이야
면접을 제대로 한 것 같지만 일본 사람들의 표정만 보아서는 실제로 어떤지 잘 몰라서 장담하긴 어려운데
인사담당자 말로는 오사카에서 면접 두 번 다 내가 점수가 제일 좋았다고 하니 특별한 일만 없으면
잘 될 것 같아, 27일안에는 결과가 나온다고 하네 그렇게 말을 하더군요. 할 이야기를 마치고 정민이와
잠깐 통화하게 하니 둘이서 즐거운 인사를 나누고 한국에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네요.
그리곤 수업이 시작되었는데 6시쯤 전화벨이 울립니다. 설마 보람이 전화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엄마, 소리지르는 것을 보니 좋은 소식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합격했다는 연락이 왔다고 오사카로 가기 전에
인사담당자를 만나고 가라고 ,그리고 본인이 원하는 재무부서로 배치가 되었다고요.
드디어 매듭이 지어지고,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물어보았습니다. 남아 있는 곳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하고요
지금 이 회사가 마음에 드니 이것으로 끝내고 와도 된다고 합니다. 미련없이 본인이 이것으로 끝낼 수 있다고
하니 저도 흔쾌히 그러면 그 곳 일상을 접고 인사할 곳 제대로 인사하고 돌아오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고
나니 비로소 긴장이 풀리고 한 순간 멍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사이버 공간안에서 아이문제로 고민하는 것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격려받기도 하고, 그렇게 보낸
시간이 생각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