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에서 늘 만나던,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에게 교과서 역할을 했다던 마솔리노와 마사초의
브란카치 예배당 벽화를 보러 가는 길입니다.
바르젤로에서 나와서 어제 지났던 베키오 다리를 다시 건너게 되어 한 번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
기쁘더라고요.



겨울이라곤 해도 그다지 춥지 않은 덕분일까요? 밖에서 메뉴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신기했습니다.

드디어 표지판에 우리가 찾아가고자 하는 교회 이름이 보이네요.
어라,그 아래에 산 스피리토도 있는 것을 보니 그곳도 살짝이라도 보고 싶다고 일단 마음에 새겨두었습니다.

외부에서 찾아가는 사람들에겐 이 곳이 여행지이지만 그 곳에 사는 사람들에겐 이 곳이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풍경이네요.

브란카치 예배당이라니, 거기가 어딘데 찾아가는 거지? 속으로 궁금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라도
아 이 그림이 하고 바로 소리가 나올법한 아담과 이브의 추방을 그린 화가가 바로 마사초거든요.


사진속에서 비뚤어져서 조금 이상하지만 바로 이 벽화를 보러 온 거랍니다.



이 곳에서는 아름다운 색깔의 문진을 팔더라고요. 문진만이 아니라 언뜻 보기에도 읽어보고 싶은 책이
가득하지만 여기서 서성대다가는 시간이 모자랄 판이니 우선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옛날에는 큰 규모의 성당이건 작은 규모의 성당이건 그 안에 자신들만의 예배당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네요. 물론 그냥 예배당을 지을 수는 없었을 것이고 말하자면 상당한 규모의 후원금을 내거나
재정적 지원을 하거나 그런 사정이 있었겠지요? 그런 가문중의 하나인 브란카치 가문의 예배당인데요
그들의 후손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마솔리노와 마사초의 이 벽화로 인해 전혀 인연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브란카치 예배당이란 이름이 회자되고 있으니 역시 예술은 더 오랜 기간 살아남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네요.


베드로가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를 향해서 시선을 돌리고 있는 한 인물이
이상하게 신경쓰여서 그를 자세히 보던 시간이 기억나는군요.

재미있는 것은 성서속의 사건은 아주 오래 전 지금의 이스라엘에서 일어난 것이지만 이 안의 현장은
마사초가 살던 당대의 이미지를 재현하고 있다는 것

중세 후기의 성화와 비교하면 얼마나 달라졌는지가 실감나는 현장이기도 합니다. 어느 것이 더 좋다 아니다를
떠나서 얼마나 다른가의 문제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겠지요?

사건이나 상황의 와중에서도 잠자고 있는 청년의 모습이 재미있네요.

인물 각각의 표정을 살피는 일도 재미있습니다.

들어오는 입구에서 본 아담과 이브와 사뭇 다른 모습이지요? 서로 다른 사람의 그림이란 이렇게 다른
표현으로 나타나는 것, 그래서 두 사람의 작업을 한 자리에서 동시에 본다는 것이 상당히 재미있구나
느꼈답니다.


두 벽화의 화가가 다른데 위가 마솔리노,아래가 마사초입니다.

저는 벽화의 가운데 나무를 그려넣은 것이 일종의 여백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미술사 책의 도판에서는 한 면만 주로 보여주었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보았는데 사실은 이렇게 빙 둘러서
벽화가 그려져 있더라고요.
추방당하는 아담과 이브의 생생한 표정을 그려낸 마사초의 벽화는 이상하게 제대로 찍히지 않아서
소개를 할 수가 없네요.대신 입구에서 본 도판이 있으니까 앞에서 소개한 아담과 이브랑 대조해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사초의 그림은 당대의 다양한 화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는데 미켈란젤로의 최초의 뎃생 연습도
바로 이 그림들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사실주의란 말이 등장하기 전 사실성을 담보한 그림을 그린 마사초는 브루넬레스키의 영향으로
그림에 원근법을 도입한 최초의 화가중 한 명이라고 소개되기도 하는데 그가 너무 이른 나이에 죽은 바람에
조금 더 오래 살았으면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 사람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벽화를 보고 있으려니 그 말이 실감이 나더군요.
29일 ,드디어 이 그림을 보았구나 ,이것으로 오늘 하루는 충분하네 흡족한 마음으로 그 곳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