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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산 마르코 수도원에서 만난 프라 안젤리코

| 조회수 : 2,512 | 추천수 : 36
작성일 : 2011-01-19 11:59:08


  
  아카데미아에서 산 책을 바로 앞인 민박집에 두고 다시 길을 나서서 찾아가는 곳은 산 마르코 수도원입니다.

프라 안젤리코의 수태고지를 비롯해서 그가 수도사들의 방마다 그렸다는 그림을 보러 가는 길이기도 하고

도미니크 수도회의 일원이었던 사보나롤라의 흔적을 만나러 가는 길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비가 부슬 부슬 내려서 수도원의 전체적인 모습을 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유한한 생명체인 인간이 무한의 존재인 신을 만나고 (어떤 식으로 만날 수 있을까 제겐 늘 미스터리이지만요)

신에게 삶을 통째로 헌신하기도 하는데 수도사들도 바로 그런 존재들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도 그 삶이 늘 축복이기만 했을까, 인간적으로 엄습하는 고뇌는 어떻게 처리했을까

엉뚱한 생각을 유발한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산 마르코 수도원은 도미니크 회의 수도원으로 12세기말 완공되었지만 그 이후 메디치가의 코시모가

대대적으로 후원을 한 곳으로 자신의 개인 기도실도 그 안에 두고 기도하러 왔다는 일화가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수태고지를 만나기 전 다른 곳을 먼저 둘러보고 있는 중입니다.









사진 정리하던 중 혼자 웃었던 적이 있는데요 어딜 가던 글씨가 있으면 꼭 찍었구나, 왜 나는 글씨에 그렇게

집착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물론 글씨가 그 곳이 어디인지, 운이 좋으면 영어로 다시 한 번 설명이

되어서 그것을 이해하는 경우도 생겨서 좋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 심한 것 아닌가? 잘 모르겠네요.



아 이 복장 기억난다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네요. 성화를 보다보면 이런 복장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지요.

도미니크 수도사들의 기본 복장이 아닐까 싶어요.



반대편의 그림도 유리에 비치고 사진을 찍고 있는 제 모습도 비쳐서 이상한 모습이 되어 버렸지만

사보나롤라의 초상화입니다.

그는 메디치 가문이 득세하던 피렌체, 그들이 후원하는 바로 이 수도원에서 머무르면서 메디치 가문을 질타하고

교황과도 불화했던 수도사로 한 때는 피렌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보티첼리의 경우는 설교에 감화되어

그 동안 그린 그림을 불태우고자 했던 시기도 있었다고요. 미켈란젤로도 그의 설교이후 더 종교적으로 변해

내면속으로 침잠했다는 이야기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이 곳도 기본적으로는 촬영금지, 그래서 수태고지를 마음으로만 담으면서 여러 차례 보게 되었지요.

미술사 책 어디에서도 만나는 그 그림을 이런 식으로 바로 그 자리에서 보게 된 것에 기뻐하던 시간이  생각납니다.



코시모 데 메디치의 방이란 팻말을 찍었습니다.

각 방안에는 그림이 하나씩 있는데 피렌체에 관한 책에서 보니 나이가 많은 수도사들은 프라 안젤리코에게

자신이 원하는 그림 소재를 말할 수 있었지만 나이가 어린 아직은 수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수도사들의 방에는

그런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고요. 아하 그래서 어떤 방에는 조금 더 부드러운 소재가, 어떤 방에는 이런 소재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과연 마음의 평화가 올까 싶은 소재가 그려져 있었던 것이로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지요.






책이 대량으로 인쇄되어 나오기 전의 책이란 단순히 읽기 위한 수단을 넘어서는 공력이 들어가서

지금 보고 있으면 그 자체가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오래 전의 악보가 바로 이런 식으로 기록된 것 같네요.



당시에 물감을 만들어 쓰던 방식을 보여주는 것인데 파랑에서 눈길 거두기가 어렵더라고요.



사보나롤라와 관련된 기록이란 것 그리고 그것에 관련된 시기만 알 뿐 다른 것은 거의 그림에 불과한 것

그래도 찍어두니 다시 그 시기를 들추어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네요.



2층을 둘러보다가 밖을 내다보니 꾸물꾸물한 날씨라 그런지 밖의 모습이 이전과는 달라보입니다.



이층에 있는 사보나롤라의 방까지 다 둘러보고 내려오니 역시 그 안의 샵에는 산 마르코 수도원에서 귀한

자료를 상품으로 만든 것이 가득합니다. 어느 샵이나 그 곳을 보면 이 공간안에서 무엇을 보아야 할 지가

가장 보편적으로 드러난다는 것, 그러니 이것이 자본주의적인 사고방식인가 하고 혼자서 웃게 되네요.






한 장 구해서 프레임을 하면 어떨까 잠시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집에는 더 이상 공간도 없는데 욕심이다 싶어서

자석으로 만든 것 하나 구해와서 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프라 안젤리코, 본명은 물론 아니지요. 그는 이 수도원에 기거하던 수도사이기도 한데 그의 붓질이 너무 아름다워서

안젤리코라고 불렸다고요. 그리고 프라는 수도사들을 부르는 명칭이겠지요? 수도원장을 하라는 권유에도

자신은 그런 그릇이 아니라고 사양하고 계속 그림을 그렸다는 일화를 읽으면서 자신의 본분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긴 의자에 앉아 있는 이 아이, 귀여워서 한 장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엄마가 좋다고 합니다.



산 마르코 수도원의 사진을 다 정리하고 나니 프라 안젤리코 그림을 조금 더 보고 싶네요. 당연히!!



이 그림의 제목이 코스마스와 다미안이란 성인의 beheading인데요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은

두 성인이 의사로서 기적을 행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코스마스 성인을 따서 코시모라 이름지은 코시모 1세는

두 성인을 자신의 가문으로 수호성인으로 정했다고 하는데 아마 그래서 프라 안젤리코에게 부탁한 것이

아닐까? 조금 알게 된 지식으로 이 그림이 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신기합니다,프라 안젤리코를 찾아보던

그 이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그림이라서요.






찾다보니 같은 화가에 의해서 이 두 성인에 대해 그려진 것이 여러 점인데요 제목이 눈길을 끄는 것 한 점

그들이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를 고치는 장면이 있네요.



도미니끄 성인이 십자가를 붙들고 있는 장면이로군요.






예언자들 각각의 얼굴을 보는 일이 재미있는 그림입니다.제목 자체가 예언자들이고요.






산 마르코에서 보았던 가장 수수께끼같은 작품이었는데요 이 그림에 대해선 더 알아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제 눈길을 끌었던 그림을 도판으로 만났습니다.이러다간 끝이 없을 것 같아서 오늘은 여기까지 보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빨강머리앤
    '11.1.19 1:50 PM

    요즘 사무실에 나와서 인투님 여행기 보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봄에 일산으로 이사를 가는데 혹시 도서관에서 마주칠 수 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

    밑에서 두번째 그림은 서경식님의 책에서 본 그림이네요.
    고뇌의 원근법이였는지 다른책이였는지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책이 집에있어 더 정확하게 얘기하진 못하겠으나
    책에서 보고 저도 인상깊었던 그림이라 알려드립니다.

    나머지 여행기도 즐겁게 읽겠습니다.

  • 2. dabar
    '11.1.19 2:49 PM

    기행기 잘 읽고 있어요.
    고종희 한길사.
    이 책을 한번 읽어 보시라고 권합니다.
    혹...벌써 읽어 보았는지도 모르지만..

  • 3. 열무김치
    '11.1.20 1:15 AM

    오늘은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프라 안젤리코의 분홍색 ! 이로군요 !


    everymonth에 저 부르시는 글 보았어요, ^^
    댓글을 쓸려고 했더니 서비스 점검시간이라네요..

    아이고, 이제는 이 글에 댓글을 쓰려고 했더니, 가야가 불러대는군요,.
    가야 잠자는 시간에 다시 올께요 !!

  • 4. coco
    '11.1.20 4:47 AM

    축복 받은 천사 수도승, Beato Fra' Angelico의 이름풀이가 되나 봅니다. 본명은 Guido di Piero
    귀도 디 피에로인가 보고요. 그림만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품성이 천사같이 착하기도 해서 위의 이름이 붙여지기도 한 모양이에요. 인투님의 그의 다른 그림들까지 올려주셔서 더욱 감사하게 보게 됩니다. 위의 아래에서 두변째 그림은 안젤리코 수도승이 그림을 그리던 15세기 초중반 당시의 그림 스타일이 아니고 1200년대, 1300년대 중세시기의 상징적 그림그리기를 의도적으로 시도한 그림인가봐요. 성경의 예수님의 수난을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그림에 다 담고 있나 봅니다. 마르리트의 그림중에 위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그림이 진중권씨의 책, 교수대위의 까지에서 나와 있었던 것같고요.

    열무김치님이 말씀하신 안젤리코의 분홍색, 넘 아름답지요. 위의 마지막 그림, 부활한 예수님을 본 막달라 마리아가 다가가려 하자, 나는 아직 하늘나라라로 가지 않았다, 나를 만지려 하지 마라라는 대목인가 봅니다. 제목이 라틴말로 써져 있었는데, 만지지 마라, 였습니다. 위의 디지탈
    프린트 색의 뒷배경 나무들이 짙은 회색으로 나왔는데 실제는 아주 아름다운 녹색입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교외로 나가게 되면 투스카니 지역의 특색이 아주 예쁜 여린 녹색으로 덮여 있었는데 안젤리코가 그 지역의 녹색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더군요. 당대에 최고의 화가였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거지요. 프레스코화 기술의 최고의 대가였음도 물론이고요.

  • 5. intotheself
    '11.1.20 10:33 AM

    빨강머리앤님

    그렇군요.어디서 보았나 아직도 가물가물 서경식의 고뇌의 원급법도 찾아보고

    교수대위의 까치도 다시 찾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일산으로 이사오신다니 공연히 더 반갑네요.

    일전에 스페인어 공부 시작한 것 글로 정리한 적이 있는데 어떤 분이

    일산, 스페인어 배우기란 검색어를 넣었더니 제 글이 올라왔다고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이 스페인어 배우고 싶어하는데 함께 해도 되는가 쪽지가 왔더라고요

    손을 뻗으면 모르는 사람들과도 접속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더랬습니다.

    오시면 연락주시고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인연이 되지 않을까요?

  • 6. intotheself
    '11.1.20 10:35 AM

    다바르님

    바로 그 다바르님이구나 괄호에 들어있는 하캄리디아로 알게 되었습니다.

    잘 지내고 계신지요?

    가끔씩 궁금해하곤 한답니다.

    고종희의 그 책은 두 번 읽었어요. 처음에는 그냥 그 다음에는 그 곳에 간다는 마음으로

    그녀가 소개한 곳 다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은 한정되어서 골라야 했고

    지금은 차라리 피렌체 한 곳만 있다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언제 또

    다른 곳에 갈 수 있었으랴 늘 인생은 선택의 문제인 것을 하고 위로를 삼고 있는 중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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