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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피르와 친구들- 소개하고 싶은 전시

| 조회수 : 1,641 | 추천수 : 32
작성일 : 2011-01-23 10:50:09

처음에 신문기사를 보고는 델피르와 친구들이라니 참 이상한 제목이로군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한겨레신문에서 그 곳에서 주최하는 사진전이라 그런지 다양한 기사를 계속 내보내더군요.

읽다보니 아 델피르가 바로 사진의 역사를 바꾸었다는 사람이구나 관심이 생겨서 지난 금요일에  강남 역사

모임 끝나고 갔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모임 끝나고 점심 먹고, 그리고도 2차로 남은 세 사람이 여러가지

이야기에 몰두하다 보니 도착한 시간이 5시 30분

시간이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물어보니 매표소에서는 충분하다는 겁니다.

그래요?

일단 표를 들고 안으로 들어가보니 시간이 모자랄 것이 눈에 보이네요.

그래도 일단 관심있는 것부터 보기 시작해서 안으로 들어가니 사라 문이 촬영하고 자신을 이야기꾼이라고

소개하는 인터뷰어가 로베르 델피르를 인터뷰한 동영상이 있었습니다.

팽팽한 인터뷰란 이런 것이로구나 매혹되어 그 안에서 정신없이 보고 있는데 갑자기 폐관시간이 되었노라고

나가달라고 하더라고요.뭐라고요?



매표소에서 1시간 30분 이면 본다고 해서 표를 구해서 들어왔는데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시간 아닙니까?

이렇게 귀한 자료를 많이 갖고 있으면 적어도 4시간은 보아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러니 표에다 다음에

다시 와도 된다고 메모를 해주면 어떤가 물어보니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잠깐 기다려보라고 , 초대권을

한 장 주더라고요. 이렇게 전시를 마음으로 보아주시는 것이 고맙다고 하면서요.



여행을 함께 했던 친구중의 한 명이 지난 주 금요일 토요일에 서울에 올라올 일이 있다고 연락이 왔더군요.

무슨 전시가 좋겠는가 물어보길래 그러면 기다려보라고 델피르 전시를 보고 소감을 연락해주겠다고 했다가

바로 전화를 했지요. 그 전시 꼭 가보라고. 그랬더니 정말 토요일에 다녀와서 정말 좋았노라고 메시지를

보냈네요.



그 친구가 이번주에도 학회가 있어서 올라오니까 대학시절 친구들이 오랫만에 모이는 것이 어떤가

모여서 전시회도 가고 음악회도 가고 하룻밤 모여서 이야기도 하기로 갑자기 급조된 금요일 모임

원래는 시립미술관, 그리고 덕수궁 현대미술관의 전시를 본 다음 밤에 길담서원의 음악회에 가기로 이야기가

되었는데 한 친구의 사정상 아무래도 모임 장소가 예술의 전당이 낫겠다 싶어서 갑자기 장소를 변경하는 바람에

금요일 낮 시간 다시 델피르 전에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2시에서 6시까지 4시간을 그 곳에 있었는데도 나오기가 아쉽다고 느낀 그런 전시였습니다.

더구나 지난 주에 제대로 못 듣고 나온 인터뷰, 다시 한 번 들었어도 그 자리에 다시 앉아 있고 싶은

참으로 인상적인 인터뷰였는데요 세 명이서 일치한 의견이 인터뷰 자체로도 훌륭한 전시가 되지 않았을까

그것이 이 전시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었지요.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을 필두로 사진의 역사에서 언급되는 대가급의 사진들, 델피르가 창간한 잡지

그가 출간한 책들도 전시가 되었는데요 인상적인 것은 브레송의 사진을 22분짜리 영상으로 편집한 것이었어요.

그 안에는 현대사의 순간 순간들이 한 마디로 말하면 사진작가의 말대로 결정적 순간들이 많이 있어서

갑자기 현대사의 한 복판으로 들어간 기분이 들기도 했고요.



더구나 전시장안에 델피르와 친구들 전시용으로 비치된 사진집이 많아서 평소에 보기 힘든 다양한 사진집을

앉아서 차분히 볼 수 있었던 것도 생각지 못한 호사였답니다.

여행지에 가서는 이렇게 긴 호흡으로 한 전시를 보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어서 대조적으로 더 이번 전시의

긴 호흡이 제겐 인상적이었던지도 몰라요.



늦은 밤 하루의 일정이 끝나고 잠깐 커피 마시러 간 곳에서 한 친구가 이야기를 하더군요.

아무래도 혼자서 다시 와서 보고 싶은 전시라고요. 그러더니 다음에 여행을 함께 가게 되면 한 곳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무르면서 보면 좋겠다고 예를 들면 베네치아의 구겐하임 미술관의 경우 이틀 정도 연속해서 가고

그 안에서 조금 여유있게 하루 종일 그림을 보면서 쉬고 이야기도 나누고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하네요.

그게 바로 내 말이긴 하지만 실제로 그 곳에 가면 보고 싶은 것이 많아서 참 쉽지 않더라고 그래도

다음에 함께 가게 되면 그런 것을 고려해보자고 대답을 했습니다.



여행지에서의 그런 긴 호흡을 생각하는 친구가 생긴 것이 기뻤습니다.저도 가끔은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하지만 실제로는 아직까지 시행을 못하고 있던 중이라서요.

2월달도 내내 하는 이 전시, 아직 너무 어린 아이들은 곤란하지만 그래도 중학생 이상이면 그리고 혹시

카메라에 관심이 있거나 사진 보는 것이 좋은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함께 동반해서 갈 수 있는 좋은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꼭 아이들과 동반할 필요는 없겠지요?

매일 매일 세 끼 밥 차리느라 방학이 조금 힘들다고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느 날 훌쩍

한 나절의 나들이로는 정말 좋은 상차림이 아닐까 싶네요.



1월말이면 인턴이 끝나는 보람이랑 2월에 사진전 함께 가자고 먼저 이야기 꺼내고 사정이 바뀌어서 혼자

가게 되었더라고요. 그래도 한 번 더 보고 싶은 전시라 2월에 짬을 내서 다시 보고 싶다니

참 힘있는 전시이기도 합니다.



대학시절의 네 친구, 각자 현장에서 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느라 바빴던 시절에는 일년에 한 번 얼굴 보기도

어려웠는데 어느새 아이들은 크고, 이제는 방학에는 아니, 두 달에 한 번은 모여서 전시회도 가고 음악회도

가고 가능하면 연말에 여행도 함께 가자고 이야기나누면서 ( 두 친구가 방학이 있는 직장을 다녀서요)

깊은 밤까지 이야기나누다 보니 마음속 고통을 함께 나누기도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함께 이야기하기도 하는

그 시간이 참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한 친구는 대학때 카메라를 즐겨 들고 다녔던 경력이 있는 친구라서 물어보았지요. 전시를 보고 나서

카메라를 다시 들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는가 하고요. 완전히 그런 것은 아니어도 카메라를 한 대 새로

장만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네요. 조만간 카메라를 들고 등장해서 서로 이야기할 날이 오지 않을까

새로운 기대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사진전에 간다는 것, 혹은 미술전시회에 간다는 것, 그것은 교양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곳에서 단 한 번도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시선을 만나게 되는 것, 그래서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세계와

만나게 되면 잠깐 비록 순간이라도 제 안에 반짝 빛이 비추고 그 빛이 그 이전과 다른 어떤 것을 자극하게

되는 그 순간의 놀라운 만남을 기억하기 때문에 자꾸 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사진은 29일 피렌체에서 점심을 먹고 바르젤로를 찾아서 가는 도중에 만난 로비아란 제목의 상점에서

찍은 것과 (루카 델라 로비아라고 도나텔로와 동시대의 조각가인데 아주 예쁘다는 느낌의 조각을 해서

동시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조각가입니다. 브루넬레스키의 고아원 톤도안에 있던 아이들을 조각한

바로 그 조각가인데요 그의 이름을 딴 상점에서 주인장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해서

들어가서 한참 구경을 했지요) . 미켈란젤로의 승리가 있다는 베키오 궁을 슬쩍 들여다만 보고 바르젤로로

가던 길에 찍은 사진도 있습니다.하루동안 본 것들이 많아서 여행기가 아직도 29일에 머물러 있어서

버리기 아까운 사진을 함께 올려 놓았습니다.

사진전에서 만난 한겨레 신문사의 한 기자의 강의, 그는 말을 하더군요. 사진을 찍으러 출사나간다, 사진을

건진다고 하는  말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진은 건지는 것이 아니라 순간 순간 고민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담는 것이라고, 여기에 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무엇을 느끼는가, 여러분이 사진을 찍는다고 하는 것이 무슨

의이인가에 대해서 고민해보면서 찍기 바란다고요. 생각지도 않게 강의의 말미만 들은 셈이지만 제겐

전시장에서 만난 참 귀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대상이 있어서 찍는 사진작가와 나는 이라고 자신을 드러내는 사진 작가가 있다고, 그런데 정말 귀한 것은

나는 이라고 자신을 드러내는 작가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는 델피르의 인터뷰 대사가 겹치면서

나는 왜 사진을 찍는가에 대해서 뒤돌아보게 된 시간이기도 했지요.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intotheself
    '11.1.23 11:46 AM

    coco님

    아래 설명을 읽다보니 아, 아눈지아타가 수태고지,즉 annunciation이네 하고 그제야

    알게 되었어요.그리고 로비아, 그 이름을 딴 상점을 바르젤로 가는 길에 만났습니다.

    그의 칸토리아를 오페라 델 두오모에서 보았는데 그 때는 볼 작품이 너무 많아서 자세히

    보기 어려웠는데 일상속에 아직도 남아있는 그의 흔적을 보니 신기하더군요.

    사진에 담은 것 혼자 보기 아까워서 여기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도판은요 제가 갖고 있는 책이 아니라 www.artcyclopedia.com에서 가져오는 것인데

    아마 이미 알고 계실지도 모르지만 처음 듣는 곳이라면 들어가보시면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 들 겁니다 .

    그 보물을 혼자서만 보지 마시고 글과 더불어 이 곳 사람들과도 함께 나눌 수 있길!!

  • 2. coco
    '11.1.23 12:00 PM

    인투님, 수태고지를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말이 이제 이해가 되네요. 그래서 대화중에
    서로를 상부상조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 아눈지아타 광장의 아기 부조는 위의 말씀하신
    루카 델라 로비아가 아니고 그의 조카인 안드레아 데라 로비아가 만들었다고 해요. 중요한 것은
    아닌데요. 저는 디카로 처음 찍어봤는데 적응이 잘 안돼서 이상했어요.ㅎ 어제는 과거 사진기로
    찍은 필름을 인화 현상해서 찾은 것을 보고 계속 디카를 써야하나 하는 생각을 또 하게 되기도 했고요.ㅎ 과거에 괴테가 이태리 여행을 할뗀 그림그리는 화가를 고용해서 가는 곳마다 회화나 조각, 풍경을 열심히 그리게 해서 가져가더군요. 쉽게 디카를 통해서 이미지를 다 저장해서
    갖고도 오고 널리 나눠볼 수도 있고 놀라운 감각의 경험을 하면서 살게 된 것 같습니다 !

  • 3. intotheself
    '11.1.23 12:07 PM

    그렇군요,저는 로비아라면 당연히 그 로비아라고 생각을 해서요.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coco님은 미술사 전공인가요?

    저는 좋아서 그림을 찾아다니는 아마추어라서 오히려 더 신기하게 보고 모르는채로

    아니면 조금 더 다가가려는 마음으로 보는 것인지도 몰라요.그래서 그 때 그 때 마음이

    동하는 데까지로 한정해서 보고 있는데요 어제는 오랫만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관한

    책을 다시 꺼내서 읽는데 이미 눈으로 본 작품들, 건물들이 나오니 얼마나 실감나게

    책이 읽히던지요.그 맛에 그리고 다시 읽으면 새롭게 읽혀지는 구절덕분에 같은 책이지만

    다른 책을 읽는 경험을 하게 되었답니다.

  • 4. coco
    '11.1.23 12:08 PM

    저와 동시에 글을 올리셨던 것 같아요. 위의 글을 인투님의 첫댓글을 보지 못하고 썼기에 몇자 더 붙입니다, 알려주신 사이트 감사드리고요. 제가 컴퓨터는 워드프로세싱 정도로 이용하는 수준이라 어떻게 이미지를 포스트해야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요. 저도 나눌 수 있는 이미지를 쉽게 교환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렇게 댓글로만 소통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인투님이 성심껏 보여주시는 한국의 전시들, 그림들 모두 너무너무 감사하게 잘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넘치는 호기심과 배우는 즐거움을 누구보다도 만끽하시는 님이 아주 존경스럽고요!

  • 5. coco
    '11.1.23 12:20 PM

    저는 미술사 전공은 아니고요. 피렌체 방문이 너무 인상적어서 계속 이리저리 관계된 책자들을
    계속 보다보니 알게되는 내용들을 말씀해드린 것 뿐이고요. 인투님과 함꼐 교감할 수 있는 것은 저도 아마추어 애호가이기 때문에 님과 같은 과정을 똑같이 반복하면서 즐거움을 배가 시켜나가 는 경험을 하고 있고요. 실은 음식을 사랑하는 쿡인데 키친토크에 음식 포스트를 할 수 없어서 다른 사이트를 보다가 줌인줌아웃을 최근에 찾게된 거고요.ㅎ 오늘 우연히 제가 늦게까지 있었더니 인투님과 동시 대화를 하게 되는 느낌이네요.

  • 6. modi
    '11.1.24 8:06 PM

    사진보니까 우피치박물관 입구도 있네요...
    저기서 6년 전 쯤 저희 남편과 만났었는데~~ 이른 아침에 박물관 줄서면서요...
    아~ 이렇게 보니까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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