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처음에 고민하던 시외로 나갈 수 있는 날이 있을까는 아무래도 무리다, 여기서도 가야 할 곳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 내일이면 떠나야 하니,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아침 일찍 민박집 앞에 있는 아카데미아에
갔습니다. 이 곳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이 있는 바로 그 곳이랍니다.

이 곳도 역시 촬영이 금지된 곳, 집에서 이미지를 찾아서 보고 있는 중이지요.
로마에서보다도 피렌체에서 미켈란젤로를 더 여러 점 만나고 그 때의 심정을 담은 기록이 수첩에 남아 있네요.
라파엘로, 반 다이크,티치아노 그림의 홍수속에서도 역시 이번 여행에서는 미켈란젤로의 조각에 홀리다
그의 조각들이 준 인상을 능가하는 작품이 없다고 느낄 정도로., 조각의 물질감,물질감을 뛰어넘어버린 정신성
돌이 말이 되고 침묵이 되고 다시 천둥이 되어 육박하는 기분이라니!!
물론 그 순간의 감정에 휘둘려서 뭔가 감상적인 기분도 들지만 실제로 그 때의 기분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서
웃으면서 혼자 읽어보게 됩니다. 소리내서

산 로렌초의 신성구실에서 만난 메디치 마돈나를 기억하면서 찾은 도판입니다.

팔레스트리나의 피에타라고 이름붙인 이 작품은 아카데미아에서 만난 것인데요 이 작품이 진짜
미켈란젤로의 작품인가에 관한 논란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있다는 기록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아카데미아에서 실제로 제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다비드 상이 아니라 오히려 노예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조각들을 찾다보니 오래 전 처음 루브르에서 만난 미켈란젤로가 생각납니다..그 때 처음으로 조각에 매력을
느껴서 언젠가는 그의 작품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지요. 그러고보니 이번 여행으로
전부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고맙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주 그의 작품과 만났군요.

이 작품이 바로 루브르에서 만난 작품중의 하나이지요.

촬영이 금지된 것만이 아니라 개인 성당인 곳에서 마치 박물관에 들어가는 것처럼 검열이 있어서 혼란스러웠던
곳인데 들어가서 보니 보물에 해당할 정도의 작품이 많더라고요. 그래서인가? 그래도 개운하지 않던 기분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29일 하루 동안 볼 곳이 많은데 팔라토 베키오궁에 있다는 미켈란젤로의 승리를 보러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만 바로 그 승리, 도판으로 보고 있자니 그래도 무리해서라도 보러 갔어야 하나
그런 아쉬움이 남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인상이 강렬해서 다른 것은 무엇을 보았나도 거의 기억나지 않는 아카데미아,그런데 출구를
찾아서 나오다 만난 샵의 책들이 발길을 잡았고 그 곳에서 일행들이 여러 권의 책을 산 곳이기도 합니다.
이탈리아 미술 전반을 다룬 좋은 도록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제겐 도록이 너무 많아서 다른 사람들에게만
추천하고 저는 다른 것을 골랐는데요 나중에 숙소에 와서 보니 전 날 피티궁전에서 만난 화가들,그리고 밀라노의
미술관에서 만난 화가들이 그 도록의 후반에 다 나와 있더라고요. 앗 이럴 수가!!
다음에 빌려서 제대로 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위로를 했지요.
제가 구한 책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바로 이 작품을 소개하는 작은 소책자인데 영어판 하나 그리고 프랑스어
판 하나 그렇게 구했습니다. 같은 내용이라서 영어를 참고하면서 읽는다면 사전 찾아가면서 더듬거리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스페인어판도 있었지만 아직 그것을 사는 것은 너무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어서
들었다 놓았다 하다가 결국 두 권만 사들고 왔습니다. 언젠가 여행길에 스페인어로 된 미술책을 사게 될 날이
있게 될까요?
그러고 보니 어제 두 번째 수업이 있었던 스페인어 시간, 새로 참석한 세 명의 학생이 있었습니다.
한 명은 우리에게 발음을 알려주는 일종의 리더인 영서의 동생인데 누나가 집에서 인터넷 강의 듣는 사이에
옆에서 함께 듣다가 관심이 생겨서 나도 가도 되는가 물어서 환영한다는 말을 듣고 등장한 중학교 1학년생
그리고 두 명은 친구이기도 한 두 명의 여학생인데요 각각 이야기를 듣고는 나도 하고 싶다고 해서 함께
하게 된 경우랍니다. 사실 일산에서 학생들이 자발적인 의사로 스페인어를 하고 싶다는 것이 너무 신선하네요.
더구나 말에 관심이 많은 김 미라씨가 갑자기 우리들에게 스페인어로 이야기를 걸어서 처음에는 다들 혼비백산
,그러나 조금 시간이 지나니 서로에게 간단한 말로 이야기를 걸어서 즐거운 시간으로 돌변하게 되었지요.
그러고 보니 우리집에서는 평생 읽을 일이 없겠거니 하고 그림만 가끔씩 보는 도록이 한 권 있습니다.
마드리드의 프라도에 갔을 때 마침 영어 도록을 다 팔린 상태이고 , 스페인어로 된 도록은 대폭적인 할인을
하던 중이라서 고민 고민하다가 글을 못 읽어도 그림이라도 보면 그것으로 된 것이라고 마음을 먹고 구한
책이지요. 최근에 다시 꺼내서 아직은 그저 그림에 불과한 글자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사이에 조금 알게 된 글씨들이 그림속에서 가뭄에 콩나듯 슬며시 존재를 드러내더군요.
이 작품은 밀라노에서 만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인데요 역시 이 작품도 동영상으로 여러 곳을 비추어준
덕분에 조금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때 그의 코덱스를 정리해놓은 공간을 지나가면서 느꼈던 감정도
다시 살아나네요.
그러고 보니 2011년 1월은 지난 시간과 지금이 혼재되어 기묘하지만 재미있는 그런 시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도판을 보다 보니 루브르에서 이 작품을 처음 만났던 날, 모나리자보다 더 강력한 자장으로 저를 끌어들이던
에너지를 지금도 기억하게 되네요. 아 이렇게 계속 찾다가는 일어날 순간을 포착하지 못 할 것 같은 기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