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은 유난히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게 됩니다.
오늘은 빌려서 듣던 탱고 음악 디브이디를 들고 가서 잠깐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틀어놓았지요.
그랬더니 feel like -ing구문이 나오자 오늘은 수업을 쉬고 놀고 싶다는 반응이 나와서 웃었습니다.
오늘 새롭게 익히는 분사구문,그리고 지나간 동명사 용법의 복습을 한 다음 오늘 암기할 구문을 함께
소리 내어 읽은 다음 구문분석을 시작했지요. 이제는 여기 저기서 끄덕이는 고개가 보이네요.
반복의 힘이라고 할까요?
23개로 나눈 연설문이 벌써 18개 끝났으니 일단 시작만 하면 함께 할 동료들이 있었을 때의 힘이란
무시무시하다고 할 수 있군요.
책 한 권이 다 끝나면 음주 가무를 곁들인 쫑파티를 하자는 의견, 조금 멀리까지 차타고 나들이 가자는
의견까지 의견이 다양하네요. 사실 생각해보면 이런 식의 수업이란 누구나 어른이 되어서 처음 있는
경험일 것이니 (제게도 암기로 문장을 통째로 익히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도움이 많이 되었답니다.)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서 마무리하고 나면 상당히 즐거운 추억이 될 것 같긴 합니다.
수업이 끝나고 한 쪽에서는 일본어 공부를 계속 하고 음식을 만들 사람들은 부엌으로 옮겨와서
오늘 만들기로 한 재료를 준비합니다.이렇게 저렇게 지시를 받으면서 오늘 오이무침, 새로운 방식의 콩나물
무침, 육수를 낸 다음 콩나물과 무를 넣은 국을 끓이게 되었습니다. 원래 생선굽기, 그리고 장떡을 만들
예정이었지만 오이무침과 콩나물무침이 중간에 끼어드는 바람에 다섯 가지 요리는 무리다 싶어서
두 가지는 다음으로 미루고, 우리의 대장금이 들고 온 맛갈스런 멸치조림과 지난 김장김치와 더불어
먹는 밥, 이야기가 무르익는 속에서 젓가락을 놓기 어려워 다들 배부르다고 하면서도 계속 먹게 되네요.
집에 와서 한 숨 자고 무엇인가를 시작해야 할 정도로 하루가 꽉 차버린 기분인 수요일, 낮잠을 달게 자고
월요일, 화요일 손도 대 보지 못한 바이올린 연습을 하려니 끽끽 소리가 나고 어째 연습이 시원치 않습니다.
하루를 쉬면 누가 알고 이틀을 쉬면 누가 알며 삼일을 쉬면 누가 안다더라 이런 소문이 있는 악기 연습
과연 그렇게까지? 하고 잘 못 믿었는데 실력이 모자라는 제가 쉬다가 해보니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네요.
소리가 정상으로 들릴 정도로 반복 연습하고 나니 그제야 원상태로 돌아온 느낌이라고 할까요?
지쳐서 듣고 싶은 음악을 틓어놓고 쉬는 중에 고른 그림은 르노와르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초상화로 남은 사람이란 별칭이 있을 정도로 여러 화가가 초상화를 그린 화상
볼라르입니다.
같은 인물인데도 얼마나 분위기가 다른지요!!
이렇게 앉아서 놀다보니 이제 일어나서 피아노 칠 힘이 생기는군요. 적절하게 시간을 안배하는 것
그래야 즐거운 일이 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요즘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일상의 윤활유가 되는 일들이
자칫하면 무거운 짐이 되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사는 힘을 얻게 되자 하루 하루가 늘 같으면서도 다른
그런 차이를 즐기면서 사는 일이 가능하게 된 것,
계획을 조밀하게 짜지 않고 헐렁하게 하루를 열어두고 그 날 그 날 상황에 맞게 살 수 있게 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아프지 않는 한 하루 하루가 제 색깔을 제대로 내게 된 것,그것이 올해
내 삶에서의 큰 변화중의 하나로구나 ,그림을 보면서 즐겁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요일, 부엌에서의 시간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에게 마음속 깊이 감사하고 있다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서 고른 꽃다발, 누구라도 자신이 공포를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함께 넘도록
진심으로 도와줄 동료가 생긴다면, 스피노자가 말한 좋은 코나투스의 증진으로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될 지 알 수 없는 기운을 받는 것이 아닐까요?
숟가락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음식도 맛 있지만 수요일이 쌓일수록 마음속의 배부름이 커가는
즐거운 시간이 계속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