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을 영어수업에 보내는 마리포사님이 제게 부탁을 하더군요.
story of the world를 아들과 함께 읽고 싶다고요 . 그 때는 무심히 듣고는 그렇게 해보면 좋겠노라고
대답을 했더니 그게 아니고 일요일 늦은 밤에 선생님이랑 셋이서 읽어보고 싶노라고요.
셋이서요? 그렇게는 어렵고 이왕 이런 아이디어를 냈으니 같은 학년 아이들을 모으고 함께할 어른들이
있으면 서로 어울려서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읽는 교실을 생각해보마고 대답을 했습니다.

이런 발상이 가능했던 것은 월요일 길담에서의 프랑스어문교실에 고등학교 학생이 참석하는 것을
보고 나서인데요, 모두 어른들인 수업에 스스로의 의지로 참석해서 함께 공부하는 여학생이 준 자극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하고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이 역사 시리즈를 개인적으로 읽고 있던 두 아이에게 말을 건넸지요. 이번에 이런 식으로 어른들도
함께 참여하는 역사 읽기 수업이 생기는데 함께 하면 어떨까하고요.
그렇게 해서 중학교 2학년 다섯 명, 어른 두 명이 (선생인 저까지 합치면 세 명의 어른이 ) 함께 하는
일요일 늦은 시간의 수업이 어제 처음 시작된 것인데요

연령대가 섞여 있는 상황에서 말은 어떻게 할 것인지, 수업의 분위기를 어떻게 끌어나갈 것인지
조금 긴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데 사실 기우였더군요. 막상 시작하니 알아서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미 학교에서 근현대의 역사를 배운 아이들이라 시리즈의 마지막 권인 4권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수정궁을 지어서 만국 박람회를 하는 날의 풍경,세포이 항쟁, 그리고 일본이 개국하게 되는 과정
크림전쟁을 촉발하게 된 여러 가지 정황 이렇게 4개의 큰 사건에 관한 글을 읽었는데
이야기서술 방식이 워낙 뛰어난 책이라 새롭게 읽는 저도 서술에 맛을 들여서 더불어 즐거운 시간이 되었지요.

이 수업이 어디로 갈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래도 새로운 시도로 수업을 시작하면서 세계 역사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설명하다가 그것과 비슷한 예를 한국사의 과정에서 찾아서 이야기하거나
이야기하도록 유도하기도 하면서 2시간 꽉 채운 수업시간, 일요일은 3시부터 마지막 수업까지 계속
수업이 이어져서 힘이 들어도 밤 11시에도 몸이 쌩쌩하다는 것이 신기하더군요.

월요일 아침, 제일 먼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새로운 시도였던 이 수업인 걸 보니 제겐 상당히
인상적인 일종의 사건이었던 모양입니다. 한 권이 다 끝나는 날까지 함께 공부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수업을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으면 더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