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전 멀리 분당까지 가려던 약속이 친구의 근무시간이 바뀌는 바람에 취소되고
덕분에 한가한 오전이 확보되어, 아침에 조금만 맛을 보려고 어제 박진숙씨가 빌려준 이 디브이디를
걸었습니다.아침과 탱고는 조금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에 ,그렇지만 마루에 놓여진 이 동영상이 유혹을 해서
조금만 분위기만 맛보고 밤에 들어야지 했거든요.
그런데 웬 걸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광장에서 대낮에 모인 사람들, 청중의 표정을 살펴보는 것도 정말
재미있네요. 약간 무거워 보이는 딸을 품에 안고 미소짓고 있는 여성, 어깨 너머에 어린 아들을 올려놓고
있는 젊은 아빠, 혼자서 가득 미소를 짓고 있는 20대의 처녀, 노부부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감정을
주고 받기도 하고 셔츠를 벗어들고 자신의 가슴을 다 드러낸 젊은 총각, 그 사이를 누비면서 음료수를
팔고 있는 사람들,
음악회인데 왜 자막이 필요하지? 궁금해하면서 한국어로 조정했는데 알고 보니 다니엘 바렌보임이
아르헨티나 출신이네요. 그는 스페인어로 콘서트 내내 다양한 이야기로 청중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고
이 콘서트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 말하기도 하고, 탱고를 알린 피아졸라, 그의 곡을 편곡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
반도네온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오케스트라에 합류해서 의미가 확산된 이야기등을 덧붙이더군요.
평소와는 다른 패턴이기도 하고 이제는 백발이 된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다가 중간에 피아노를
치기도 해서 결국 맛 만 보려던 계획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습니다.
한 번은 제대로 앉아서 보고 그 다음에는 화면을 끄고 소리만 들으면서 소설을 읽던 중 스페인어의
마치 노래하는듯한 소리에 매력을 느끼게 되네요. 언젠가 이 언어를 말하게 될 수 있는 날
베네주엘라에 가보고 싶다는 아직은 작은 씨에 불과한 꿈을 갖고 있는 제겐 소리 자체의 울림이 좋아서
의미는 몰라도 계속 들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했지요.
주인에게 돌려주기 전에 아무래도 여러 차례 다양한 시간대, 감정이 서로 다른 시간에 자주 듣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역시 하루 하루는 계획을 빗겨가면서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 그러니
계획을 헐렁하게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오는 것들을 환영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