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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어렵지만 즐거운 이름 짓기

| 조회수 : 1,955 | 추천수 : 39
작성일 : 2010-10-15 00:43:45

everymonth의 초창기 멤버에 naturalizer님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당시 아이가  없는 상태였는데

어렵게 임신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몸을 보호해야 하는 관계로 수업을 오래 함께 하지는 못했었지요.

그래도 처음 정이란 참 귀한 것이라서 그녀의 뱃속에서 아이가 커 갈 때 마침 로마 여행가던 시기와 겹쳐서

성당안에 들어가서 촛불을 켤 때 보람이와 승태 것과 더불어 뱃 속의 아이를 위해서도 촛불을 켰지요.

사실 저는 카톨릭 신자가 아니라서 촛불을 켜는 행위가 가끔은 반칙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마음속으로 아이들의 성숙을 기원하거나 생명이 제대로 잘 자라기를 바라는 그 마음에는 거짓이 없는 것이므로

이 정도는 용서?가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심정으로 여행을 갈 때마다 촛불을 켜거나 다른 사람들이 올려놓은

돌위에 저도 돌을 함께 얹어 놓기도 합니다.



그녀가 무사히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보러 갔을 때 여러 가지 이름을 서로 이야기했는데

준혁이란 이름을 이야기했더니 나중에 부부가 그 이름으로 정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한 생명의 이름짓기에 관여하게 되었는데 그 덕분일까요? 그 아이의 성장에 대해서 마치 대모나 되는듯이

궁금하고, 사진을 올려달라고 해서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아이가 벌써 5살, 어린이 집에 다니고

있다고요.



7년째 집안일을 도와주는 아주머니가 계십니다. 제겐 누구보다 더 든든한 구원투수 역할을 해주시는

분인데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는 동안 겪은 사춘기도 고스란히 옆에서 지켜보신 분이기도 하고요.

나이는 저보다 아래이지만 아들은 벌써 장성해서 드디어 손녀가 태어났지요. 얼마전에

이름에 대해서 고민하시길래 이번에도 저 나름으로 고민해서 여러 가지 이름을 적어 드렸더니

아들,며느리와 서로 상의해서 이름을 결정했더라고요. 서현이란 이름을 골랐네요. 그 식구들이 만장일치로

골랐다고, 그 다음에는 한자를 무엇으로 쓰면 좋은가 해서 사전을 찾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좋은 한자를

찾아보라고 보람이에게 부탁하기도 해서 , 적어드리면서 평생 써야 하는 이름이니까 아드님에게도

한 번 더 고민해보라고 당부했지요. 그렇게 해서 드디어 서현이의 한자를 아버지가 한 자 ,제가 한 자

이렇게 정한 셈이 되었습니다.



휴대폰에 아이의 사진을 저장해서 자꾸 들여다보게 되신다는 아주머니, 손녀 이야기할때의 그녀 웃음이

얼마나 화사한지 모릅니다. 저도 자꾸 보게 되고요. 그러고 보니 외손녀가 생긴 제 친구도 만나자마자

가장 먼저 휴대폰을 보여주는 것이 신기해서 나도 그렇게 될까? 고개 갸웃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이런 문제는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는 무엇이라고 판단내리기 어렵지 않을까, 아마 누군가에게 들이밀며

보라고 하지는 않아도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자체가 즐거움이고 놀라움의 연속이지 않을까

상상은 하게 됩니다.




이름 짓는 과정을 지켜보던 보람이,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자신의 아이에

대해서 이름이 무엇이 좋을까 제게 묻기도 해서 우리는 언제 쓰게 될 지 모르는 다양한 이름을 상상해보고

서로 입밖에 내서 이야기해보기도 하는 엉뚱하면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네요.



혈연이 아닌 두 아이와 이름짓기란 인연으로 만나게 되면서 두 아이는 제게 특별한 존재가 되었답니다.

그 아이들이 세상을 잇는 ,사람을 잇는 평화의 다리가 될 수 있길 하는 마음에 오늘은 모네의

워털루 브리지 연작중의 여러 점을 골라서 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들꽃
    '10.10.15 4:29 AM

    오늘 그림은 더욱 더 눈에 가슴에 잘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사람을 잇는 평화의 다리가 되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얼마나 큰 축복의 마음인지 제가 다 감사하네요.

    저는 울아이들 이름을 한글이름으로 하고 싶어서
    노트에 한글이름 많이 적어보기도 했어요.

    어릴적 딸아이의 육아수첩엔 "빛나"라는 이름이 적혀 있고
    그 옆에 다시 지금의 이름이 적혀있더군요.

    "빛나"라고 이름을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남편이 한글이름을 반대해서 못했거든요^^

    문득
    제 이름을 불러주던 많은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이름을 불러주던 사람들의
    선하고도 고운 목소리가.........

  • 2. intotheself
    '10.10.15 9:17 AM

    역시 들꽃님

    다리를 볼 때 저는 그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다리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서로에게 그런 다리가

    되어 주면 좋겠다고요.

    11월 아네모에서는 반갑게 웃으면서 서로 볼 수 있도록 시간 만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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