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보자고 제안했더니 제일 먼저 고른 것이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였습니다. 그래서 어제 역삼역 앞의
회사에서 만나 저녁먹고, 커피 한 잔 마시고, 뮤지컬을 보게 되었지요.
무슨 정보이든지 인터넷으로 찾아서 해결하는 신세대라서 그런지 음식점도 검색을 해놓았더라고요.
마실이란 이름의 음식점에 가니 상당히 넓어보였는데 알고 보니 거울의 마술이었더군요.

표는 엄마가, 밥은 내가 그렇게 정하더니 아무래도 커피값까지는 무리라고 해서 그렇다면 엄마가
밥은 사기로 정하고 커피에다 엄마가 좋아하는 쿠키종류 하나 더 해서 자신이 사겠노라고.

인턴 월급을 받아서 엄마에게 뭔가 사 줄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 재미있어서 웃었습니다.
영화로 우리에게 먼저 온 빌리 엘리어트, 뮤지컬로는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해지네요.

이제는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에도 빌리 엘리어트에 관한 글이 실려서 상당히 많은 아이들이 알고 있더군요.
그러나 사실 이 이야기에는 우리가 서로 논의해야 할 거리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있습니다.
대처 수상이 집권 했을 당시의 영국의 상황, 특히 탄광 광부들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결정들
노동자 계급의 삶이 흔들릴 때 개인적인 재능을 가진 한 사람만 밀어준다고 해서 그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할지라도 한 개인에게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빼앗아버릴때 그의 삶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런 실제적인 인간의 삶에 관한 문제도 그렇고 아주 어린 아이들이 주역으로 나왔을 때 과연 이 상황에
대한 이해에 기초해서 연기를 하는 것인가, 이런 무거운 주제를 소화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런 걱정도 생기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입할 수 밖에 없는 3시간여에 걸친 무대, 어제의 주인공 빌리는 물론이고
제 관심을 확 끈 사람은 윌킨슨 선생역을 맡은 정영주였습니다. 그녀가 나오는 뮤지컬이 있다면
일부러 시간내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무대에서 어떻게 재현할 수 있을까 궁금했던 것은 그 장면을 빼고
대신 빌리가 어른 발레리노와 둘이서 추는 춤으로 성인이 되어서의 빌리를 투사한 것으로 해결을 했더군요.
무대 장면의 전환중에서 파업이 끝나고 다시 갱도로 들어가는 장면을 처리한 것은 정말 훌륭하구나
무대 장치나 조명의 면에서 얼마나 대단한 발전을 이룬 것인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뮤지컬을 함께 보는 것도 물론 좋지만 그 시간을 전후해서 아이랑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아이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알아가는 것이 더 소중한 시간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