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동안 6번으로 기획한 건축사 수업의 마지막 날입니다.
사르트르 대성당에 관한 동영상을 보고 나서 드디어 제 관심사인 르네상스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모로 보고 듣고 한 날, 여행이 바로 앞으로 다가온 기분이 든 날이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점심을 먹고 대화역쪽으로 원정수업(사과나무 치과의 강의실을 빌려서
수업을 했던 덕분에 after 장소로 구겐을 세 번이나 연달아 가게 되었답니다.) 구겐에 갔는데요
그 사이에 내부가 조금은 더 단출하게 정돈되어 제겐 조금 더 편안한 공간이었는데 이것도 어쩌면
마지막 나들이가 될지도 몰라서 카메라에 손이 저절로 가게 되더라고요.


연달아 방문을 해서 그런지 주인장께서도 반갑게 맞아주시고, 자리릅 잡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의
웃음을 뒤로 들으면서 저도 구석 구석 지난 번 카메라에 담지 못한 곳을 찾아다니느라 바빴습니다.
그런데 찍으면 찍을수록 기본기에 대한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겨울 건축사 수업이 끝나면
그 다음 여름 사진 이론에 대해서 공부하자고 의견을 내놓았는데요, 아무래도 건축사 수업의 강사가
그 수업에 대한 것도 맡아야 할 것 같아 그동안 조금 더 공부해달라는 의미로 미리 말을 했는데
상대방이 그것을 알아들어서 이심전심이네 하고 놀랐지요.

그 시간은 카메라 자체의 기술적인 면보다는 사진의 역사, 사진의 역사가 예술과 어떻게 접목이 되는가
그런 의미로 접근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건축사 수업을 맡은 지혜나무님은 행복한 왕자에서 모이는 사람들중에서 가장 어린 편에 속하는 사람인데
사실은 정말 우연하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줌마나님과 같은 헬쓰클럽에 다니던 중 러닝머신에서 어려워보이는 책을 늘 읽고 있는 그녀에게 관심이 가서
말을 걸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서 모임을 소개받았다고요. 그런데 궁금한 마음에 바로 찾아왔고 사실 목요일은
그녀의 대학 강의가 있는 날이라 딱 한 번 참가한 다음 다음에도 방학이 되면 오겠노라고, 이 곳을 알게 되서
기쁘다고 하면서 인사를 하더군요. 그런데 그녀가 보인 열의가 마음에 와 닿아서 저도 모르게 다른 수업
정독도서관의 철학 수업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우리는 그 사이에 여러가지 일을 함께 하고 되었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도움을 주고 있는 사이가 되었더라고요. 그러니 우연한 마주침으로 가능한 조합은 얼마나 다양한 것인가
놀라고 있는 중이랍니다.

그녀에게 카메라 루시다란 책을 선물받고도 아직 제대로 펴서 읽어보지도 못하고 있는 중인데 (무척 어려운
책같은 느낌이라서요 ) 내년 여름이 오기 전에 읽게 될 것 같은 즐거운 예감이 드네요.


아무래도 after가 있는 날은 조금 늦게 들어오고 쪽잠을 자고 악기 연습을 하고 나면 사진을 정리할 시간
여유가 없네요. 밤에 들어와서 사진 정리하고 한 줄 마다 가득 단어을 찾아야 하는 불어판 어린 왕자
겨우 한 장 읽는데 시간을 몽땅 쓰고 나니 건축사 수업의 정작 중요한 이야기를 쓸 머리가 돌아가지
않더군요. 그래도 그냥 자는 것이 아쉬워서 우선은 사진과 더불어 그 시간의 여운을 기억하게 되네요.


조조님, 그녀는 강남에서 먼 길을 6번 빠짐없이 참석했지요. 사람들이 조조란 아이디에서 각자 받은
인상이 달라서 이야기하면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일하느라 해외를 자주 다녀야 했지만 기행으로서의 여행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던 그녀가 이번 건축사 수업을 통해서 가고 싶은 곳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재미있게
생각하기도 했지요.


적금을 들어서 건축사 기행을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과연 몇 사람이 함께 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면 크레타 섬도 포함해서 가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머릿속을 떠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크레타 섬이라...


서서 이야기하는 분이 바로 구겐의 주인장인데요 그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들, 한 명은 기존의
멤버인 황은영씨, 그리고 그 옆의 다른 한 분은 그녀 아파트 단지에서 살다가 남양주로 이사간 사람이라고요
그런데 수요일 모임에 합류하고 싶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남양주, 상당히 먼 길인데 과연 길에서 버리는
시간만큼 얻어가는 것이 있어야 할텐데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황은영씨는 수요일 모임에 자신의 집을 개방하면서 얼마든지 오라고, 그리고 공부하는 좋은 기운을
남겨달라고 해서 웃었습니다 .그런 마음 사실 쉽지 않은데 주방이 넓고 오븐이 있어서 요리 교실 열기에
더 적합하다고 장소를 바꾸기로 했거든요.

요리 이야기를 하다보니 ,앗 그러고 보니 주방을 이렇게 여러 장 사진으로 남긴 날은 처음이로구나
작은 관심이 카메라의 앵글을 다르게 하나 싶어서 혼자 슬그머니 웃게 되네요.

여러 사람의 수고가 모여서 좋은 특강을 기분좋게 마무리하고 난 밤이라 그런지 두서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가 제 안에서 샘솟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에서 그치고 자야 내일 아침 새로운 기운으로
또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겠지요?
함께 한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번 겨울에도 즐거운 건축사 수업에 함께 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