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하루를 세 등분해서 쓰는 날입니다.
오전에 일본어 가르치기, 그리고 악기 배우기,
한 주만에 만난 선생님이 놀라십니다. 아니 몸이 달라진 것 같아요. 아, 이것은 선생님 덕분인데요
하고 지난 주 질병으로 인해 운동과 다이어트를 병행해서 몸을 조절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신 덕분에
이상하게 그렇게 많은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역시 좋아하는 것을 먹고 마음먹은대로 사는 것이
좋다는 묘한 신조로 그냥 밀고 나가던 저를 한 방에 무너뜨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그 이야기에 확 변해서 온 제가 재미있는지 신기해하더라고요.
수업중에 즐거웠던 일은 손가락이 짧아서 집기 어려울 것이라고 미리 단념하고 있던 운지법을 여러번의
지도로 익힐 수 있었던 것인데요, 그 시간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면서 이것이 가르치는 사람의 능력이로구나
확 깨달음이 왔다는 것인데요, 그 시간의 놀라움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아요. 미 하나를 제대로 짚을 수
있게 됨으로써 편하게 연습할 수 있는 곡이 여럿 생긴 것도 즐거운 일이었고요.
그녀가 일본어를 많이 들어오고 준비해오는 덕분에 진도를 함께 나가기가 쉽다는 것도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나이에 무엇을 새로 해 하고 뒤로 물러서기 쉬운 연세의 선생님이
스스로 시간을 들여서 준비하고 기억을 못해서 안타까워 하고 그런 과정을 지켜보는 자체가 제겐
앞 날의 인생에 대한 하나의 새로운 모델을 보는 시간이기도 하거든요.
수업이 끝난 후 집에 와서 짐을 챙기고 수유너머에 갑니다. 일본어 시간의 공부가 조금은 편해졌고
만나는 사람들과의 친밀도도 많이 자라서, 어제는 수업 끝나고 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이야기꽃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아무래도 멀리 여행을 다녀온
sweetmommy님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다들 남아서 이야기에 참여했지만 이야기는 여행에서 퍼져서
서로의 관심사, 그 동안 서로를 지켜본 이야기, 나는 인생에서 무엇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는 것까지
번지고 번진 이야기는 이러다가 저녁 시간을 넘기겠다 싶어서 중간에 인사하고 나온 제가 저녁밥을 먹고
혹시나 해서 다시 가보니 그 때까지도 이어지고 있었지요. 덕분에 수업 5분전까지 (저녁 루니 수업) 이어진
이야기, 잠시도 쉴 사이가 없어서 수업 전반부에는 살짝 졸음이 와서 혼나긴 했지만 그래도 월요일
그 시간 그 자리에서 핀 웃음꽃이 참 인상적인 하루였습니다.
멤버중에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휴학하고 올라와서 수유너머의 다양한 세미나를 하고 있는 여학생이
있습니다. 어린 그녀가 딸 또래라서 더 마음을 쓰게 되는 조조님과 저는 그녀에게 가능하면 무엇인가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하고, 말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sweetmommy님은 역시 서울에서
혼자 초복을 보내고 있을 그녀를 위해 살짝 음식을 준비해왔더군요. 그 차이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생각하게
한 날이기도 했지요.
일주일의 제 스케줄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매일 무엇을 어떻게 하는가 대강 이야기를 했더니
그 여학생이 놀라서 말을 하더군요. 다른 날은 주로 일을 하고 월요일에만 공부하느라 바쁜 줄 알았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런 소화가 가능한가 하고요. 무엇보다도 그 스케뷸에 짓눌리지 않고 즐기면서 하는 모습이
놀랍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거기서 조조님이 교통정리를 해주더군요. 이것이 담박에 된 일이 아니라고
그러니 남의 스피드에 눌리지 말고 네 걸음으로 할 수 있는 만큼 하다 보면 어느새 그것이 쌓여서 스스로의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두 사람의 대화가 아름답게 느껴진 날, 월요일 수유너머에서 말고도 일산에서의 스터디에 어떻게
합류할 것인가 이야기 나누고 저녁 세미나 수업에 가는 길, 같은 공간에서 공부를 하는 사람들과의
귀한 인연에 마음이 꽃으로 피어나는 즐거움을 누린 날의 행복이 묻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