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한겨레신문은 어느 날보다 더 읽을거리가 풍성합니다.
우선 신간서적이 소개되는 날이고,김태권의 에라스뮈스와 친구들,한승동의 동서횡단,서경식의 디아스포라의 눈이 연재되는 날이기도 해서,신문을 꼼꼼하게 챙겨읽기도 하고 메모를 하기도 하는 날이어서요.
그런데 오늘 눈길을 확 끄는 책 한 권이 있어서 메모를 하기도 하고,여럿이서 함께 읽을 수 있게 소개도
하고 싶어집니다.

다른 날이라면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정도로 그칠 수도 있었을 이 책에 관심이 간 것은 아무래도
어제 국립박물관에서 만난 차마고도의 삶과 예술이란 전시를 보았기 때문이겠는데요
국립박물관에는 고려실이 개설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물찬 제비님과 함께 보러 간 길이었습니다.
강남의 호림미술관 분관에서 만난 고려 청자들의 새로움에 끌려 고려를 생각하고 있던 중이라
신문에서 고려실 개설에 관한 소식을 읽고는 마음이 끌려 저절로 보러 가게 되었고
목적은 고려실이었지만 그 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전시에 당연히 발길이 그리로 가게 된 것이지요.
천장이 높게 만들어진 국립박물관은 여름인데도 내부가 시원한 바람이 통해서일까요?
방문한 사람들이 많아서 북적거리는데도 조용한 느낌,시원한 느낌이라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더구나 함께 한 물찬 제비님이 차마고도의 삶과 예술에서 소개하고 있는 지역들을 상당히 많이 직접
다녀온 사람이라서 현장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의 입으로 나오는 구체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본다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정말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금요일 오후는 국립박물관에서 보냈지만 사실은 오전부터 약속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역시 한겨레신문에 소개된 기사를 보고 기억하고 있었던 전시회인데요
숙명여자대학교의 박물관에서 열리게 되었다는 자수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존 에릭 리스의 태피스트리전
신문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정교하고 놀라운 세계를 보여주어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디자이너가 대를 걸친 집안에서 태어나서 당연히 디자인을 배우러 대학에 갔다가 인디언미술에
반하게 되어서 진로를 바꾸게 된 경우라고 합니다.티벳등지를 여행하다가 거기서 받은 영감으로
작업을 여럿 하기도 한 그의 작품세계는 낯익은 것과 낯선 것의 조화라고 할까요?
사람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의 문제와 해 아래 과연 새로운 것이 있는가,그렇다고 해도
낯익은 것을 얼마나 새롭게 재해석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것등을 생각하게 만들어준 시간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만난 도서관의 박혜정씨와 둘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번 둘러보고
다시 보고 싶은 작품앞으로 가서 다시 한 번 보고 나서야 그 곳에 미리 와서 이미 감상을 끝내고 있던
물찬 제비님과 만났는데,그녀는 우리를 보자마자 자신의 느낌을 쏟아내면서 동양적인 것을 가져다가
이렇게 실질적으로 이용해서 결과를 내는 미국인의 저력에 대해 놀라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 느낌을
이야기하더군요.
티벳을 다녀왔어도 거기서 만난 문화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던 것들을 여기서 이해하게 되었다고
놀라워하는 그녀를 보면서 본다는 것,다시 본다는 것,보면서 알게 된 것이 우리의 삶에서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일깨워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오전의 관람과 오후의 관람이 묘하게 연결고리가 생기고,오늘 아침 그 경험으로 인해
한 권의 책이 유난히 제 눈길을 끄는 이 과정이 단지 우연은 아닌 것일까요?
토요일 오전 신문을 보는 내내 전재덕의 하모니카 소리를 듣습니다.카루소님이 올려주신 음반 덕분에
어제 밤,그리고 오늘 아침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사람이 사는 일에서 타인의 선의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할 수 있는가를 실감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