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붙어 있던 포스터에서 마지막 목요일 아침 어울림누리에서 하모니카 공연이 있다는 것을
읽고는 하모니카 연주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표를 예약했었습니다.오래전
그리고 드디어 그 날이 와서 설레는 마음으로 어제 공연장을 찾았지요.
사실 갈 때만 해도 제가 갖고 있는 유일한 하모니카 앨범에서처럼 클래식소품을 만날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했었는데 무대에 나온 사람들을 보니 키보드와 피아노 (같은 사람이) 베이스,기타, 퍼커션
그리고 드럼이 연주를 담당하고,하모니카를 부는 전재덕씨,이렇게 구성된 팀이었습니다.
어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구성이었지만 덕분에 새로움을 만끽한 시간이었지요.

언젠가 하모니카 연주자의 기가 막힌 연주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요,사실은 그 사람의 이름이 발음하기
너무 어려워서 투 어쩌고 이런 식으로밖에 기억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하모니카 연주자가 처음으로 그 악기에 관심갖게 된 사연을 이야기 하던 중 바로
그 사람의 연주를 듣고 악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어떻게 하면 그런 소리를 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연습했다는 소리를 들으니 정말 반갑더군요.
그의 팀이 연주하는 소리중에서 유난히 저를 자극하고 집중하게 한 것은 퍼커션과 키보드,그리고 피아노였습니다.
그런데 연주장을 나와서 도서관의 박혜정씨와 버스를 타러 내려오면서 그 이야기를 하니
그녀 역시 키보드와 피아노 소리가 정말 좋았노라고 해서 함께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어제의 써프라이즈라면 특별초대손님 차례였는데요
말로라는 이름의 재즈 가수가 나와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녀의 노래를 처음 들은 것은 과천의 현대미술관에 그림을 보러 갔다가 나오던 길에
야외 무대가 열리던 중이라 궁금해서 참여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미국에서 공부중이던 그녀가 한국에 다니러 왔을 때 섭외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우선 한국여성의 체형인가 놀랐던 기억,그리고 재즈를 연주가 아니라 노래로 들어본 것이 제겐
처음이었던 점,그리고 그녀의 노래가 정말 근사했던 기억으로 그녀의 이름으로 나온 음반을 하나 구해서
한동안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음반이 어디 있는지도 기억을 못할 정도로 잊고 있던
이름이었는데,막상 무대에 선 그녀를 만나니 반가운 마음으로 노래를 들었습니다.

연주를 들으러 들어가기 전에 복도에 비치되어 있는 공연소식을 둘러 보았는데요
아람누리에서 8월에 무료로 연주되는 재즈 페스티벌에 대해 소개를 받았습니다.
사실 8월에는 클래식 공연이 거의 청소년용이라 갈 만한 음악회가 없다고 하네요.
21일에야 첫 공연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아쉬워하던 참인데 ,목요일 오전 공연에서 생기를 받은 기분이라
그렇다면 8월에는 재즈를 들으러 가야겠구나 하고 나오는 길에서는 마음을 딱 정하게 되었습니다.

콘서트에 가서 손으로는 마음껏 즐거움을 표시했지만 발까지 움직이면서 소리에 반응했던 적은 처음이라
신기했던 날,그 소리,소리들의 어울림을 오래 간직하게 될 것 같군요.
아마 다음에 레코드숍에 가면 저절로 하모니카 연주곡들을 뒤적이고 있지 않을까,상상을 하면서
웃게 됩니다.
밖에서 들어오는 자극이 우리들 몸속을 휘젓고,그것이 에너지가 되어 앞으로 나가게 하는 놀라운 힘
그런 매력들을 하나 하나 알아가는 것의 즐거움을 느낀 날,문득 그 소리와 어울리는 그림으로
폴락의 이미지가 떠오르더군요.

어제는 돌아오는 길,점심을 함께 하면서 이야기 나누느라,정작 중간에 집에서 귀한 낮잠을 즐기지 못한 탓에
오후 4시부터 늦은 밤까지 계속되는 수업으로 몸이 지쳐버려,하모니카 소리에 반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도
한 줄 시작할 기력이 없더니 아침이 되니 거짓말처럼 피로가 가시고,
어제 그 시간의 매력이 떠오르니,참 신기한 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