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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름의 영화 - 원 트루 씽

| 조회수 : 1,678 | 추천수 : 83
작성일 : 2009-07-30 03:37:04
[원 트루 씽 - One True Thing]


감독 칼 프랭클린 / 출연 르네 젤위거, 윌리엄 허트, 메릴 스트립 / 1998년 유니버셜 작품 / 러닝 타임 122분


적어도 제 기억으론 이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을 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바로 비디오로만 출시된 모양인데... 비록 미국내에서도 그다지 큰 주목을 끌지 못했었던 소품이었고 당연히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평단의 반응은 꽤 좋았던 작품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저 담담한 것이 별 기복도 없어 보이지만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들 사이사이로 비쳐지는 현대 미국의 어느 중산층 가정의 가족 개개인의 가슴에 깊이 뿌리 내린 시간의 무게는 제법 무거워 보입니다.
비슷한 소재로 이보다 앞서 개봉되었던 "마빈의 방(Marvin's Room)"과 비교해 봐도, 그 영화의 지루함을 생각해 보면 이 영화는 썩 잘되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메릴 스트립은 죽음을 앞둔 말기 암 환자 역을 빼어나게 잘 연기하는데 이것이 또한 세월의 느낌을 적절히 알게 해주는 중년을 살짝 넘긴 가정주부로서의 역할도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라 훨씬 편안하게 연기하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아마도 연륜이란 것이 바로 이런걸 두고 말 함이겠지요...

제게 있어 그녀의 매력은 "디어 헌터(Deer Hunter)"에서 최고였었습니다.
또 하나 들자면 "폴링 인 러브(Falling In Love)" 정도...랄까요...
(그러고 보니 둘 다 로버트 드 니로와 공연했었군요! 물론 그녀의 매력과 연기력이 로버트 드 니로 때문에 빛이 난다는 얘긴 아닙니다.)

어느날 늙어버린 메릴 스트립처럼 이제는 주름이 제법 자글자글한 윌리엄 허트도 보기 좋았습니다.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영화 "플레이어(The Player)"에서 살짝 인용된 헐리웃 메이저 영화의 성공의 7대 필수 요건 중 하나인 "섹스 뉘앙스".
어느 때보다 그 헐리웃 공식이 절대적이었던 1980년대, 그 시절에 이 섹스에 관한 코드 없이 성공한 영화 한 편, "브로드캐스트 뉴스(Broadcast News)"에서 호연했었던 그를 생각해보면 얼마나 멋진 배우인지요...
또한 굵직한 바리톤 음성으로 다소곳한 처녀의 수줍고도 묘한 요염함을 풍기던 게이 역을 기가 막히게 소화해낸 "거미 여인의 키스(Kiss Of the Spider Woman)" 역시...

이 단 두 편의 영화만으로도 제게 있어 윌리엄 허트는 이유없이 좋아하는 배우가 됩니다.

전작인 "제리 맥과이어(Jerry Maguire)"에서의 순진하고 귀여웠던 르네 젤위거는 여기서는 좀 덜 매력적으로 나오지만
그녀의 의미심장한 표정들 하며 훨씬 성숙된 깊이를 느끼게 해주는 깔끔한 대사 처리하며...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비로소 자신이 스타라는 자의식 생겼나 싶습니다.

처음엔 행복해 보이던 평범한 한 가정이 점점 위선과 세월의 그늘을 느끼게 만듭니다.
그리고 중간엔 위기의식까지 살짝 비쳐집니다.
그러나 미국 땅이나 한국 땅이나 잘난 남편의 성공을 위해 그 그늘에서 그저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평생을 남편 뒷바라지에, 자식들 뒷바라지에 자기 인생을 다 쏟아붓는 전형적인 아내와 어머니의 모습이 그대로 다 비쳐보입니다.
그걸 보며 엄마의 병 때문에 집에 온 딸은 어떻게 이렇게 살아왔냐고 묻지만 과연 그런 말 할 자격은 있는건지요...
잘난 아버지의 줄줄이 잘났던 모습을 보며 그 아버지를 목표로 지금까지 어렵게 공부를 이어오고 있는 딸은 그저 아버지만큼의 명성과 "잘남"이 필요할 뿐, 그 그늘에서 희생당해온 엄마는 안중에도 없어보입니다.

고통을 호소하며 제발, 제발...
이 고통을 끝내 달라는 엄마...

엄마의 죽음 후, 마지막엔 서로 닮은 꼴인 아빠와 딸이 엄마의 무덤에서 서로간에 생채기 내버린 상처들을 싸매주며 영화의 제목(단 하나의 진실)과 함께 믿기 어려운 반전도 하나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래저래 요즘은 반전하나 없으면 아예 영화도 안되나 보군요...)

무척 슬프지만 아름다운 내용인데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었던 우리 나라 영화 중에 지나치게 단순한 신파조로 흘렀던 "아버지"와 비교하자니 좀 쑥스럽고 결국 "마빈의 방"과 한번 더 비교하게 되는데 그 지루한 영화보단 훨씬 재미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많이 생각날 영화기도 합니다.
영화 중간에 울려 퍼지던, 마을 주민들의 아카펠라 혼성 4부로 들리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도 듣기 좋고 엔딩 크레딧에 흘러 나오는 주제가 "원 트루 씽"도 듣기 좋습니다.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로 넘어오던 무렵에 국내 비디오 시장에 배급됐던 영환데... 요즘 이걸 갖추고 있는 대여점이 있을가 모르겠습니다.
조금 큰 규모의 대여점이라면 그래도 찾아볼 수 있겠지만...
찾기가 조금 쉽지는 않겠지만 일단 들인 노력이 아깝지 않을, 기억에 오래 남을만한 수작입니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보리
    '09.7.30 10:07 AM

    지금껏 소개하신 어떤 영화보다도 강하게 보고 싶군요.
    컴퓨터그래픽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영화보다 수수하고 잔잔하며 현실성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드라마죠...
    남편이 영화예매 한다고 하면 신경이 곤두서요.^^ 혼자 가라고 해도 굳이 안가고;;:
    그럼 좋아하는 영화를 다른 관에서 각자 보자고 해도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펄쩍 뛰고,,,ㅎㅎ
    일상이 좀 바쁘다 보니 좋아하는 영화보는 것도 어렵네요.
    무엇보다 iptv로 바뀌고 새로 구입한 시스템이 복잡해서 만지기도 싫어지네요... 기계와 너무
    안 친해서... 누군가 자~ 준비 됐으니까 이제 와서 보자~ 하면, 하던 일 멈추고 쪼르르 달려가서
    재밌게 볼텐데...
    회색인님의 자상한 해설을 듣고 나면 한 편을 온전히 감상한 거 같답니다.
    '원 트루 씽' 꼭 보고 싶네요. 기억해뒀다가요......

  • 2. 회색인
    '09.7.31 12:50 AM

    보리님 /
    드라마를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그렇습니다!! 아마 비슷한 취향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

  • 3. 신나라
    '09.7.31 11:43 AM

    재작년 일본에 갔을때 호텔에서 이 영화를 봤습니다.(?)
    일본어 더빙이었어요... 몰입이 안되더군요...
    여행 마치고 돌아와서, 다시 볼려고 찾아봤는데...
    지금까지 구하지 못했습니다. ㅠㅠ

  • 4. 수늬
    '09.8.1 6:35 PM

    저는 윌리암 허트 위 영화말고도...인상적인 영화가...부산 어느 구석진 영화관에서 본...
    작은신의 아이들..
    메릴 스트립은...정말로 멋진영화가 많지만...
    소피의선택...이 잊혀지질 않아요...

  • 5. 슈퍼줌마
    '09.8.30 7:09 PM

    가족영화가 많지 않은 요즘..흘러간 영화를 생각케 해줘서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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