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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배낭을 찾아서,길을 떠나다

| 조회수 : 1,691 | 추천수 : 145
작성일 : 2009-07-29 14:20:13

제목을 떡하니 써놓고 나니 무슨 큰 길을 나선 것같은 공연한 착각이 들지만

사실은 (집에 있으면 밖에 나가는 일이 너무 어려워서,오늘은 마음먹고 장롱에 넣어둔 작은 배낭을 찾아서

매고 혹시 몰라서 책을 두 권 넣고) 호수공원을 목표로 걸었습니다.

MP3에서 흘러나오는 외국어 강의를 들으면서 조용한 목소리로 따라하기도 하고,혹은 들리지 않는 표현에

다시 돌려서 들으면서 걷다보니 점점 더워지면서 꾀가 생기네요.

그냥 오늘은 시작하는 마음으로 조금만 시도할까? 이것이 바로 달콤한 유혹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일단 호수공원안으로 걸어들어갔습니다.

그 안에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로 운동을 하기도 하고,자리에 누워서 잠을 자기도 하고 혼자서 둘이서

혹은 여럿이서 과일을 들고와 먹기도 하고,아이들이 모여서 놀기도 하는 공간

가장 그늘이 좋은 곳의 벤치를 하나 골라잡고 푸코와 하버마스에 관한 글을 읽었습니다.



푸코에 이어 하버마스를 읽다가 어제 막히기 시작한 개념부터 다시 시작하여 읽고 있던 중

어라,어제는 무슨 말인지 이상하게 개념이 꼬여서 마음이 답답하던 곳이 갑자기 환하게 열리면서 이해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지요.그렇다면 하버마스를 읽고 나서 그동안 무슨 소리인지 답답해서 덮어둔 계몽의 변증법을

다시 읽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그 공간의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던지요.

호수를 바라보면서 기분좋은 바람을 맞으면서 혼자서 책을 읽던 시간,집에서 누리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습니다.막상 그렇게 좋아했지만 내일 또 길을 나서게 될 지 자신이 없어서

무엇으로 자신에게 힘을 불어넣을까 고민을 하게 되네요.



돌아오는 길,걸어서 집까지 오려고 했지만 첫 날 너무 무리하면 곤란해 하면서 결국 중간에 차를 타고 말았지만

즐거운 나들이였습니다.

내일은 아들이 학교가는 시간,새벽 여섯시 반,함께 집을 나서면 어떨까 지금은 그렇게 거창한 생각을 하고

있지만 과연 잘 될까? 아니 의심하는 마음이 실천을 막는 것은 아닐까,그렇다면 오늘 조금 일찍 잠들고

내일은 집을 나설 수 있길 ,마음속에서 두런두런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네요.



제 자신에게 기분이 좋은 날,칭찬해주고 싶은 날 자연히 손이 가는 화가 모네,오늘은 그가 그린 베네치아

그림에 눈길이 갑니다.

아마 어제 시오노 나나미의 글 로마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를 다 읽고 나서 그녀가 언급한 여러 나라중

베네치아가 유독 인상에 깊게 새겨진 덕분일까요?







유감스럽게도 베네치아 그림은 두 점밖에 못 찾아서 결국 더운 여름 시원한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파랑색으로

기분을 대신하고 있는 중입니다.




혹시 이 곤돌라도 베네치아에서 그린 것일까요? 아마 그렇겠지요?



팔라초 콘타리니라,이 그림도 역시 베네치아 풍경이군요.

이번 겨울 이변이 없으면 베네치아를 보게 될 것 같습니다.그런 인연이 겹쳐서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중인데요,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어제 보람이가 보낸 그림엽서가

떠오릅니다.

시에틀에 여행갔을 때 엄마가 좋아하게 생긴 그림엽서가 보여서 한 장 샀노라고,그 안에 글을 가득적어서

보냈더군요.

프랑스에 교환학생으로 가기 전 영어에 자신이 없어서 미리 영어연수를 한 번 받고 가고 싶노라고

그것이 부담이 되는 것은 알지만 한 번 기회를 주었으면 하고 이야기를 했을 때 사실 망서렸습니다.

겨우 6주간 그 시간에 무엇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그것에 비해서 비용은 많이 드는데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인가 가늠하기 어려워서요.



그래서 영어연수
가서는 가능하면 영어로 글을 써보내라고 당부를 했는데 그대로 실행을 할지 어떨지는

자신할 수 없었습니다.그런데 아무래도 그곳에서 영어로 생활하다보니 자연스러웠는지 그동안 계속

영어로 글을 써보내더군요.처음보다 많이 자연스러워진 표현이 눈에 띄었는데 어제 받은 글에도

자신의 언어능력에 조금은 자신이 붙었고 강사에게서도 글이 편해졌다는 칭찬을 받았노라고

이런 기회를 주어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고맙다는 인사를 보내왔더군요.

글을 읽는 순간,공연히 눈물이 핑 돌면서 이상한 기분이었습니다.이제 다 컸나 싶기도 하고,

언어에 어느 정도 재능이 있는 아이에게 조금 더 기회가 있었더라면 지금과 다른 상황이 되었을까

쓸데 없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지나간 인생에 대해서는 되돌아보긴 하지만 후회만 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금,이런 생각도 다 부질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게 되네요.

내일 나서는 발걸음을 가볍게 할 겸,겨울여행에 대비해서 연습도 할겸 오랫동안 처박아둔 디지탙 카메라를

꺼내놓는 것으로 오늘 나들이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시나몬
    '09.7.29 8:02 PM

    저는 어디 멀리 떠나신줄 알았습니다..ㅎㅎ
    언제.. 지리산 둘레길에서 만나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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