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바쁘게 살다가 문득 저녁하다가 된장이 필요하여 장독간에 뛰어가면
된장 냄새 옆으로 은은하게 피어나는 꽃들의 향연..
한창 할미꽃과 매화꽃이 내 눈을 즐겁게 하더니만 이젠 작약꽃이 봉오리 맺고
살포시 이쁜몸매도 드러내고..

이쁜꽃들도 많지만 어릴 때 우리집 마당에도 작약이 참 많이 피웠던것 같다.
그 기억이 있어 그런지 나이들면서 작약꽃이 참좋다.
그래서 그런지 아낙의 공간인 장독간에 심어두고 세월감을 읽는다.
바쁜 집안일 중간 중간 과수원에 사과꽃이 올해는 많이 와 사과꽃을 따 주어야한다.
촌장은 모내기하기위하여 논갈이가 한참이라 혼자 아침을 먹고는 솔재과수원으로 갔다.
소나무숲이 있어 솔재과수원이다.

과수원가는 호젓한 오솔길..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조용하여 혼자 과수원 다니면서 호사하는 길이다.
많은 키 작은 꽃들이 하늘하늘 몸을 흔들면서 아낙을 반기는것 같다.





시골살이가 힘든 와중에 이런 자연이 있어 젊은아낙이 마음 붙이고 사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살짝 해 본다.
길을 가면서 오만가지 생각으로 걷고있는데 앞에서 뭐가 뛰어 오른다.
깜짝 놀라 보니 내 발소리에 개구리가 놀라 뛰어 오른다.
하마터면 밟을뻔하여 잠깐 발길을 멈추고 가기를 기다린다.
들길을 걷다보면 이런일이 허다하다.(그래서 항상 장화가 필수)
그나마 뱀이 아니라 다행이다.


과수원에 도착하니 사과꽃이 올해는 참 많이 찾아왔다.
풀이 많아 뱀이 나올지 모르니 풀 깎아 놓으라고 했는데 과수원이 고속도로 마냥 훤하다.
한창 더웠는데 무거운 기계가지고 씨름 하였을 촌장을 생각하니 오늘 일을 많이 해 두어야겠다.


옛날에 농사를 모를때는 그저 일이 많다는 핑계로 무슨 꽃이 이렇게 많이 피웠냐?
하는 생각을 하였는데 이제는 시골아낙이 다 되었나 보다.
저절로 고마운 마음이 든다.
<고맙다! 우리 과수원에 많이 피어 주어서..>라는 말이 절로 나오니..



처음엔 이 사과꽃이 이쁜꽃으로 보여졌는데
이젠 꽃 하나가 먹음직스런 사과로 보이니 정말 농사꾼이 다 되어가나보다 나도..후후



혼자하는 일이지만 그나마 딸아이가 사준 mp3가 있어 강석우 양희은의 여성시대를
들으면서 입가에 웃음도 달았다가 눈가에 눈물도 찔끔나게하는 그런 세상사를 들으면서
또 시골하루를 헤쳐 간다.


한참 꽃을 따다보니 더워 나만의 쉼터를 찾았다.
우리 과수원이 명당과수원인(?) 이유는 바로 여기 때문이다.
시골 들일이란게 햇빛을 가운데에 두고 하는 일이다.
그런데 유독 우리마을에서 우리 과수원은 소나무산이 조그마하게 있어
일하다가 더우면 커다란 소나무 아래서 쉴 수가있다.

한참 쉬고 있는데 어디서 참취 냄새가 바람에 날려 온다.
<아! 맞다 5월이구나..그럼 참취가 올라 왔겠다>하면서
산속으로 들어가니 참취가 지천이다.



처음 이밭에서 일할때 어머님께서 <저 솔밭이 참취곳>이라고 하면서
참취가 어떤것인지 알려주어 산나물중에 이 나물만 알고있다.
다른 산나물은 혹시나 싶어 알고도 잘 뜯지 않는다.(먹고 죽을까보아스리..^^*)
그리고 이 참취가 4월 중순정도에서 5월 10일안으로만 먹는것이다.
그 이후에는 억세기때문에 잘 뜯지 않는다.
옛날에 먼산에 산나물 뜯으려다니는 아낙들은 밥과 고추장 된장만 가지고 가
이 참취를 뜯으면 그자리서 점심을 해결했다고도 한다.
한참을 그렇게 뜯었드니 제법 양이 많다.
아무것도 가져온게 없어 그냥 윗옷 앞에 하나하나 뜯어 아까 쉬던곳으로 나와
바로 씻을 수있게 갈비(소나무역잎)를 가려내고 참취만 다듬었다.


시원한 바람과 그늘..
땀도 식히고 돈으로 살 수 없는 참취도 구하고..
이런걸 두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마당쓸고 동전줍고..
또 없을까? 붙일만한 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