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아람누리에서 백건우와 젊은 3명의 피아니스트가 함께 하는 무대가 있었습니다.
3명중의 한 명은 김선욱,그의 피아노는 이제 너무 많이 알려져서 팬을 몰고 다닌다는 소문이 왕성한 피아니스트이고 나머지 두 명은 이번에 처음 만나는 피아니스트였는데 네 명의 멋진 하모니에
저절로 여러 번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한 음악회 사상 처음 있는 날이기도 했어요,.제 개인적으로는
바그너의 탄호이저,미요의 곡,그리고 피아노를 치는 사람들에겐 너무 익숙한 이름 체르니의 곡들
그렇게 일부가 끝났을 때
네 대의 피아노가 때로는 폭풍이 되고 때로는 나비가 되고 때로는 시가 되는
그리고 때로는 춤이 되는 놀라운 시간이 저절로 시인이 되게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2부에서는 라흐마니노프의 심포닉 댄스가 연주되었는데요,피아니스트 백건우는 고정으로
나머지 세 명은 돌아가면서 파트너가 되어 3악장을 연주했지요.
두 대는 야마하,두 대는 스타인웨이 앤 썬
음색이 달라서 피아노가 내는 소리의 묘한 어긋남이 신기했습니다.
원숙한 소리와 젊은이가 내는 소리가 어울린 멋진 시간이 끝나고 청중들이 보여준 놀라운 반응
여기가 그렇게 괴롭던 (연주중에 바스락거리는 소리,소란스런 느낌으로 아람누리 연주장이 그런 기분을
느끼게 했던 적이 많았거든요) 바로 그 연주장인가 청중들의 성숙한 태도도 좋았지만 열광적인 반응으로
연주자들도 즐겁게 인사를 여러차례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볼레로를 연주할 기미가 없이 계속 연주장 뒤에 들어갔다 나왔다 인사가 거듭되어서
어라,마지막 연주를 기대했는데 지쳐서 연주에서 빼버린 건가 하는 의혹이 들었지요.
한참 있다가 피아노를 다시 배치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아하,이제 시작하는구나 하고 기다리니
네 명의 피아니스트를 위해 편곡한 볼레로가 마치 돌림노래를 하듯 호흡을 맞춘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피아노가 낼 수 있는 다양한 소리에 귀가 저절로 움직이는 ,귀만이 아니라 몸전체가 반응하는 멋진 시간
그 이후에도 세 차례의 앵콜곡을 들려주었는데 마지막 곡은 네 명이 한 피아노에 앉아서
절묘한 동작으로 손이 비는 사람이 알아서 악보를 넘기면서 우리들에게 정말 신나는 시간을 선사해주었습니다.
혼자 치는 피아노,관혁악단과 협연하는 피아노소리,두 사람이 연주하는 피아노소리도 좋지만
이렇게 어울린 네 사람이 낸 피아노소리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 같네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연주에 만족했다는 sapiludens님의 제안으로 after를 가게 된 바람에
집에 들어오니 새벽두시,덕분에 매일 밤 듣던 영어 소리를 듣기엔 오랫만에 마신 술로 속이 얼얼하고
졸려서 그만 잠들어버리고,오늘 아침도 너무 늦게 시작하고 말았지만
아침에 일어나서도 그 시간의 매력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즐거운 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