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라비아타 살인사건 ,이런 제목의 소설을 처음 본 것은 강남교보문고의 할인 서적판매대였습니다.
그 때는 너무 많은 책들의 홍수속에서 약간의 멀미증세가 있었던 탓일까요?
책값은 오천원으로 그다지 비싼 편이 아니었지만 그 자리에서 휙 둘러보고는 그다지 매력을 못 느끼고
그냥 돌아왔습니다.그리곤 그냥 잊어버리게 되었지요.
지난 금요일 광화문에서 약속이 있어서 서울에 나간 길,약속이 끝나고 교보문고의 외국어서적에서
역시 50%할인한다고 전시하고 있는 책중에 paintings in venice가 끼어 있었습니다.
할인한다고 해도 7만원이 넘는 그 책을 구해서 오긴 어려워서 그 자리에서 그림을 차근차근 넘기면서
다 보느라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초기 기독교적인 도상을 그린 그림에서부터 페기 구겐하임이 수집한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작품들을 보았는데 그 중에서 지오르지오네,티치아노,로렌초 로또,구아르디가 제 눈길을 특히
끌었고,그 이후론 현대미술작품들에 눈길이 가서 혹시 베네치아에 가게 된다면 꼭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에 가고 싶다고 마음에 새기고 돌아왔습니다.

너무 일찍 죽어서 아까운 화가 지오르지오네 그는 티치아노의 스승이자 선배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가 그린 폭풍우는 미술사에서 풍경을 그림안에 중요한 요소로 도입한 화가로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이 그림은 지오르지오네,티치아노,그리고 벨라스케스에 이어 마네에 이어지는 누드화의 선구격이라고
할 수 있고요.
마침 교보문고에서도 venus at a mirror란 책이 있어서 그 자리에서 읽어보는 즐거움을 누린 날이기도 했습니다.

인생의 세 시기란 작품입니다,화가 자신은 이 그림의 마지막 단계를 거치지 못했지만
그림을 통해서 그가 생각하는 인생의 세 단계를 형상화했고 그 그림앞에서 우리는 각자의 나이에 맞게
혹은 그 이전을 혹은 그 이후를 상상하거나 두려워하거나 아니면 감정이입을 하면서 바라보게 되겠지요?

지오르지오네의 작품은 아니지만 그림 검색을 하다가 만난 이 작품에 눈길이 가서 올려놓습니다.
그 날 밤 아람누리에서 연주회에 있어서 가던 중 반납할 책을 챙겨서 시간이 촉박해도 도서관에 들렀습니다.
우선 빌려야 할 두 책 나라를 훔친 이야기를 고르고 나머지 한 권을 무엇으로 고를까 고민하던 중
라트라비아타 살인사건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아침에 베니스의 화가들을 본 덕분일까요?
이 소설의 배경이 베니스의 오페라 극장에서 일어난 지휘자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란 것이 생각나서
이번에는 망서림없이 책을 빌렸습니다.
티치아노가 그린 인생의 세 단계로군요.같은 주제를 다른 화가가 어떻게 표현하는가를 보는 것도
그림보는 즐거움중의 하나란 것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세 권의 소설중 무엇을 먼저 읽을까 고심하다가 손에 잡은 라트라비아타 살인사건
토요일 하루 비는 시간동안 틈틈히 (아니 이런 표현은 적절하지 않군요.마지막 남은 내용이 궁금해서
수업이 다 끝나고 집에 돌아올 시간,자리에 앉아서 표지를 덮을 때까지 있었던 독특한 날이기도 했으니까요)
읽고 나니 갑자기 베니스가 머리속에 자리잡으면서 한동안 떠나가지 않을 것 같은 기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작가는 미국태생이지만 중국,이란,사우디아라비아등 여러 나라에서 살다가 베니스에 자리잡고 살고 있는
더구나 오페라광은 여성작가라고 소개가 되어 있더군요.
어느 날 오페라를 보러 갔다가 친구와 둘이서 서로가 싫어하는 어떤 지휘자 이야기를 하다가
이 소설에 대한 착상을 하게 되었다고요.
그렇게 생각을 시작한지 4개월만에 완성된 이 소설로 컬쳐 미스테리란 새로운 유형의 추리소설을 선보이게
되었고 독일에서는 시리즈물로 티브이에서 브루네티 경감시리즈가 탄생했다고요.
한국에서는 아직 못 본 제목의 시리즈물인데 한국에서도 구해서 볼 수 있다면 하는 바램이 생겼습니다.

살인사건을 축으로 움직이는 추리소설,그 안에서는 얼마나 다양한 인간들을 만나게 되는지 모릅니다.
어느 추리소설이나 말이지요.
그런데 이 경우에는 살인이 오페라극장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용의자도 아무래도 무대를 중심으로
심문을 받게 되고 그 안에서 작가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세계도 다른 소설들과는 색다른 그래서 컬쳐 미스테리란
별칭으로 불리게 되었겠지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새로운 유형의 경감,그리고 베니스를 배경으로 한 사람들의 이야기속으로
한 번 들어가보는게 어떤가,후회하지 않을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티치아노의 작품인데요,고뇌속의 시지푸스란 제목이네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서 시지프스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면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왜 살아야 하는가
고뇌하게 만들던 시절에 감정이입이 되던 인물이라 그런지 그림에 오래 눈길이 머물게 되는군요.
그런 고민이 다 극복이 되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을 보고 살아가는 일이 가능하게 된 것
그것은 아마 자연의 순환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성장하는 아이들과 더불어 살면서 배우는 지혜,그리고
예술이 제게 보여주는 속살,그리고 삶의 모델을 보여주는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아름다움이 있어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일요일 아침입니다.

궁정인이란 책을 지은 르네상스 시대의 카스틸리오네란 인물이 있었습니다.
카라바지오를 읽다가 보니 카라바지오를 발탁했던 추기경이 자신이 바로 카스틸리오네가 말하던 궁정인에
해당하는 인물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구절이 있던데 저는 라파엘로가 그린 중년이후의 카스틸리오네만
알고 있었는데 티치아노가 그린 인물은 다른 느낌이라 신선한 기분으로 다시 보고 있습니다.

엠마오에서의 만찬,티치아노의 그림에서 보여주는 흰 식탁보가 눈길을 확 끌어서 시선을 떼기가 어렵네요.

색의 베네치아,선의 피렌체란 말이 허명이 아니란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새롭게 만난 이 그림에서
와 소리가 절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 그림으로 오늘 그림보는 것은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는 동안 음반에서 더블 콘체르토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하이페츠의 연주로 듣는 바흐,모짜르트,브람스연주는 일요일 아침의 책 이야기,그림보기에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 주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