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음악회에서 만난 두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2번과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비창이었습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여러번 듣고 집에서도 라흐마니노프
본인의 연주로 가끔 듣고 있지만 비창은 제대로 들은 적이
거의 없는 작품이라 더 신선한 마음으로 집중해서 들었지요.
집에 와서 카쉬의 사진을 찾는 동안에도 내내 라흐마니노프를
다시 들었고,비창연주를 여러 버전으로 듣다가 잠이
들었는데요
아침에도 역시 몸이 깨어나는 기색이 들자 비창을 들어보게
되네요.이것이 음악회가 주는 특별한 선물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사진속의 오키프는 상당히 늙은 나이로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긴 얼굴이고 빛은 밖의 창문을 통해서
흘러들어오고 있더군요.그 옆의 오드리 햅번은 청초한
이미지로 젊음의 한 가운데에 있어서 대조가 더 심하게
되더군요.늙는다는 것,


함께 한 일행중의 한 명이 마치 사진속의 햅번같은 이미지를
주는 사람입니다.무심코 어라 신미선씨 햅번을 닮았군요
했더니 얼굴이 빨개지면서 아니라고 우기더군요,무슨 비교를
그렇게 하는가 하고요.그러더니 어려서 강수연과 닮았다는
말을 가끔 듣기는 했노라고 합니다.
워낙 농담을 잘 못하는 사람인지라 (제가)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내 느낌이라고 했더니
전시장 입구에서 표를 받던 젊은 남자분이 맞장구를 칩니다.
정말 닮으셨네요.

지금 듣고 있는 비창은 카라얀 지휘의 3악장인데요
마침 어떤 블로그에 동영상이 올라와 있습니다.
어제 지휘자도 좋았지만 왜 카라얀,카라얀 하는지
명성이 허명이 아니란 것을 지휘를 통해 웅변하고 있네요.
여러 번 보았는지라 소리만 들리게 해놓고 다시 듣고
있는데도 머릿속에 그의 지휘봉이 떠오릅니다.

교향곡의 시작과 끝이 인상적인 곡이었는데요
3악장에서는 왜 이 곡을 비창이라 하는가 오히려 마치
영웅적인 면모를 과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으나 마지막 마무리에서 콘트라베이스
소리가 점점 줄어들면서 거의 정적인 상태에서 끝나는
마무리를 보고서야 아하 소리가 절로 난 날이기도
했지요.

카쉬전에서 만난 사진속의 인물중 상당수는 그 사람이
대표하는 한 분야,예를 들면 조지 버나드 쇼,헤밍웨이
오든,후르시초프,이런 식으로 사진을 보고 무엇인가
다시 찾아보고 싶거나,알고 싶게 만드는 사람들이 여럿이어서
after를 유도하는 측면이 많은 전시였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비창을 들으면서 오키프의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나를 그림으로 보지 말고 직접 거리에 나가서
봄을 느껴봐 하고 속삭이는 기분이네요.그녀가
어제 날씨로는 봄을 느끼기엔 마치 봄에게 내주기 싫은
겨울의 앙탈처럼 느껴졌는데 오늘은 어떨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