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우주의 물리학적 이해라는 평생 처음 보는
분야의 공부를 시작했습니다.아니 시작했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고 한국어로 하는 강의인데 거의 못 알아듣는
어찌보면 이거 내가 새디스트가 된 것아냐 하는 기분이
드는 시간을 보내면서 크게 깨달은 것이 있는데요
아이들의 경우에도,혹은 수업에 참여하는 어른들의 경우에도
이미 기존의 멤버들이 모여서 공부하는 모임에 처음 온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충격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고전역학에 대한 강의에서 강사인 박문호박사는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이론이 중요하지만 그것의 베이스로서의
고전역학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역설하더군요.
수식은 거의 못 알아듣는 말이었으나 첫 강의에서는
서너가지,그리고 두 번째 강의인 오늘은 각운동량 보존의
법칙과 총에너지 보존의 법칙,그리고 오일러 공식이란
말에 대해서 주목을 하게 되었지요.
아마 혼자라면 절대 시작하지 못했을 공부를
함께 몰라도 지렁이의 방식으로 해보자고 끈기있게
권해준 자전거님 덕분에 시작은 했지만 나중에 감사하게
될지,왜 그 때 내게 그런 무리한 일을 권했는가 원망하게
될 지 그것은 제 몫의 선택이겠지요?
강의 자체보다는 강의를 수줍으면서도 행복한 표정으로
하는 강사의 얼굴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수식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니,저렇게 재미있는
표정으로 천문학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우리의 흥미를
유발하려고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 참 신기한
느낌이었지요.
어제 너무나 자주 언급되었지만 무슨 소리인지 몰랐던
백타와 스칼라,고등학교 학생아이에게 물으니
복도로 나가서 방향을 다르게 두 번 걸으면서 이것이
백타이고 이것이 스칼라라고 확실하게 보여주더군요.
그래서일까요?
오늘 강좌에서는 그 이야기는 귀에 쏙 들어오는 것을 보니
얼마나 신기하던지요.
그것이 알고 싶은가,신기한가 하고 오늘 오전 수업시간에
도서관에서 만난 이해정씨가 제게 물어보더군요.
신기하지요,알고 싶기도 하고,모른다는 것과 알고 싶다는
것이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 공부하겠다고 마음
먹었으니 마음을 다해서 문을 두드리면 어디선가 살짝
열리는 비밀의 문이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자신을 포함하여 머리에 쥐가 나는 우주의 물리학적
이해를 시작한 사람들,그리고 낯설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어서 용기를 내어 무엇인가를 시작한 사람들에게
격려의 메세지로 고른 화가는 르동입니다.
우주의 물리학적 이해에 비하면 목요일 오전
미술사와 역사시간은 얼마나 즐거운가 그렇게 비교하다가
서로 다른 영역에 대해서,그리고 쌓아온 노력이 다른
존재에 대해 그렇게 비교하는 어리석음에 대해 생각을
했지요.
마침 오늘 수업에 처음 참석한 사람이 자기 소개하는 시간에
그런 말을 하더군요.
역사는 그래도 알아듣겠는데 미술사시간에 상징주의
이야기는 상당히 어렵다고,그래서 무슨 이야기인지
못 알아듣겠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한 이야기가 처음 들은 이야기를 미리 공부한
사람들과 같은 차원에서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욕심이지요
서서히 들으면서 시간이 지나면 알아듣게 되는 말들이
많아질거라고요.그 말을 이번 강의 들으면서 스스로에게
주문처럼 자주 이야기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낯선 것에 대해서 공포와 호기심을 동시에 느낄 때
주변에 누가 있는가가 상당히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것
그것을 요즘에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어려워도 함께 하자고 손내미는 사람들이 있다면
도망가려고 하는 마음을 잡아매고 한 발 앞으로 딛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것,모르면 모른다고 그냥 이야기하면
된다는 것,그런 것을 머릿속으로는 쉽게 알 수 있다 해도
실제로 몸으로 터득하고 그렇게 실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요.그래도 제겐 요즘 그것이 어느 정도 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공부가 제게 준 선물이 아닐까
혼자서 즐거워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