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보통때처럼 음악회에 가는 금요일입니다.
사전정보를 별로 챙기지 않는 저는 그냥 즐거운 마음만으로
예술의 전당에 도착했습니다.
함께 음악회에 갈 일행과 만나서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콘서트홀에 들어가보니 오늘은 무대에 늘어선 악기규모로
보아서 관악기가 많이 선보이는 날이로구나 기대된다
그런 마음으로 서울시향 단원들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자니
지휘자가 등장합니다.
아,그런데 여성지휘자입니다.
순간 눈을 의심했습니다.여성지휘자라니
제 생애에 처음 만나는 여성지휘자입니다.
공연히 가슴이 설레면서 아,그녀가 새로운 장을 열었구나
고맙다,고맙다는 말이 절로 솟아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녀가 선택한 길을 가는동안 얼마나 편견의 벽에 부딪히면서
힘들었을까,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당당하고 힘있게 그리고 웃으면서
지휘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느라 처음에는 연주하는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더군요.
그러다 두번째 곡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에서부터
연주자들도 눈에 들어오고 협연자의 피아노소리에도
반응을 하게 되었습니다.
협연 피아니스트도 얼마나 즐겁게 피아노를 치는지
그의 표정과 몸짓 그 사이에서 나오는 피아노 소리
다 즐거움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는데요
나중에 박수소리가 그치지 않자 앵콜곡으로 두 곡을
더 연주했습니다.
언젠가 쇼팽곡만을 연주하는 음악회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연주였지요.
인터미션이 끝나고 마지막 곡 전람회의 그림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원래 피아노곡이던 이 곡을 관현악곡으로 편곡하여
연주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는 이 곡
첫 음부터 제 마음을 사로잡은 이 연주가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다양한 소리를 담았고
(집에서는 피아노곡으로만 들었기 때문에 과연 같은
곡인가 믿기 어려울 정도의 시간이기도 했지요)
지휘자의 실력도 제겐 이 곡에서 가장 빛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지막 지휘봉을 놓는 순간,우레와 같은 박수가 끝나지
않습니다.기립하여 박수를 치는 사람들,소리를 지르면서
계속 박수를 치는 사람들,청중들의 열기가 얼마나 대단하던지
요.
결국 관현악단이 앙콜을 하는 즐거운 사태가 벌어졌는데
마침 곡도 청중들이 함께 박수치면서 어울릴 수 있는
흥겨운 곡이 나오는 덕분에 마지막 순간까지
진정으로 즐거운 음악회시간이었습니다.
광화문까지 차를 타고 함께 오면서 켈리님과 나눈 대화
그 중에서 음악을 함께 나누고 감동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서 더 증폭되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이야기가 귓가를 맴도는군요.
집에 와서 전람회의 그림을 찾아서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손이 간 화가는 역시 칸딘스키입니다.